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여행기7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 핀란드,
핀란드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무려 7년 연속 1위에 선정된 핀란드에서는 정말 다들 행복한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우선, 나는 행복한지 안 행복한지 답변한 적이 없는데 누가 행복한 나라에 순위를 매겼는지 설명을 하자면, 세계 행복한 나라 순위는 유엔 자문기관인 유엔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UN SDSN)에서 2012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른 내용이다. 갤럽(Gallup)과 옥스퍼드 웰빙 리서치 센터(Oxford’s Wellbeing Research Centre), 유엔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공동 연구하여 세계 150개 이상 국가의 행복 수준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그 결과, 핀란드는 2024년, 7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는 몇 위일까 궁금하실까 봐 적자면 한국은 52위를 기록하였다. 국가별 사람들에게 0~10점으로 행복도를 조사해서 얻은 응답인 주관적 행복도를 기본 행복지표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1인당 GDP와 사회적 지원, 건강한 기대 수명,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이렇게 6가지 객관적 지표를 주관적 행복도를 설명하는 요소로 활용하였다.
객관적 지표가 아닌 사람들이 실제로 평가한 주관적 지표를 표준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최하위권을 차지한 결과는 안타깝다. 어디에서 태어나는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인데 국적이 사람들의 인생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에 무력감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세계행복보고서 전문(pdf): https://happiness-report.s3.amazonaws.com/2024/WHR+24.pdf
UN SDSN 세계행복보고서 웹사이트: https://www.unsdsn.org/our-work/world-happiness-report/
핀란드 친구 마커스에게 물었다. "Are you happy?, 너 행복해?" 이날은 스웨덴 봉사활동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 베네데타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로렌조가 헬싱키로 여행을 와 다같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가 만들어졌고, 테이블 위 중동음식을 먹으며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마커스는 말했다.
“핀란드 사람들이 언급되는 것보다는 그리 행복하지 않을 수 있어. 객관적 평가 지표인 복지나 환경, 경제적 수준, 정부의 청렴도에서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나 정말 행복해’라고 말할 사람은 내가 보기엔 거의 없어.”
나는 그의 말을 반박했다.
“아니, 사람들을 조사해서 주관적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핀란드가 1위를 했다니까?”
그러자 마커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
“그건 핀란드 사람들의 성향과 관련 있을 것 같아. 핀란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는 경향이 있어. 음, 예를 들어 프랑스 사람들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더 나은 것을 요구하고 많은 것을 바라는 프랑스인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거야. (프랑스혁명을 일으켰던 프랑스 사람들은 지금도 끊임없는 시위와 파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에게 행복한지를 물어보면 딱히 불만이 없고 살만한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답할 거라는 거지. 핀란드의 겨울을 봐봐. 해가 뜨지 않는 날도 있을 만큼 어둠이 지속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하겠어. 기후나 날씨도 사람들의 기분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그런 것들은 제대로 고려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설문이 여름과 겨울 중 언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서도 응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해가 안 뜨는 겨울에는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핀란드 사람들은 그저 상황에 적응할 뿐이야.”
*찾아보니 북유럽 국가에서는 SAD라고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 꽤나 큰 이슈이고 관련 논문도 굉장히 많다.
생각해보면 1년 내내 파티나 축제가 열리는, 흥이 넘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핀란드 사람들보다 훨씬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물론 일시적인 기분과 장기적인 행복도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분이 모이면 행복함을 느끼고, 행복함이 모이면 행복한 인생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행복은 모든 사람들의 인생 목표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어하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핀란드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게 어떨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 어차피 못 가질 거라면 눈을 낮춰서 현실에 만족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적어도 염두에는 두고 살아야겠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 다음 편에 이어서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Stan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