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
원어민과 무리 없이 대화하는 수준은 된다.
물론 내가 TCK('Third Culture Kids', 이민자 아이들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거나 재외동포 정도는 아니라서 악센트는 솔직히 한국인이긴 하다.
외국인 친구들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은 너 정도면 asian 느낌은 아닌데?라고 내게 말해주지만 솔직히 완전히 영미권 발음은 아니라고 난 느낀다.
그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분명히 있다.
아무튼 뭐 어떤가 서로 의사소통 하는데 무리 없으니까 크게 상관없다.
그래서 내가 영어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들이 묻고는 한다.
“원래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사셨나요? 아니면 영어 유치원 다녔나요?”
근데 나는 초중고대학교 전부 한국에서 나왔고 내가 어렸을 때는 영어유치원의 개념은 없었다.
초등학생 때 영어학원을 다니기는 했지만, 그때는 내 주변 또래들은 다들 다니고는 했었다.
이것도 나름 조기교육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는가? 싶긴 하다.
아무튼 내가 영어를 비교적 유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조기교육까지는 아니다.
그럼 영어는 재능인가? 이런 물음이 들고는 하는데
이게.. 나에게는 크게 부정을 할 수가 없다.
"영어는 모두 노력으로 가능해요!" 이렇게 확답을 못주는 이유는
우리 누나도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다.
누나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아예 매형이 한인 교포 외국인이다.
그리고 가족의 일부가 아예 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크게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외국어 학습 능력도 사실 유전적 요소가 아예 없다고도 말을 못 하겠다. 일단은 우리 가족들이 영어를 전반적으로 잘하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게 큰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인 가족 분위가 그냥 살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일 뿐이다.
내가 해외에서 일을 다니던 것도 사실상 국내에서 학습한 외국어를 토대로 의사소통 했던 것이고, 그 뒤 약간의 해외 체류 경험으로 영어가 더 세련되어졌다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왜 비교적 영어학습을 잘했던 것일까? 그런 요인이 무엇일까? 누구는 그렇게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지만 자연스럽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할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내가 나름 나를 포함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원어민이 아닌)의 공통점 몇 가지를 발견했다.
먼저 첫 번째로 다들 영어 공부를 의식적으로 하는 느낌이 아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공부할 때 단어를 한국말로 외우고 문장의 의미를 마치 번역하듯이 공부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지 않았다.
영어를 잘 배우고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듣는 그대로 듣고, 영어 문장을 읽는 그대로 읽고, 의미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아는 게 게 아니라 그 영어 자체를 느끼면서 학습한다.
일반적으로는 우리는 영어공부 할 때 이런 식으로 배웠다.
예를 들어 "Apple" – "사과" – “아 Apple이란 단어는 사과구나!” 이런 식으로
근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이었다.
"Apple" – ‘머릿속에서 사과의 모습이 연상’
즉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뇌에서 언어적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머릿속에서 장면이 연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더 나은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어렸을 때 한국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언어를 필터링해서 한국말을 배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기들만 아는 인류 공용어가 있는 건 아니니까.
좀 이게 글로 표현하자니 뭔가 암묵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꽤나 공감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어는 영어 그 자체에 감각적으로 익숙해지면서 배우는 사람이 빨리 배우고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영어에 최대한 노출을 많이 시키려고 한다.
사실은 외국어는 진짜 집중적으로 많은 시간을 하루에 때려 박는 것이 제일 좋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그러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외국에 어학연수를 그렇게 가는가 싶다.
하지만 해외에서 굳이 살지 않더라도, 영어를 잘 배우고 잘하는 친구들은 마음가짐 자체가 모든 인터페이스를 영어로 전환시켜 버린다.
나도 지금 그렇게 산지 몇 년 됐는데, 익숙해지니 그냥 영어가 자연스럽다. 영어 울렁증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요즘은 chat-gpt 같은 걸로 핸드폰이랑 영어로 가볍게 대화할 수 있어서 접근성도 많이 좋아졌다.
내가 최근에 갤럭시 S25로 바로 바꿨는데 그 이유가 구글 제미나이 AI를 기본적으로 탑재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Hey google" 한 뒤 "talk live"라고 하면 실시간 제미나이 AI로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
이거 진짜 영어 공부하기에 접근성이 너무 좋다.(삼성광고 아닙니다. 선물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영어 표현을 연기하듯이 습득한다. 일종의 흡수가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명 깊은 표현이 있다고 하면 그 배우를 연기하듯이 따라 하면서 영어 표현을 많이 습득하더라.
밈이나 표현 같은 것도 잘 따라 하면서. (사실 우리도 어렸을 때 유행어 막 따라 하고 말 배우고 그랬었다.)
물론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영어 어휘나 리딩이 숙달이 돼서 많은 표현을 한국말로 안다면, 위와 같은 방법과 기존의 일반적인 영어공부 방법을 섞어서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긴 하다.
암기와 의식적인 접근법과, 감각을 통한 습득 방식이 같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나도 사실 초등학생 때 영어단어는 많이 외웠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분명 도움이 된 것은 맞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방법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무의식적인 관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이건 모든 훈련이나 학습에도 적용되는 것이지 않나 싶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나,
(악기 다루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악보를 보고 막 연주하기보다 그 흐름으로 이어진다.)
불경을 외우는 듯한 느낌으로, 지속적이면서 나도 잘 인지가 안되지만 몸이 따라가는 느낌의 반복 숙달.
무의식적 관성을 만드는 학습법을 쓰니까 꿈에서도 영어를 쓰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만큼 내 몸에 체화가 되고 효과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영어를 의식적으로 언어적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습득하기.
영어에 최대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영어를 연기나 성대모사하듯이 표현력을 습득하기.
마지막으로 악기 연주하거나 불경을 외우듯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