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거 말고 유연한 사람이 되어 볼게요
안녕하세요, 저 지금 공항이에요.
이런 일 잘 없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혼자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함께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한 마디 꺼내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그래서 그냥, 또 혼자 나왔습니다.
그럼 제가 돌아올 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주세요.
시간 참 빠르죠.
마일리지로 비행기표를 질러놓고는,
‘이게 맞나? 이래도 되나?’
별별 생각 다 했지만, 어쨌든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은 혼자 있는 것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혼자인 시간이 많았어요.
외동딸이라 방과 후엔 늘 혼자 집에 가는 아이였고,
혼자 노는 게 익숙하다 보니 자매들끼리 똘똘 뭉친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막상 어울리면 ‘아, 얘 혼자 컸구나’ 싶은 티가 좀 났는지
친구들한테 은근 불편함을 안긴 기억도 있고.
부모님은 늘 바쁘셨기 때문에
제 기억 속 집은 늘 ‘무인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엄마가 집에서 TV 보며 나 기다리는 게 꿈이야"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좀 달라지고 싶었나 봅니다.
‘외동딸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사회생활 만렙인 척, 늘 밝은 가면 쓰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러다 또 어느 순간, 인간관계에 질려서
폰번호 바꾸고 잠수 탄 적도 있고,
진짜 가지가지하면서 20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지나오며,
혼자 사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공항에 혼자 앉아 있어도,
불안보다는 설렘이 먼저 오는 걸 보면.
23살에 생애 첫 해외입국 도전.
리옹에 도착했을 땐 멘붕 직전이었고,
혼자 여행을 가보겠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뚤루즈를
여행책 한 권 없이 훌쩍 떠났을 때도,
이사하고 첫 직장도 잡았는데,
술에 취한 채 낯선 동네를 헤매며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맞나’ 했던 날도 있었죠.
당황과 낯섦의 연속이었지만,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그 순수했던 순간들.
진짜 많이도 부딪혔고,
그만큼 따뜻한 손길도 만나며,
조금씩 해결해가다 보니 깨달은 거예요.
혼자 하는 게 그렇게 무서운 일만은 아니구나.
그리고 어느덧 30대.
이젠 혼자인 게... 솔직히 편합니다.
같이 다니면 좋은 점도 있어요.
음식을 여러 개 시킬 수 있고,
덜 불안하고,
공유할 추억도 생기죠.
그런데 단점도 있어요.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마찰 발생.
현지인이랑 대화 시도할 기회는 사라지고,
'님이 남이 되는' 상황도 생깁니다.
그래서 전 어느 순간부터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20대 때 정말 우당탕탕 살아서 그런지,
이젠 어지간한 일엔 놀라지도 않고,
크게 무슨 일이 터질 일도 잘 없더랍니다.
그렇게 느슨한 저만의 여행 스타일을 지키며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전처럼 뭔가에 쫓기듯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조금은 여유롭고 단단해진 여행이랄까요.
요즘은 혼자 밥 먹고, 혼술 하고, 혼자 여행도 하고.
그런데 이걸 지켜보는 제 주변 사람들 반응은...
못마땅해합니다.
"왜 혼자가?"
"내가 너 때문에 불안해 못살겠다."
"함께 가는 게 좋지, 유별나다 유별나."
특히 소개팅에서 제가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여행 갔을 때, 내가 이 음식 먹고 싶은데
상대는 다른 거 먹고 싶다 하면 어쩌실 거예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해요.
"그냥 맞춰서 같이 먹죠.
혼자 먹는 건 좀...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그럼 저는 말하죠.
"서로 먹고 싶은 거 먹고,
식사 끝나고 다시 만나면 되지 않나요?
각자 니즈는 다르니까요. '따로 또 같이'."
그러면 대부분은 ‘이해불가’ 표정 짓더라고요.
물론 모든 걸 맞춰가며 여행할 수 있다면 좋죠.
하지만 꼭 모든 걸 같이 해야만 좋은 건 아닐 거예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같이 하고 싶은 순간엔 기꺼이 함께하는 것.
저는 그런 여행, 그런 관계를 꿈꿉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독립적인 사람 = 이상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경험상,
독립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
더 유연하고, 더 따뜻하게 사람을 대할 수 있어요.
자기 삶이 단단하니까요.
예전엔 저도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래?’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궁금해집니다.
"오호, 그런 방법이 있어요? 멋져요!"
나와 다른 시선, 다른 선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그 낯섦이 하나의 배움이 되기도 하더랍니다.
이 세상엔 기회도, 가능성도, 삶의 방식도
무한하게 존재하니까요.
굳이 하나의 정답에 얽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나이 들수록 익숙한 것만 찾게 된다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렇게 자연스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공항입니다.
새로운 걸 배우러 또 출발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