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은 너희에게

언니누나 곧 간다, 기다리렴

by 홍고롱

복미(복동미니) 잘 지내니?

아까 영상통화를 통해 너희를 잠시 보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 아가들, 언니누나 곧 갈 거야.

(엄마가 아닌 이유는 우리 엄마가 엄마다.

가끔 헷갈려서 엄마를 할미라 부르고 나를 엄마라 칭할 때도 있지만, 언니누나로 해야 자연스럽다.)

아까 이름 부르는 소리에 달려와

크라이크라이 하던 너..

조금만 더 기다려줘




참 불안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조차도 나를 포기하고 싶고,

세상이 왜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건지

지쳐 있는 그때

너희가 내게로 왔다.


나는 요물이라 불리는 이 존재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서웠다.


2006년 어느 날

학교에 가다가 저 멀리 도로 한 틈에서

새하얗고 새빨간 것이 뒤섞인 장면을 보고

‘저게 뭐지?’ 하고 다가갔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 기억 이후로 존재 자체가 무서웠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고 나니

이후로는 그런 생명체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나에게 고양이란 존재는

늘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러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던 중,
첫 번째 고양이가 내게 왔다.


처음엔 곁을 잘 주지 않던 녀석인데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우린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되었다.


엄마는 “한 번 태어난 이상, 새끼는 한 번 가져봐야지”라며
신붓감을 찾아오라고 했고,
길에서 발견되었다는 예쁜 신붓감은
낯선 집으로 나 하나에 의지해 시집을 왔다.


그 후 한 달 만에 아이를 가졌고,
두 달 만에 일곱 마리의 솜뭉치들이 태어났다.
아이들의 이름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일.
한 달 후, 좋은 주인들을 만나 다들 각자의 집으로 떠나갔다.


나는 이사를 하면서도
이 부부만큼은 꼭 데리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힘든 시절,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큰 안정을 줬던
소중한 보물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산 지도 벌써 9년째다.
역마살 낀 주인을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둘은 변함없이 서로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

눈꼴 시릴 정도로 다정한 모습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지만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셋이 함께였던 것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붙어 있다.


처음엔 곁도 잘 주지 않던 녀석들이
어떻게 나를 구워삶았는지…
이젠 내가 오히려 붙박이로 살아가고 있다.


여행도 맘대로 못가,

집을 떠나질 않으니 청소도 열심히 해야 해,

한 마리는 당뇨, 한 마리는 비만을 걱정하며, 끼니도 제 때 챙겨줘야 해


혼자 살 때보다

두 배는 더 부지런해야 하지만

이들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


없어본 사람은 모른다.

왜 ‘반려’라는 단어를 붙이는지를.

있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 감정의 깊이를.




침대에 누우면

넓은 퀸사이즈 침대 공간 중

굳이 다리 사이를 고집하는 미니.

눈만 뜨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옹골찬 표정으로 아침을 재촉하는 복동.

밥시간인데 내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면

명치 위로 턱— 올라와 꾹꾹이를 시작한다.

나도 잠 좀 자자, 하다가도

피식 웃으며 일어나게 되는 순간들.

(근데 미니야 언니 귀에서 피나겠다, 그만 좀 울어주련..?)


TV를 보고 있으면
덥지도 않은지 옆으로 와서
손을 툭툭 치며 쓰다듬으라고 조르고,
무시하면 그냥 요염하게 무릎 위에 착 앉아버린다.


이런 존재들이 내 삶에 들어온 이후
나는 꽤 많이 달라졌다.


급하고 예민하던 성격은
고양이처럼 조금 느긋해졌고,


뭔가 문제가 생겨도
몸만 괜찮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게 되었다.




이들이 없는 삶은,
아무리 상상해보려 해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가슴 한쪽이 텅 빈 느낌이 드니까.


그래서 미리 슬퍼해보는 건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애초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니까.


그러다 보니,

내 고양이만 예쁜 게 아니라

남의 고양이도 귀엽고,

길고양이들조차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점점 더 넓어진다는 걸
너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모든 반려친구들은,

그 자체로 사랑이다.


이제는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공감한다.





나에게 너희가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를 모른다.


너희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많이 정돈되었는지

모를 거야.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언니누나랑 같이 죽으면 안 되겠니?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곧 갈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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