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직장인 생존방법
마지막 6부에서는 아래 3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13. 원만하지 않은 대인관계 극복하기
14. 일을 잘 시작하지 못하거나 끝내지 못하는 것 고치기
15. 주변 소음 때문에 집중력 잃지 않는 방법
ADHD인 사람들은 이 말을 하는 것이 괜찮은지 아닌지 주변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지 못할 때가 많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친구가 오랜만에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이제 늦은 시간이라 저녁식사 준비도 해야하고 하루 정리도 필요해서 집주인이 슬슬 눈치를 줄 때
"이제 나도 저녁식사 준비하러 부엌에 가봐야겠어"
"오, 잘됐다. 나도 배고팠는데. 여기서 저녁 먹으면 되겠네"
ADHD인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내 기분대로 대답하게 된다.
당연히 친구들 사이, 직장 동료 간에는 눈치없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시간이 지날수록 왕따가 되고 고립되기 쉽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ADHD인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늘 구박받고 미움받다 보니 혼자 지내는게 더 편한 것이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말과 행동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결국 많이 해보고 틀려봐야 배운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꾸 접촉하자.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식사하고 술 마시라는것이 아니다. 자꾸 피하려고 하지 말고 한 마디라도 더 말하고 접촉을 늘리라는 뜻이다. 결국은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직장에 있다면 꼭 조언을 구하자. 나와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고 나를 오랜 기간 지켜본 사람이면 좋다.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내가 말할 때, 행동할 때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해달라고 부탁하자. 쓴소리를 해도 되니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직장 상사 중에 매의 눈을 가진 과장이 있었다. 대인관계 때문에 고민하던 나는 그 분께 나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내가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면 바로 지적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 분은 정말 솔직하게 짚어서 이야기해 주었다.
"다른 사람이랑 말할 때 자꾸 반말을 쓸 때가 있어"
"왜 수시로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다녀? 그렇게 너를 낮출 필요 없어"
"여직원들도 있는데서 스포츠 얘기만 하니까 여직원들이 지루해 하잖아"
"사람 앞에서 그렇게 팔짱 끼고 말하는거 별로 좋은 모습 아니야"
"쓰레기통에 물건 버릴 때 휙휙 던지지 마"
그 외에도 그 분께 받은 쓴소리는 30개는 될 것이다. 이런 피드백은 나도 모르는 내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저하지 말고 믿을 수 있고, 기꺼이 나를 위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직장 동료에게 조언을 요청하자.
열 번 잘해줘도 한 번 못하면 그 사람은 나쁜 이미지로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겪는 나쁜 경험 하나는 좋은 경험 열 개보다 더 강렬하게 인식된다고 하였다. 그만큼 기분 나쁜 일은 머릿 속에 오래 각인되는 것이다.
이전에 돈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한 경험, 누군가가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망신줬던 기억,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과 큰 소리로 싸웠던 기억은 평생 동안 잘 잊혀지지 않는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비싼 저녁을 사주고 커피를 사주고, 퇴근 길에 차를 태워줬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부탁한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보고를 망친 일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마다 싫어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땀냄새 등 악취에 민감한 사람도 있다. 자기 허락 없이 조그만 사무실 비품을 쓰는 것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팀장도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고 절대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대인관계의 출발점이다.
같은 팀 안에는 유난히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두루두루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사귀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하자.
만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른 팀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친해진다면 그 방법을 따라해보면 좋다. 사람들은 식사를 같이 하며 친해지기 때문이다. 생일을 꼭 기억하고 챙기는 모습이 있다면 이 또한 따라해 보면 좋다. 누군가 내 생일을 알고 축하해 주는 것은 곧 나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말할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화제를 삼거나 싫어하는 주제는 피하는 센스를 보고 배우면 좋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예전에 미국 동부로 교환학생을 갔던 경험이 있다면 미국 동부를 주제로 뉴욕 양키즈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야구팀 이야기를 하거나 브로드 웨이 관광 등을 화제로 삼는 것이다.
혹시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 흉볼 때 칸막이 안의 누가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한참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쓱 지나가서 무안했던 적은 없었는가? 항상 주변을 먼저 살피자.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이게 얼마나 걸릴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실패와 그로 인한 상처가 ADHD가 있는 사람들을 짓누른다. 과연 이번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것이다.
소요시간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고 일을 체계적으로 구분해서 각 단계 별 일정을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일이란 거대한 빙산 덩어리로만 보이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아래와 같다.
