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사이에 태어난 나는 그래서일까, 추위를 곧 잘 타곤 했다.
추위를 잘 타던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3년 전이였다.
그 당시에는 여름이 다가오는 5월에도 털이 복슬복슬한 후리스를 입고 다니는 날 보며, 주위의 사람들은 진짜 추워서 입는 게 맞냐며, 재차 물어보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는 5월에 털이 가득한 옷을 입고 다니는 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러고 다니는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2-3년 전의 나는 유독 추위를 많이 탔다.
그때의 나는 조금이라도 추운 게 싫어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을 피해 담요와 여분의 옷을 챙겨 다니며 차가운 바람을 피하려고 애썼다.
몸에 차가운 바람이 닿는 것이 싫어서 땀을 흘릴지언정, 차가운 바람을 맞지 않게 고군분투했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추위에 맞서서 살아갔다.
그렇게 맞서서 살다 보니 어느샌가 괜찮아졌고, 지금은 5월에 털이 가득한 옷을 더 이상 입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의 우울의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여서, 마음이 너무나도 추워서, 몸만이라도 따뜻하게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전의 나는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텅 빈 마음의 공간에 바람이 불어와 추위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때 당시의 나는 옷을 그렇게 껴 입었나 보다.
마음이 추우면 몸이 춥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나서 마음의 추위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얼마나 외로운 것인가를 알았다.
흔히들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마음이 공허한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서 티 나기 마련이라고, 눈빛에서 공허함이 느껴진다고,
나도 그때 그랬을까? 추위를 온몸으로 피하는 날 보며 주위사람들은 나의 공허함을 알아챘을까?
글쎄, 그 답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공허함은 추위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이제서라도 깨달았으니, 앞으론 추위에 약해지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
추워지는 그 시작점에 태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줄만 알았던 나는
마음의 공허함에 따라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추위를 많이 타지 않게, 추위가 나를 삼키지 않게, 추위가 나를 얼리지 않게,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