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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인상, 누가 진짜 담배를 내려놨을까

남성은 줄었고 여성은 그대로?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by 사람인척 Mar 21. 2025

편의점 앞에서 멈칫하던 한 남성이 기억난다. 계산대 위엔 담배 한 갑, 손엔 지갑, 그리고 점원이 건넨 말 한마디. "4,500원이요." 이전보다 훌쩍 뛴 가격에 담배를 내려놓던 그의 모습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을지 모른다. 2015년,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인상되던 해였다.

그 후로 흘러간 시간 동안, 우리의 흡연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남성은 끊었다 —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98년 66.3%에 달했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20년 34.0%까지 낮아졌다. 절반 가까운 변화다. 특히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을 기점으로 남성 흡연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격 부담이 선택을 바꿨다는 분석이 많다.


여성은? 멈춰 있었다 — 20년 넘게 6%대

같은 기간 여성 흡연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1998년 6.5%에서 2020년 6.6%. 이 수치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숨어 있는 여성 흡연자들

여성의 경우 사회적 시선이 흡연을 감추게 만든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흡연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응답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공식 통계보다 실제 흡연율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의심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금연이 아니라 이동 — 전자담배로의 전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연구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이후 전자담배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남성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에서 6.3%로, 여성은 0.3%에서 0.9%로 증가했다. '금연'이 아니라 '다른 담배'로 바꾼 것이다.


두 가지 다? 중복 사용자도 증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남성은 2013년 1.8%에서 2018년 5.7%, 여성은 같은 기간 0.2%에서 0.8%로 증가했다.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게 피우는 쪽으로 흐름이 바뀐 것이다.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담배 판매량은?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담배 판매량은 2014년 이후 평균 4%씩 감소해왔지만, 2018년엔 -1.5%, 2019년엔 -0.7%로 둔화됐다. 2020년엔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겉으로는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선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었던 셈이다.


금연 정책, 여성은 어디에 있었나

많은 금연 정책은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여성은 금연 시 체중 증가나 감정 변화, 사회적 낙인 등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하다.


한편 담배 업계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꾸준히 해왔다. '슬림', '멘톨', '라이트' 같은 단어는 부드럽고 가볍다는 이미지를 주며 흡연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정책이 머뭇거리는 사이, 산업은 움직였다.

무엇을 더 봐야 할까

담배값 인상이 흡연율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성별에 따라 크게 달랐다. 가격이라는 단일한 수단만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줄 수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들


✅여성 대상 금연 프로그램 확대

✅전자담배와 중복 사용자 통계 개선

✅맞춤형 금연 전략 수립

✅흡연 유도 마케팅 규제 강화


숫자만으로는 다 보이지 않는다. 통계 뒤에 있는 사람들의 선택, 그 선택의 이유, 그리고 놓치고 있는 목소리까지 함께 봐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담뱃값은 올랐지만, 정책은 아직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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