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한국에 다녀온 뒤 연재를 한동안 쉬었더니 글의 방향도, 나도 잃어버린 거 같았다.
잠시나마 한국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왔음에도 한국에 한 번씩 다녀오면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라기보다, 내가 한국에서 만난 내 곁에 좋은 사람들과 보낸 대화와 웃음, 함께 거닐던 공간과 그날의 순간순간의 장면이 내 머릿속과 마음에서 흐려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독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알림이 왔다.
그 메시지는 마치 나에게, "이제 다시 캐나다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에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직도 선명한데, 나는 그 기억들을 천천히 정리하고 싶어 글을 쓰기로 했다. 시차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던 새벽, 조용히 노트북을 열었다.
제주에서 가족들과 머물렀던 시간들, 그 기억들을 꺼내 써 내려가는 일이, 내 마음속의 감정들을 정리해 주는 과정이 될 거 같았다. 그리고 그 글이 나를 다시 일상으로 데려다줄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머물던 어느 날,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아침을 먹으며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나는 왜 캐나다에 갔을까?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엄마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 슬픈 표정을 짓는 나에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수진아, 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엄마도 네가 여기 있으면 참 좋지. 하지만, 드넓은 나라에서 자유롭게, 네가 원하는 걸 해“
그 말엔 멀리 있는 나를 붙잡고 싶은 마음보다, 내 삶이 더 넓고 단단해지길 바라는 깊은 응원이 담겨 있었다.
엄마도 분명, 하나뿐인 딸이 먼 나라에 있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으시겠지.
엄마는 늘 그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반대하지 않으셨다. 내가 미대에 가겠다고 그림을 그리며 새벽에 집에 들어올 때도, 말없이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분. 직장생활을 잘하다가 갑자기 캐나다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셨던 엄마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손을 흔들며 걸어 들어서던 그 순간부터— 다시 내 자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시차 적응도 끝나기 전에 출근을 해야 했다. 머리는 무겁고 오랜 비행 탓에 온몸은 무거웠지만, 아빠가 챙겨주신 홍삼을 먹고 힘을 내기로 했다.
다시 예전처럼 고속도로를 달려 출근길에 오르려는 순간 브런치스토리의 알람.
내 글에 댓글을 단 @sulove 작가님;
나에게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내가 정말이지 말을 예쁘게해서 내 글이나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라고 쓴 댓글과 글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을 물었을 때 친절한 조언과 공감해 주신 @윤기작가님, 몸도 마음도 무거웠던 출근길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듯했다.
연이어, 내 ‘제주도’ 이야기를 반가워하며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의 반응에 나는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계속 써도 될까?” “내 글이 너무 개인적인 건 아닐까?” 혼자 조용히 고민하던 요즘,
늘 응원의 메시지를 아낌없이 건네주는 작가님들이 계셔서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부족하지만, 한동안 쓰지 못했던 글을 조금씩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들 :)
달리는 차 안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바람, 공기마저 산뜻하게 느껴졌다.
캐나다로 돌아오니, 연둣빛이었던 나무들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고, 빽빽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도로 사이로 펼쳐진 맑고 파란 하늘은 마치 내가 다시 돌아온 걸 반기는 듯했다.
조금은 어수선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