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윗' 이탈리아 [제2화]
누구나 잘 알듯이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다.
누가 이 도시가 물 위에 말뚝 박아 세운 도시라고 믿겠는가
바다 위에 세운 도시에서 어떻게 민물을 만들어 주민들과 이 많은 관광객들이 끄떡없이 마실 수
있나...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조금씩 상승한다는데 언젠가는 이 도시가 영영 물속에 잠겨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도시
그러나 막상 베네치아에 가보면 그런 의문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진다.
아드리아에 면한 베네치아는 수로로 만들어진 도시
5세기 경, 훈족과 게르만족 등의 침략을 피해 북부 이탈리아 주민들이 이 섬으로 피신하면서부터
생긴 도시라고 하니 역사도 유구한 편.
시계가 멈춘 듯 이 섬에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유영하고 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각이면 베네치아는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해무가 드리운 바다에는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고 바다 위에 떠있는 곤돌라가 해무와 파도의 유혹을 못 이기는 척 같이 따라 넘실댄다.
한 때 동방 무역의 중심이었던 이 도시는 지금도 끊임없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산마르코 광장을 가득 메운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듯 행복해 보인다.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적어도 여기서는 ‘자유’가 전부인 곳.
한때 나는 리마인드 웨딩을 생각한 적이 있다.
'더 나이를 먹고, 첫 웨딩 마치를 하던 첫날의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손을 마주 잡고 ‘어제보다 더, 내일보다 덜’, 그런 영원한 사랑을 되새기리라'.
그러기에는 ‘베네치아가 딱이다’
지난 6월 매스컴을 통해 이곳 베네치아에서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의 '초특급 결혼식'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6월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결혼식에는 결혼식 비용만 624억 원, 전용기 90여 대와 수상택시 30여 대가 동원돼서 화제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부부, 빌게이츠 MS 창업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이 결혼식 장소로 베네치아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대, 부디 마지막 사랑은 여기서 하라!’ (자작시 <베네치아> 중)
베네치아는 마지막 사랑을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낭만의 도시.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시샘 어린 눈으로 축하를 보낸 반면, 이 초호화 결혼식을 바라보는 베네치아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베조스는 설 자리가 없다(No Space for Bezos)'
리알토 다리에 걸린 시위대의 현수막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번 결혼식의 경제적 효과는 1조 5천억 원이 넘을 것이고, 베네치아 연간 매출의 68%에 해당한다고 하니, 베네치아 시 부시장이 이번 결혼식을 ‘고품격 관광’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는가.
이날 결혼식 본식이 열린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을 가족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산 마르코 광장 쪽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바다 건너편 S. Giorgio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 닿는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건축가였던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설계하였고 1610년에 완공된 교회다. 건물 정문의 백색 대리석 파샤드가 돋보였다.
성당 안에서는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 Last Supper)>을 만날 수 있다.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의 그림은 우리가 잘 아는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과는 표현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천장의 빛과 예수의 후광, 천사들, 대각선 배치의 테이블과 전반적으로 비대칭적 구조 등등
참고로 <최후의 만찬>(L’Ultime Cena/The Last Supper)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밀라노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내 수도원 식당 벽화가 오리지널이다.
이탈리아 다른 도시(피렌체, 파사도, 베네치아 등)에도 동일 주제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이 다수 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면 앞 쪽에 우뚝 솟은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과 우아한
두칼레 궁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림 같은 풍광에 취해 인증샷을 찍고 또 찍었다.
높이 99m의 산마르코 대성당 종탑은 12세기말에 세워져 한때는 감옥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우리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눈앞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베네치아를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떠있는 백조처럼 도시 전체가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평생 이 도시를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예감.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o San Marco)을 방문했다.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San Marco, 성 마가)의 유해가 안치된 성당인데, 산 마르코 광장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실상 ‘베네치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비잔틴 양식으로 지었으나 화재로 인한 복구와 증축 공사를 거치면서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 양식까지 복합된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도 희년에 대비하는 보수 공사가 일부 진행 중인지 좌측 한 면을 공사용 가림막이 내려져 있어 완벽한 인증샷을 찍기에 아쉬움을 더했다.
성당의 정면 파사드 중앙 꼭대기에는 성 마르코 석상과 그 아래에 그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황금빛 사자상, 여러 성인들과 찬사의 조각상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성당 내부는 황금색 바탕의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베네치아의 부와 명성으로 인해 산
마르코 대성당은 11세기에 '황금 교회(Chiesa d'Oro)'라고도 불렸다.
온통 금빛으로 찬란하고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내부는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베네치아를 소개할 때 리알토 다리를 어떻게 빼놓을 수 있는가.
리알토 다리는 산 마르코 광장과 함께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으로 가장 붐비는 곳.
시내 중심부를 S자 형으로 흐르는 길이 4Km의 대운하(Canal Grande)의 중간 부분에 놓인 대리석 다리인데,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운하가 가장 아름답다.
베네치아를 방문하면 나는 무라노 섬 유리공방을 꼭 방문한다. 우리 집 장식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무라노 유리공예품.
이번에도 수상버스를 타고 무라노 섬으로 건너가 유리공예품 공장을 방문하였다.
본섬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곤돌라에 올라 물길 따라 돌면서 베네치아를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싶어 했다.
저녁은 ‘숨겨진’ 로컬맛집 ‘일 파라디소 페르두토’(번역하면 ‘잃어버린 낙원’)를 어렵게 찾아서 해산물 플래터를 시켜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베네치아에서 2박을 하고, 아쉽지만 물의 도시 베네치아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 렌터카를 이용하여 돌로미티를 향했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는 곳.
해무가 드리운 베네치아 앞바다
바다 위에 떠있는 곤돌라가 흔들거리며
금빛 물결을 만든다
내 마음에도 물결이 인다
여기는 꿈의 도시,
꿈을 꾸듯 아침이 열리고
사람들은 광장으로 밀려온다
시간이 나를 멈춰 세우는 곳
그대,
베네치아에 오거든
부디 그 꿈 깨지 마오
베네치아는 꿈꾸는 자들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