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전 회사 팀장은 전문용어를 수시로 자주 썼다. 대기업에서 왔다는 자부심이 강했고, 어쩌다보니 뜻하지 않게 이런 중견기업에 오게 되었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인테그레이션, PMI, 애드혹(Ad Hoc) 이런 단어를 수시로 썼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면 면박을 주었다.
한 번은 교육 자료를 만들면서 레슨 플랜을 작성해보라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레슨 플랜이 뭐냐고 팀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팀장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교육한다는 사람이 레슨 플랜이 뭔지도 모른다고? 이거 심각한데?"
알고보니 레슨 플랜은 전체 교육 내용을 표로 정리해서 각 파트 별 내용, 소요 시간을 쓴 자료였다.
그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되지, 굳이 자존심까지 건드려가면서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많이 안다는 것, 전문가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정말 그 전문용어가 꼭 필요해서 쓰는 말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물론 의학이나 IT, 법률처럼 전문용어가 많이 쓰이는 분야가 있다. 최근에는 이쪽 분야들조차 고객들에게 쉬운 용어로 전달할 수 있도록 언어를 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굳이 그 단어를 써야만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아닌데 어려운 단어를 고집하고는 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그 팀장은 대기업에서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만족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참 불편하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솔직히 잘 이해되지도 않고, 굳이 왜 저럴까 싶기도 하다. 잘난척 하는 모습이 솔직히 보기 싫기도 하다. 나를 높이고 싶어 하는 행동이 오히려 나를 깎아먹는 것이다.
그러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어느 날 유명한 교육학자 '커크패트릭(Kirkpatrick)'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그 팀장이 말했다.
"나 이 사람 실제로 만나봤는데 그 때 그 할아버지가 가족들도 데리고 왔었어. 제임스 패트릭, 찰스 패트릭...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네"
그 떄 나는 속으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커크 패트릭이 아니라 그냥 커크패트릭이다. 성이 커크패트릭이고 이름은 도널드이다. 그걸 팀장은 성을 패트릭, 이름을 커크로 이해했던 것이다. 과연 이 사람이 커크패트릭을 실제로 만나본 건 사실일까? 의심이 들었다.
답은 간단하다. 보통 사람의 눈에서 말하는 것이다. 이게 절대 내 수준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아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섯 살 아이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도 복잡한 개념을 쉽게 말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아는 개념을 쉽게 말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채권 최고액까지 근저당을 설정해서 변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싶을 것이다. 이걸 쉽게 말하려면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돈을 빌릴 때는 못 갚을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자기 재산을 걸어야 해요. 이걸 저당 잡힌다고 하지요. 수시로 돈을 빌릴 경우, 그 때마다 저당을 잡히는건 번거롭고 힘들지요. 그래서 큰 금액의 자기 재산을 저당 잡히면 그 한도까지 수시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그게 바로 근저당이예요.
이렇게 설명하면 여섯 살 아이는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열 여섯살 청소년부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풀어서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친절이다.
상황을 바꾸어서 내가 병에 걸려서 의사에게 처방을 듣는데, 의사가 영어 필기체로 쓱쓱 갈겨쓴 종이를 내밀면서 "이게 바로 병의 원인입니다. 엔자임 이상으로 크로모좀에 문제가 생긴거지요. 아시겠지요?" 이러면 어떻겠는가? 크로모좀이 아니라 무좀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항상 내가 이런 입장에서 반대에 선다면 기분이 어떨지 먼저 생각하고 말해보자.
내가 일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깊게 공부하는 것은 정말 좋은 모습이다. 그렇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공부할 때 은퇴 이후에도 전문성을 갖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관심이 너무 지나쳐서, 혹은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에 일상 생활에서도 그 단어를 남발한다면 이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도리어 잘난척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등등 좋지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해도 충분히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그게 오히려 내 지식을 보여줄 수 있는 더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