내 눈 앞에 백두산이 펼쳐져 있다면 그 높이에 압도되어 쉽게 오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에 어디까지 코스를 정해서 거기까지만 달성한다고 목표를 잘게 쪼개면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게 된다.
만약에 26년 중장비사업부 예산안 수립 이런 거대한 일이 주어진다면 압도될 것이다. 그러나
9월에는 25년 실제 비용 사용액 취합
10월에는 25년 경영실적 분석
11월에는 예산안 1차 수립
12월에는 예산안 최종 수립
이렇게 잘게 쪼개서 접근하면 더 수월하게 느껴지고 부담이 덜 할 것이다.
수많은 일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면 그 중 센 놈부터 패는 것이다. 센 놈이 쓰러지면 그 밑의 No.2, No.3 들은 쉽게 쓰러뜨릴 수있다.
어떤 녀석이 최종 보스인지 찾아서 그 놈부터 깨부시자. 조무래기들은 천천히 제거해도 된다. 걔네 늦게 처리한다고 내 신상에 문제되지 않는다.
최종보스를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 팀장 또는 임원이 시킨 일
- 마감기한이 코 앞에 닥친 일
- 안 하면 여러 사람이 피해보는 일
이 세 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치고 들어오면 하던 일 멈추고 최종보스를 처치하자. 다만 지금 하는 일을 어디까지 했는지 잊어버리면 안되니 히스토리를 기록해 놓자.
하루 중에 집중이 가장 잘되는 시간은 언제일까? 보통 오전 9시에서 11시, 오후 2시에서 4시를 꼽는다. 오전 9시 ~ 11시는 출근 직후로서 하루를 시작하는 차분한 감정으로 일을 한다. 오후 2시 ~ 4시는 점심식사 이후 졸린 상태에서 벗어나 집중력이 강화된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기획성 업무를 많이 하자. 그 외 비용처리, 전화연락 같은 운영성 업무들은 집중시간을 피해서 하는 것이 좋다.
ADHD인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절대 하면 안된다. 하는 일마다 족족 망하기 쉽다.
예전에 교육 안내문 만들면서 동시에 교재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 두 자료를 동시에 출력하다보니 교재에 안내문이 들어간 채로 제본된 적이 있었다.
이메일 보내면서 전화 받다보니 이메일 내용에 전화 응대 내용을 그대로 써서 보낸 적도 있었다.
집중력이 약한 ADHD인 사람들은 절대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퇴근길 지하철 안이다. 여기에도 다양한 소음이 밀려온다. 큰 소리로 전화받는 아주머니, 술이 거나하게 취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세 명의 아저씨들, 이어폰을 낀건지 만건지 듣고 있는 노래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도 모르는 대학생.. 이 세상은 온갖 소음의 향연이다.
ADHD인 사람은 소음에 민감하다. 나는 특히 전화소리에 민감했다. 누가 큰 소리로 전화하고 있으면 못 참고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어떻게 하면 소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인터넷에 있는 글을 찾아보니 귀마개를 하라, 이어폰을 껴라, 조용한 집에서 재택근무해라 등 조언이 보인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귀마개나 이어폰을 낄 수는 없다. 사무실에서 튀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재택근무도 많이 축소되어 이제는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되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 만약에 누가 복도에서 시끄럽게 전화를 받는다면 거기에 써붙여라. 여기에서는 조용히 전화하라고
- 마우스나 키보드 소리가 거슬리면 가서 정중하게 부탁해라. 조용한 제품을 써달라고
이건 직접 이야기해야 상대방도 알고 조심하게 된다.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꾹꾹 참으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보다는 직접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빠르다.
만약에 직접 이야기하기 힘든 상대라면 총무팀에 부탁하자. 공론화해서 전사 캠페인으로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ADHD를 위한 15가지 해결방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을 쓰다보니 일부 해결책은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각 문제들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연관성이 있기에 해결방안도 비슷한 내용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ADHD는 질병이 아니다. 그냥 성격적 특성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 일하는데 있어 남들보다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둘 것이라면 모를까, 계속 다녀야 한다면 좋아지는 수밖에 없다. 좋아질 수 있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하나씩 신경쓰면서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한번에 좋아질 수는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나무에 올라가다 미끄러져 내려가다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몇 번 이걸 반복하다보면 수없이 미끄러졌음에도 땅에서 엄청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장애물을 만났다고 멈춰서서 포기하지 말아라.
넘을 때까지 도전하라.
(마이클 조던 : 미국의 농구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