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너 또 왔구나.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찾아온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벼랑 끝까지 나를 몰아넣으며 일을 하고, 모든 날을 무언가로 꽉꽉 채워 넣으려고 한 결과인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 계속 찾아온다는 것과 그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
아주 어쩌다 한번씩 찾아오는 거라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지만, 몇 달을 주기로 찾아오다 요즘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괜찮아, 좀 만 쉬면 다시 또 괜찮아질 거야.
쌍둥이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적이 있다. 굳이 ‘산후‘를 붙이는 게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다 같이 힘든 육아시기를 겪었지만, 나에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있는 듯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복직을 하고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코로나 때 시작한 북클럽을 통해서 정말 많이 느끼고, 울고, 그리고 위로받으며 나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었다.
그런데 아이들도 웬만큼 크고, 일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데 왜 나는 주기적으로 무기력해지는 것인가.
호르몬의 변화일 거라고, 어서 나를 힘들게 하는 호르몬이 그만 나오길 바라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과연 능사일까.
어느 심리학자였는지 정신과 의사였는지가 한 말이 요 며칠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인생을 살 때 본인이 가진 에너지 중에 100%를 다 쓸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일 그렇게 살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그걸 극복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질 않게 됩니다. 너무 애쓰지 마세요.
이 말을 듣고 뭔지 모를 감정이 가슴 속으로 흘러들어 오더니 내가 가진 모든 채널을 다 꺼버렸다.
‘책 읽어야 하는데..’
‘정리해야 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주말 동안 최소한의 말만 하고 지냈다. 그리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누워있었다.
오늘은 다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책을 읽으려나 하고 가방에 넣어왔지만 읽지 않는다. 창밖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기분이 나름 좋고 나에게 조용한 안정감을 준다.
오늘은 나의 70프로만 쓰기로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