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친한 팀 동료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다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은 나 뻔히 바쁜거 알면서도 자꾸 일 던져주고, 밑의 직원이 고생하는건 관심도 없나봐"
며칠 뒤, 팀장이 조용히 나를 부른다. 팀장은 다짜고짜 인상부터 쓰며 나에게 소리친다.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직접 나에게 말하지. 그걸 팀에 다 소문내고 다니니?"
아뿔사, 나는 팀 동료에게만 이야기한건데, 팀장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갑자기 그 동료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이 올라온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구나 싶다.
위 사례는 실제는 아니고 내가 만든 사례이다. 그러나 살면서 누구나 비슷한 일을 겪어봤을 것이다.
학창 시절, "나는 같은 반 누굴 좋아해!" 이런 말을 친구에게 말하면 다음 날 이미 교실 전체에 소문이 쫙 퍼져있다. 회사에서도 "나 퇴사할까 고민중이야" 이런 말을 하게 되면 금새 소문이 팀에 짝 퍼지게 된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더 이상의 비밀은 없다는 격언도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한다. 가십성 소식들은 더더욱 말하고 싶어한다.
유난히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 있다. 단 1시간도 못 참는 빅 마우스, 입질쟁이 유형이다. 이들에게 말하는 것은 곧 모든 사람에게 소문이 난다는 뜻이다.
예전 회사 팀장이 딱 이런 유형이었다. 팀장에게 뭐라도 이야기하면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임원에게 다 보고되었다. 심지어 와이프가 자동차 부품회사 다닌다는 것, 거기에서 있었던 일들까지 다 빠짐없이 임원 귀에 들어갔다.
나중에 팀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민감한 이야기는 일체 그 팀장에게 말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비밀로 한 것이다. 이처럼 입이 가볍게 되면 그 사람은 중요한 정보에서 제외된다. 사람은 한 두번은 당해도 그 이상은 절대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난히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많다. 말이 많으면 당연히 불필요한 말도 많기 마련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술자리에서 흥에 겨워 대화하기를 좋아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술 때문에 통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남의 비밀까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왜 남의 비밀을 말하는 걸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이런 비밀도 알고 있고, 중요한 정보를 많이 가진 중요한 사람이라는건 자랑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같이 어울리고 싶어한다. 남의 비밀을 매개로 내 자존심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남의 비밀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흔한 연예인 가십거리로만 취급한다. 그러니 비밀을 폭로하는 것에 대해 별로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상대방이 문제 삼아도 "넌 뭐 그런거 갖고 그렇게 난리치니?" 이런 반응을 보인다.
남이 고통을 겪는 것을 속으로 좋아하는 악한 인간들이 생각 외로 많다. 비밀이 폭로됨으로서 그 사람이 망신을 당하고 곤란에 빠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러니 일부로 더 비밀을 폭로하려고 한다.
이건 노력이나 의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평생 말 많고 입 가벼운 사람이 노력한다고 금새 좋아지면 누군들 못 고치겠는가?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굳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말자. 남과 억지로 어울리려고도 하지 말자.
나이가 먹게 되면 이 모든게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 관심사가 타인과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지 고민하게 되면 된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취미를 찾자. 남에게 쏟는 에너지를 나에게 쏟으면 상대방 비밀에 별 관심 없어진다.
내가 이혼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 집 마련을 못해 전세에서 살고 싶다면 그 역시 감추고 싶을 것이다. 누가 이런 것들을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박수치며 웃는다면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면 안된다. 베푼만큼 사람은 돌려받게 되어 있다.
예전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동네 목욕탕을 자주 가셨다. 그 때 연예인들 가십거리를 많이 알기로 유명한 동네 아주머니가 하루가 멀다 하고 그 목욕탕에 온다고 하였다.
그 아주머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실인지 여부는 둔째 치고라도 어디가서 쉽게 듣기 힘든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영양가가 있겠는가? 그 아주머니가 좋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남았을까? 말이 헤프고 주책맞은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게 하는 자리는 가지 말자.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조용히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불필요한 말은 가려서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의 비밀을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말 정도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말이다. 성당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죄를 신부에게 아뢰는 고해성사를 한다. 이 때 신부는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들은 것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게 한다. 서로 간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고해성사우리도 비밀을 철저히 지킬 때 신뢰를 얻게 된다. 관심사를 남이 아닌 나에게 향하면서 조금씩 가치관을 바꾸자. 이 때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