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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하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위 문장만 보면 세상 따뜻한 문장일 수가 없다. 한 사람의 안녕을 위해 아프지 말고 꼭 건강하라는 말.

사랑하는 사람한테 들으면 더더욱 아름답고 로맨틱한 말 아닌가? 하지만 나에게 저 문장은 고통 그 자체의 문장이다. 왜냐고? 나를 지나간 모든 남자들의 마지막 멘트는 약속이나 한 듯이 “아프지 마, 꼭 건강해야 해” 였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를 만날 때 나의 안의 우울을 오픈하고 만난다. 사실은 말이야 나 이런 상태여서 조금 불안정할 수 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라고 물어봤을 때 모든 남자들은 섣불리 그럼 괜찮아. 내가 고쳐줄게.라는 허황된 말들을 늘어놓곤 한다. 실제 운동으로, 유머러스함으로, 약으로 날 고치려고 한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 마지막은 항상 고쳐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프지 말라는 말로 끝났다.


글쎄, 한편으로는 헤어질 때만큼이라도 나의 건강을, 나의 우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니까, 나의 안녕을 진심으로 걱정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근데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 그냥 한낱 인사치레임을.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꽤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서 남기는 말일뿐임을 나는 안다.


그래서 두 번째 헤어짐에 저 문장을 들었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심한 말을 뱉어버렸다. 도대체 나의 건강을 왜 그들이 고쳐줄 것이라 본인들이 기대했으며, 그 기대를 이루지 못했을 때 왜 미안하다고 하는가. 정작 우울의 당사자인 나는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고 단순히 나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래도 나의 첫사랑에게는 저 문장을 듣지 않았지만, 그 이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 말을 들을 때의 비참함이란. 아 나는 그들한테 우울증 환자구나, 어떻게 보이든 그들은 날 아픈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헤어짐을 받아들일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슬픈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마음이 다쳐서 더욱 슬프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


언젠간 이 말이 나에게도 아픔이 아니라, 따스한 말로, 위로의 말로 들려오는 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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