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9>
<벌거벗은 세계사 9 : 인류 최악의 전염병과 바이러스>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 이현희 / 송대석, 장항석 / 아울북 (2024)
[My Review MCMLII / 아울북 29번째 리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류는 '전염병과 바이러스'에 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났고, 새로운 질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초등학생도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지식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질병에 대해서 '대처방법'까지도 잘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팬데믹이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올해 '독감대유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침예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장면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가뜩이나 '탄핵정국'이라 대규모 집회를 빈번하게 치루고 있는 요즘인데, 자칫 '대규모 감염'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면 지난 팬데믹 때와는 달리 속수무책으로 전염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다시 한 번 '감염경로'를 상기시키고 '마스크와 손씻기' 같은 위생수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염병'이 대유행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는 기록이 상당히 많다. 고대 로마제국을 멸망에 이르게 한 전염병은 '말라리아'였단다. 이탈리아 반도의 늪지대가 확대되면서 늘어난 인구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결한 지역까지 거주지를 늘려나가는 바람에 모기의 창궐을 방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넓은 지역으로 전염시켰고, 그로 인해서 로마제국은 인구절감으로 인해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했고, 경제도 위축되면서 끝내 멸망했다고 한다. 물론 말라리아가 직접적인 멸망 원인이 될 수는 없었겠지만, 수많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단다.
또한, 14세기 중세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케 한 전염병은 '흑사병 대유행'이었다. 쥐벼룩이 옮기는 '페스트균'에 의해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 '까맣게 죽어가는 병'으로 '블랙 데쓰'로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 전염병의 이름이 '흑사병'이다. 이 질병이 유독 중세유럽에서 기승을 부린 까닭은 '소빙하기(14~17세기)'에 접어들어 기근이 만연해서 면역력이 약해진데다가 기독교인들의 풍습(?)으로 '목욕'을 하지 않고, '하수도시설'이 없어 거리거리마다 똥오줌이 가득한 불결한 환경이 한몫 하였고, 전염병의 원인이 '쥐벼룩'이라는 것을 모르고 쥐들(특히, 곰쥐)이 창궐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또한 '호흡기(비말감염)'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었는데, 질병에 걸리자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치료를 바란다다면서 '교회와 성당'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흑사병'은 아침에 걸리면 저녁에 죽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질병이라서 여러 모로 '중세유럽인들'에게는 치명적인 감염병이었던 셈이다.
한편,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감염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바이러스'는 있었지만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에야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사실 이 독감은 미국 캔자스 주에서 최초로 발병했다. 그렇기에 이름을 굳이 붙이자면 '미국 독감' 또는 '캔자스 독감'이 되어야 할 텐데, 어이 없게도 이 감염병이 대유행하던 시기가 1918년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 때였다. 이 독감의 특성이 초기 증상은 '감기'와 다를 바가 없는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다가 온몸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보이다 심한 고열과 함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독감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국은 전쟁에 참전했고 '독감'에 걸린 병사를 유럽에 파견해 버렸다. 1차 세계대전은 지독한 '참호전'이 펼쳐졌고, 이 참호는 '불결한 환경'으로 최고봉을 찍을 정도로 악명 높았다. 그래서 미군 병사가 옮긴 '독감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 유럽에 퍼져나갔다. 그런데 '전시상황'이었기에 이런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각국 정부는 감추고 있었고, 당연히 언론도 보도할 수 없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에스파냐(스페인)'에서만 이런 대유행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자 전세계는 깜짝 놀라게 되었고, 자국에도 번지고 있는 '독감 대유행'을 스페인 언론을 통해서 보도하기 시작하게 되니, 독감의 명칭을 엉뚱하게도 '스페인 독감'으로 짓게 되었다. 애초에 '스페인'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던 '피해 당사국(?)'인데 억울하게 최초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명명된 것이다. 어쨌든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 5000만 명이나 사망하게 이른 끔찍한 감염병이었고, 감염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조류독감)'이 인간에게까지 전염된 사례로 밝혀지게 되었다.
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0년 뒤, 2009년에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감염경로가 '조류'에서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곧바로 전파되지는 않았지만, '돼지'를 매개로 해서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겨나게 된 셈이다. 이런 일을 계속 발견된다.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최초 발병했는데, '과일박쥐'에게서 '인간'으로 감염된 사례이고, 2003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로 대유행했고, 2012년에는 '메르스'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유행을 했다. 이는 각각 '사스'가 박쥐-사향고양이-인간에게, '메르스'가 박쥐-낙타-인간에게, '코로나19'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박쥐-천산갑 또는 사향고양이-인간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원숭이두창(엠폭스)'으로 알려진 천연두 감염병도 '원숭이-프레리도그-인간'에게 감염전파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은 '인수공통감염'을 기본 매개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서 감염의 원인인 '야생동물'을 멸종시켜야 하는걸까? 그건 옳지 않은 방법이다. 야생동물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말살시켜버리면 당장은 살기좋은 세상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결국 '생태계 균형'이 파괴되어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의 삶'까지 말살시켜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갈 궁리를 해야지 자연환경을 훼손하고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야생동물'과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결국, '인간'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각성을 해야 한다. 80억명의 인구가 지구 곳곳의 터전을 독차지하고 있기에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자꾸 파괴되어 사라진 탓에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밀접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공간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이 '아마존 밀림'을 불태우고 '경작지'로 만들어 경제적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간은 '야생동물'과 따로, 또 같이 살아갈 궁리가 아니라 '야생동물의 서식지'마저 인간의 터전으로 삼고 경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만 하고 있으니, 결국은 살 곳을 잃어버린 야생동물은 자꾸만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넘어오게 되고, 그렇게 '접촉'을 늘려나가다 보니 '인수공통감염 경로'가 활짝 열려 버린 것이다.
이제 인간은 감염병 대유행을 쉴 틈 없이 겪어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잘 넘어갔다. 하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또다시 '새로운 감염병'이 어떤 동물의 감염매개로 삼고 인간에게 질병을 퍼뜨릴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살 곳과 야생동물이 살 곳을 '따로' 격리 시킬 방법도 없다. 지구는 딱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엄청나게 큰데도 인간의 탐욕은 그보다 훨씬 더 크기에 결국 '인수공통감염'이라는 고리를 끊어내고,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인간'이 인수공통감염의 연결고리를 자처해서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추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멸종이 '인간'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있다가 '생태계 파괴'로 인해 한꺼번에 몰살 당하는 대멸종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멸종 당하는 이유도 알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야생동물'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런 비참한 최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