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가본 적은 아마 대학교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대학교 2학년 방학 때 겁도 없이, 혼자 유럽배낭여행을 가겠다고 지금까지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비행기표를 사고, 숙소를 예매하고, 기차를 예매해 그렇게 혼자 한 달간 유럽으로 떠났다.
그때는 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게 가능했을 때였고, 야간열차를 타기도, 겁도 없이 남녀 혼성 도미토리에서 잠을 청하기도,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기 무서워,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로 하루 세끼를 때운 적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보겠냐고 추억하지만,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아찔하기도 하다.
혼자 떠난 여행이 처음인지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혼자 돌아다니며 노래를 듣고, 사진을 찍던 와중, 마지막 도시인 프라하의 한 공원에서 프라하 전경을 보며, 문득 '아, 이 시간은 나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런 날이겠구나, 나의 이 나이도 이제는 돌아오지 않고, 이 공기와 시간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프라하 전경이 보이는 공원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은 짝지어 즐겁게 지나다니는 그 공원에서, 나는 서럽게 엉엉 울었다.
나의 지나간 날들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다시 오진 않을 시간 때문일까,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나의 오만 때문일까,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울었다.
돌이켜보면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왔다.
혼자 스카이다이빙도 해보고, 혼자 펍에 들어가 도수 높은 맥주를 마시곤 취해서 헤롱거리기도 하고, 이름 모를 성당에 들어가 미사를 드리며, 옆에 있던 현지인들이 나에게 축복을 빌어주기도 했다.
그랬다. 나는 그렇게 좋은 여행을 했는데, 왜 그렇게 울음이 터져 나왔을까.
아마 다시 유럽에 온다 해도, 나는 대학교 2학년이 아닐 테고, 프라하의 그 공원은 남아있겠지만, 내가 훌쩍 더 커버렸을 테고, 함께 온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의 아쉬움이 나는 서러웠나 보다. 그래서 그 시간의 아쉬움을 뒤늦게 때 닫고 그렇게 울음을 터트렸나 보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시간의 아쉬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물론 그 최선의 노력이 잘 되지 않아서,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마음속 상처가 있지만, 이 또한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을 반증하는 상처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러니, 나의 이 아픔도 혼자 프라하의 한 공원에서 엉엉 울며 시간의 아쉬움을 깨달았던 것처럼, 언젠간 아픔의 이유를 깨닫는 그런 날이 찾아와 그땐 그랬지, 하고 넘길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