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은 나에게
유월,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불어오는 저녁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 산책길은 하루를 마감하고,
내 안에서 생각이 많았던 일들이 무엇인지 머릿속에서 하나씩 꺼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을 일들은 노트를 꺼내 그게 무엇이였는지 적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 위에 부드럽게 떠 있다. 내 마음도 파란 하늘처럼 드넓고, 구름처럼 새하얘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순수했던 마음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금세 짙은 그림자로 물들어갔다.
상처와 실망을 몇 번 겪고 나니, 어느새 마음은 낯선 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한 번 닫히고 나면 다시 열리는 데 오래오래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내 마음이 다시 파란 하늘처럼 투명해지려면, 아마 수많은 시간이 더 지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 마음을, 천천히 이해될 때까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해되지 않고, 왜 그런 일이 있어야만 했는지 되짚어봐도 알 수 없는 일들뿐이지만—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그저 천천히,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기로 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오늘이라는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하루를 살면서, 이 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매일을 조금 더 잘 살아내고 싶다고,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도 그랬고,
지금처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하루는 조용히, 너무도 쉽게 흘러가 버린다.
그래서 요즘 따라 더 간절하게, "이 하루를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어떤 하루가 내게 만족스러울까?
1.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전 공복으로 동네를 걷기
2. 드레싱 없이 간단한 샐러드, 삶은 달걀, 우유 한 잔으로 아침 챙기기
3. 책을 30분 읽거나, 브런치에 글 한 편 써보기
4. 출근길에는 K-pop 말고 CBC 라디오 듣기
5. 회사에서는 귀찮다는 핑계로 피했던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 하기
6. 잠깐 머리를 식힐 때는 인스타나 네이버 뉴스 대신, 디자인 자료 수집하기
7. 점심시간엔 잠깐이라도 햇볕 아래 걷기
8. 퇴근 후에는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는 이유로 폭식하지 않기
9. 저녁엔 40분 이상 빠르게 걷기
10.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한 일들과 짧은 글 남기기
이렇게 살아낸 하루라면, 비록 대단한 일이 없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고,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하루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바라본 나무들이,
오늘은 유난히 사랑스럽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