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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by 정은하


최근 들어 눈이 많이 안 좋아졌다.


컴퓨터 화면을 너무 많이 본 것이 문제일까? 일할 때 안경 없이는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시력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 안경을 맞추려고 안경점에 방문했다. 안경을 새로 맞추면 돈이 꽤나 깨질 것 같은 마음에 고등학교 시절 맞춰두었던 동그란 테 안경을 손에 쥐고 안경점에 방문했다.


연세가 지긋하신 사장님께서 나의 안경을 요리조리 보시더니 시력을 재보자고 하셨다.

시력을 잰 지 언제인지도 생각나지 않는 그날을 생각하며, 옛날처럼 동그란 숟가락처럼 생긴 쇳덩이로 한쪽 눈을 가리고 멀리 떨어져 여러 숫자가 써져 있는 글씨판을 읽는 줄 알고 준비 중이던 나에게 사장님께서 '요즘은 다 컴퓨터로 시력 재요'라고 하시면서 기계와 컴퓨터로 나의 시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와- 기술의 발전이란 이런 것인가 매번 놀라곤 하는데 놀랄 때마다 나의 나이가 꽤나 먹은 건 아니지만, 꽤 많은 나이를 먹은듯한 느낌에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고 하며 속으로만 놀라곤 한다. 연세가 지긋하신 사장님도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익히시고 사용하는데, 나는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너무 현재 세상에 안주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새로운 고민을 하며 시력을 재었다.


원래 나의 시력은 1.5로 시력이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 잰 시력은 1.0으로 나쁘지 않은 시력이었지만, 좋던 시력에서 조금 안 좋아진 시력에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며 10년 전 맞춘 안경을 가져가시곤 이리저리 만지시더니 금세 나에 눈에 알맞은 안경을 맞춰주셨다.


"처음에는 약간의 어지러울 수도 있어요, 근데 적응되면 괜찮아져요."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안경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다.


그 뒤로 일할 때, 안경을 쓰고 일을 하니 확실히 깨끗해진 화면에 깔끔한 글씨들이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내 시력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나의 불편함을 고쳐준 안경이라는 물건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해했다.


어떻게 이런 물건이 발명되었을까, 이런 물건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한참 나의 쓸데없는 궁금증이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을 무렵, 문득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이 해결해 주듯이 나의 마음도 안경을 쓰면 문제가 해결되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경을 쓰면 눈이라는 신체의 일부분의 불편함이 해결되듯이, 마음이라는 신체의 일부분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줄 수 있는 물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마음을 안경을 쓴 눈처럼 깨끗하게, 밝게, 깔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물건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도 필요할 텐데, 그런 물건은 언제쯤 발명될까? 그런 물건이 발명되긴 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어느 새부터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언젠간 그 무언가가 발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내가 그때까지, 그런 기술이 발명될 때까지 이 세상에 존재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내가 안경점에 가서 새로운 기술에 감탄한 것처럼, 언젠간 나도 새로운 기술에 감탄하며 나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무언가가 발명되면,

그땐 나도 내 안의 우울바구니를 비워낼 수 있겠지.

그땐 나의 마음속 응어리를 부실 수 있겠지.

그땐 나의 아픈 흉터를 새살로 되돌릴 수 있겠지.


오늘도 안경이라는 물건을 사용하며 나의 바람을 담아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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