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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무비토크 후기 및 리뷰(스포 없음)

봉준호 감독 신작 영화 미키 17 후기

by VioletInsight

봉준호 감독 신작 영화 ≪미키 17 ≫ 후기


≪미키 17 ≫


2025년 3월 7일 봉준호 감독님의 신작 ≪미키 17 ≫을 보았다.


갑자기 영화 ≪미키 17 ≫을 관람하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2월 달 쯤이었나? 교보문고에서 미키 17 개봉 기념해서 이벤트를 했었다.


이번 2월 28일에 개봉한 ≪미키 17 ≫은 SF 소설인 미키 7을 원작으로 해서 각색한 영화인데, 교보문고 측에서 미키 17에 대한 기대 코멘트를 작성하면 무료로 영화관람 및 무비토크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했었다.


나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릴 수 없기에 바로 실행에 옮겨서 참여했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는데 대략적 이런 내용으로 작성했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본인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원작 소설 텍스트 묘사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각색할까?"

라는 내용으로 글을 써서 참여했고, 운이 좋게 당첨되어 3월 7일 영화를 무료 관람하였다.



금요일 19시는 러시아워 시간대여서 잠실이 주 활동반경인 나에게는 좀 간당간당했다.



미키 17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작중 주인공 미키반스가 개인의 사정상 행성 식민지 개척에 지원하게 된다.

가진 기술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죽어도 새로 복제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 자격으로 지원해서 벌어지는데,

과정상 죽어하는 17번째 미키가 죽지 않아서 미키 18번이 생겨난 해프닝을 토대로 갈등이 벌어진다.


너 뭐냐?


영화 미키 17에 대한 후기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만족스러웠다.


일단 제일 먼저 느낀 점은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었다.

주연인 로버트 패틴슨부터 악역 마크 러팔로 그 외의 조연들까지 연기를 너무 잘했다.

배우들 연기하는 것만 봐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겠구나 라는 점이 먼저 떠올랐다. 배우들 연기 보는 맛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 17과 미키 18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그 특유의 차이점들을 연기로 풀어낸 것 정말 인상 깊었다.

그리고 연출로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메인 악역 마셜 역할의 배우였던 마크 러팔로 그렇게 연기를 한 것인지는 나는 모르지만,


악역 하나에 여러 명의 현실 인물들이 동시에 표현되어서 이 부분에서 정말 감탄했다.

배우가 한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여러 명의 인물들을 상징하도록 떠오르게 하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다.


헐크 아저씨가 연기를 진짜 잘하더라. 말투와 몸짓 표정은 어떤 인물 한 명뿐 아니라, 작중에서 여러 인물들이 표현된다.


그리고 역시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답게 그 특유의 장르적인 분위기를 충동적으로 전환시키는 연출이 역시 봉준호 감독답다고 느껴졌다. 가볍고 밝은 분위기와 무거운 분위기를 수시로 전환하는 느낌 역시 훌륭했다.


이번에도 봉준호 감독님 영화 보고 느낀 점이지만, 생각의 발상이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시면서 살까? 궁금하다.


또한 봉준호 영화 특유의 의미가 함축된 여러 사물이나 영화적 장치들이 있는데,

역시 이번에도 많은 부분에서 그런 점들이 보였기 때문에 왜? 그런 사물로 표현했지?라는 물음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좋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영화평론가분과의 무비토크 역시 좋았다.


역시 영화는 그냥 영화만 보는 것을 넘어서 문학과 영화 전문가의 시선 관점을 들으면 배로 재미있어진다.


내가 성격상 궁금한걸 못 참는 관종인지라, 운이 좋게도 무비토크에서 질문을 2개 할 수 있는데 내가 하나를 하게 되었다.


나는 "작중에서 기억을 저장하고 유지시키는 하드웨어 저장장치를 왜 봉준호 감독님은 굳이 벽돌로 표현해서 연출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이 벽돌로 표현된 데이터 저장장치는 익스펜더블인 미키가 복제되는데 꼭 필요한 첨단 기술이고, 윤리적으로도 논란을 부르는 장치이다. 내가 데이터랑 신경망 정보 관련 일을 해서 그런가? 저 벽돌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이에 평론가님도

"오~ 정말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제 생각이지만 첨단 기술을 시각적으로 투박하게 보이게끔 해서 강조한 것이지 않을까요?"라고 답변해 주셨다.


나는 집에 가는 동안 벽돌에 대해서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같이 만화적 상상력이 뛰어난 감독은 분명 벽돌에 대해서 어떤 메시지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한 벽돌의 의미는 이렇다.

흔히 고장이 나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스마트폰이나, SSD와 같은 데이터 저장장치를 ‘벽돌’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벽돌은 쌓아서 집이 되는 축적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극 중 기억저장 장치는 미키가 죽으면서 끊임 복제되고 기억을 전달하는 기술적으로 중요하고 극 중 이야기 전개에서도 중요한 물건이다.


나는 그것을 일종의 과거의 기억을 상징함을 본다.

미키는 죽으면서 그 기억들을 저장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개선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데, 사실상 새롭게 프린팅 된 미키는 그저 과거의 기억을 이어받은 복제된 생물일 뿐이다.

(물론 이것이 단지 기억을 물려받은 소모품인지 아니면 사람인지에 대한 존재적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주요 주제이다.)


이에 그 기억저장 장치를 굳이 벽돌로 표현함은

과거에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무가치게 쌓인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미키가 과거에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보다 현재 존재하는 미키 17 그 자체가 중요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즉 "과거보다 현재의 너인 미키 17 그 자체가 더 중요해" 이런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는 그냥 쓸모없는 벽돌이야 너를 대변해주지 않아.

그리고 미래의 미키인 미키 18도 현재를 위해 그렇게 선택해주었고.(아 이건 스포가 될 수 있나..?)

벽돌 말고도 여러 상징적 장치들이 있는데 스포가 될까 봐 언급은 못하겠다.

감명깊은 대사는

" 날 왜 살려준거야?"

"그럼 죽여?"

사람들과 사회가 정의한 가치는 의미가 없으며, 본질적인 요소에서 오는 가치가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간결하게 나타내는 대사가 아니었을까 한다.



≪미키 17 ≫ 배우들의 열연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던져주는 철학적 물음과 영화에서 표현된 여러 상징적 요소들이 있어 생각하는 맛이 있는 영화이다.


리뷰에서 별점을 매기는 것은 좀 식상하고 굳이 얼마를 주고 봐도 안 아깝다 기준으로 정하자면,

3만 원 주고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퇴근하고 왔더니 침대에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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