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1층 유리 창가에 앉아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렸다. 커피가 왔지만 뜨거워서 마시지 못하고 또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고개를 들어 아주아주 키가 큰 나무 꼭대기를 쳐다봤다.
삼월, 바람이 매섭다. 아직은 추운 삼월. 모든 이파리가 떠나갔지만, 꼭대기 층을 차지한 잎들은 낙엽이 되도록 가지 끝을 붙잡고 놔주지 못하고 있다.
새싹이 나기 전까지 나무가 외로울까. 새들이 집을 찾지 못할까 봐 이정표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기다리는 비와 바람이 오지 않을 것일까.
낮은 땅에서 고개를 들어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것을 올려다본다.
계속 올려다보니 반지하 우리 집이 생각난다. 부모님은 일터로 언니는 학교로. 아무도 없는 단칸방에 햇살이 들어온다. 티브이와 장롱 사이 틈에 낀 자두색 전화기. 그곳 햇빛이 제일 강하다. 시원한 방바닥에 누워 햇살에 얼굴을 내민다. 정적, 따스함. 나는 그때가 그리 불행하지 않았다. 욕심도 걱정도 없이 집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 아빠의 눈물이 있었음이라.
“나는 조용히 올려다보는 것도 좋아해.”
나의 평안함과 행복이 커다란 미안함으로 남아 나무의 꼭대기에 매달려있다. 나무가 외로울까 나무가 심심할까, 열심히 몸을 흔들어 춤을 춘다. 지나가는 추운 바람 흘려보내고 봄바람이 불어오리라.
25.03.16 수첩에 메모한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