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린다면 넌 그때의 우리를 무어라 말하고 싶니
그때의 너를, 지금의 나를
어느 한 순간으로 데려가 준다.
서로에게 남긴 상처의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대화가 이렇게 실타래처럼 엉켜 있진 않았을 것이다.
이미 묵직하게 엉켜버린 실타래는 풀지 못한 채, 조용히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누구도 먼저 그 매듭을 풀지 않은 채 시간만 길게 흘러갔다.
나는 그게 두려웠다.
어긋난 일들을 풀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무관심하게 흘려보낸 것.
이제는 서로를 향한 관심마저 사라지고, 그 속에서 사라져 버린 우리.
한때 찬란했던 순간도 기억 속에서 오래전에 빛을 잃었다.
그러다 어느새, 그 순간으로 데려가 주던 기억마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의 순간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부디 아픔과 슬픔으로만 남지 않기를.
그 시간 속 웃음과 눈빛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빛나기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가 있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 우리는 동네에서 자주 만나던 동네친구였다. 새벽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서로 좋아하는 신선한 꽃을고르고, 한강 고수부지에서 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새로운 전시가 열리면, 가고 싶은 사람이 티켓을 샀고, 전시가 좋으면 두 번도 함께 찾아갔다. 그림을 그리던 친구였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 누구보다 슬퍼했던 친구.
가끔은 책을 여러 권 골라 캐나다로 보내주며
“너라면 좋아할 거야”라던 친구.
내가 한국에 가는 날이 정해지면, 함께 가고 싶은 장소와 맛집을 리스트로 만들고 D-day를 손꼽아 기다려 주던 친구. 직접 쓴 캘리그래피를 액자에 담아 선물하고, 나를 기억하라며 키홀더와 작은 카드지갑을 건네며 환하게 웃던, 마음이 따뜻한 친구였다.
그 친구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행을 함께 가고 맛있는 것을 나누며, 외로울 때면 언제든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 거라 믿었다. 그건,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만의 확신이었다.
그 친구와의 연락이 끊어진 지도, 이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였을까. 타이밍이 엇갈렸던 걸까.
혹은 연락을 했다가 응답받지 못하거나, 거절당할까 두려워 나도 조심스레 멀어진 걸까.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나는 먼저 연락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쩌면 친구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냈는데,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할 때가 올까. 아니면, 그때의 우리는 그저 좋은 친구였고, 그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걸까.
Just as I am,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