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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없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시나요?

긴장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석 달 전에 마카오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두 남자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다보니 이 녀석들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과자 사달라, 컵라면이 먹고 싶다 등등..여행 중에 조용히 글을 써야지 생각했던건 말도 안되는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느끼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튜어디스에게 컵라면을 부탁해서 받았는데, 조금 뒤에 와이프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왜 쭈구리처럼 두 손을 모으고 머리까지 숙이면서 컵라면을 받아?
거지가 적선받는 것도 아니고"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내가 그런 자세로 물건을 받는다는 사실을.. 내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 짧은 시간 속에도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거절에 대응하는 자세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하는 분이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민원창구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극과 극의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민원인들은 불만이 이미 가득차 있는 상태에서 동사무소를 방문한다.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는 수준의 분노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직원이 규정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는 순간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것처럼 분노를 직원에게 날린다고 한다. 민원인이 동전을 던져서 맞은 적도 있고, 친척이 행안부 차관인데 너 짜르겠다고 신뢰도 0의 엄포를 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안되는 이유를 끝까지 젊잖게 들으시고 수긍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똑같은 거절의 상황인데도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젊잖은 사람에게는 지금은 처리가 안되더라도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어진다고 한다. 나중에 상황이 달라지면 공무원이 먼저 전화해서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호의에 대응하는 자세


상대방이 호의를 베푸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이 말을 하기 전에 어떤 것이 호의일지 생각했으면 한다. 조금 전 예에서 스튜어디스가 컵라면을 나에게 준 것은 과연 호의일까 아닐까? 나는 돈을 지불하고 컵라면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호의가 맞을까? 단순한 거래일까?


경제학의 관점에서라면 거래가 맞다. 돈을 지불하고 컵라면을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래는 호의가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거래관계라고 우리가 상대방을 막 대해도 되는것은 결코 아니다. 호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좋은 뜻이다. 굳이 거래관계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정중한 자세는 거래관계이던 아니던 다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행기에서의 나처럼 쭈구리 같은 저자세로 물건 받는것은 바람직한 모습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항상 당당함을 유지하자. 죄진게 있는것도 아니고 내 권리 받는 것인데 내가 숙이고 초라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전혀 없다. 허리를 펴고 눈은 상대방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두 손으로 받자. 그게 당당함과 공손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세이다.




물건을 주고 받을 때는 이렇게 하자.


나도 모르게 왜 쭈구리처럼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아서 물건을 받은걸까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회사에서 위축되어 있는 내 심리상태가 삶의 전반에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빨간색 경보등이 내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물건을 주고 받을 때는 아래 자세를 취하자. 당당함과 공손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두 손으로 받자. 아무리 후배 직원이 건네는 물건이라도 받는 것은 두 손으로 받자. 인간 대 인간 관계에서는 존중이 필요하다.


- 악수를 할 때는 손만 걸치지 말고 손을 잡자. 스킨십을 통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처럼 너무 꽉 잡거나 상대방 손바닥을 긁지 말고 그냥 정중하게 잡으면 된다.


- 항상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자. 우리나라는 상대방 눈을 쳐다보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감의 첫 단계는 상대방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상대방이 사장이건 임원이건 쫄지 말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일종의 기싸움이기도 하다.


- 큰 소리로 말하자. 그리고 또박또박 말하자. 웅얼거리거나 끝을 흐리거나 하지 말고 내 의사를 분명하게 전하자.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때로는 밀어 붙일줄도 알자.


-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지 말자. 상대방 눈을 쳐다보면서 고개는 빳빳이 들고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고맙다고 말하자.


-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자. 사람은 당황하면 말이 많아지게 된다. 필요한 순간에 내가 말을 하고 싶을 때 내 타이밍에 말하자.




정리하며


나는 여행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 한 장 찍어달라는 말도 잘 못한다. 길을 몰라도 쉽게 잘 물어보지 못한다. 그런 성격이 물건을 받을 때 저자세로 나오게 하지는 않았을까? 남에게 뭘 부탁하는걸 꺼려하기에 어쩌다가 남이 무엇을 주면 당황하고 미안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축되지 말자. 모르는 것은 당당하게 물어보고 필요한 것은 당당하게 요청하자. 반대로 생각해 보자. 누가 나에게 길을 물어봤을 때 기분이 나빴는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기분이 나빴는가?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훈련소에서 첫 휴가 나온 군인이 애인한테 전화한다고 폰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기꺼이 빌려줬던 기억이 난다. 상대방은 무리한 요청이 아닌 다음에야 절대로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자.



친절하되 늘 당당함을 유지하자. 그래야 착하면서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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