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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안 가려구요

걔랑 저랑 너무 안 맞아요

by silvergenuine

셋째 출산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이 조리원은 얼마나 있을 거냐고 물어보신다.

"저희는 조리원 안 가고 바로 집에 올 거에요."

"왜 조리원을 안 가요? 조리원에서 푹 쉬고 회복을 해야지."

"전 조리원이 갑갑해서요, 신생아 떼어놓는 시스템도 싫어하구요. 24시간 모자동실 하면서 모유수유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는 조리원이 잘 없고, 아기 실컷 보려면 아기랑 집에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2주 정도 있다가 오는 것이 필수 코스인 것으로 인식이 퍼져있는 요즘이다.

12년 전에 첫 아이를 낳을 때도 산후조리원 문화가 당연시되던 때라서 나도 예약을 못할 새라 출산예정일에 맞춰 병원에 연계된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했었다.

천신만고 끝에 자연분만에 성공하고 아이를 품 안에 안아본 감동도 잠시, 아기는 신생아실에, 엄마는 병실에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너무 서운했었다. 회음부 통증으로 제대로 앉지도 못했지만, 하루에 3번 있는 모유수유 시간만 기다리며 병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산 후 3일 째 되던 날 퇴원 수속을 하고, 병원에 연결된 산후조리원으로 이동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아기는 신생아실에, 엄마는 엄마방에 따로 배치되었다.

엄마가 아기 없이 쉬게 하고, 신생아실에서 집단으로 신생아들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병원과 산후조리원의 운영 방침인 것 같다. 산모들도 신생아 돌봄과 살림에 대한 부담 없이 오로지 자기 몸 회복에만 집중할 수 유일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조리원을 이용한다. 조리원을 이용해본 산모들이 “조리원 천국! 강력 추천!”을 외치니 출산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조리원에 가는 것이 산모의 권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아기의 입장을 생각하면 엄마들 마음에 안쓰러움이 없을 수가 없다.

엄마 뱃 속을 떠나자마자 신생아실에서 낯선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정해진 모유시간에만 엄마를 접할 수 있다. 그마저도 분유 먹고 푹 잠들어 있으면 아기는 엄마를 보지도 못하고 잠만 잔다. 그러다 깨어보면 이미 또 엄마는 없고 . 산후조리원의 1~2주 동안 좀 적응했다 싶었는데, 집에 오면 서툰 부모의 손길과 환경에 다시 적응 기간을 가져야 한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엄마는 푹 쉬었을까?

남들은 조리원이 좋았다고 하는데, 난 아니었다.

일단 내 아기가 너무 그리웠고 하루 2시간 정도 허용된 모자 동실 시간이 너무 애틋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모유를 실컷 먹일 수도 없었고, 기저귀 가는 것도 너무 서툴기만 했다. 어서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갖고 싶었다.

또 당시 조리원에 있으면서 괴로웠던 것은 6월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산모복에서 나는 빨래비누 냄새였다.

몸조리를 이유로 에어컨을 제대로 가동할 수도 없던 환경에서 땀은 계속 나고, 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두꺼운 산모복에서는 숨을 들이마시기가 싫을 정도로 눅눅한 냄새가 났다. 하루 2번씩 산모복을 갈아입어도 6월의 실내공기와 내가 흘리는 땀의 시너지는 그 자체로 나를 지치게 했다.

그럼에도 조리원에 계약한 날짜만큼은 있으면서 몸도 회복하고, 아이 돌보는 방법도 좀 배우고 나와야지 하고 버텼는데, 결국 2박 만에 조리원을 박차고 나오고야 말았다.


산후 조리를 이유로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여 애착 형성과 적응 기간을 미뤄두는 것이 조리원의 방식,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원인 해소 없이 마사지 같은 온갖 서비스들을 해결 방안으로 내밀어 상품화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불합리와 부자연스러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3화 모유수유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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