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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 접시, 타국에서 피어난 이웃사촌의 인연

흰 살 생선 전

by rufina


금요일 저녁,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그녀는 우리가 한국에 살 때 이웃사촌이자, 남편의 회사 동료였던 미국인 친구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쯤에 살았기에 종종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동네 편의점 앞에 앉아 술 한잔 하며 수다를 떨곤 했다. 또, 우리가 여행을 갈 때면 개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우리 개를 돌봐주기도 했다.


우리가 한국을 떠날 무렵, “우리 이러다 다시 이웃사촌 되는 거 아니야?!”라며 웃으며 농담하던 날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노르웨이 출신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기에, 우리 둘 다 마음 한편에 담아둔 바람이 담긴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말이 씨가 된 것처럼, 우리가 한국을 떠난 지 1년 뒤 그녀는 노르웨이로 시집을 갔다. 참 신기하고도 따뜻한 인연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이웃이 되었다. 물론, ‘이웃’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집과 우리 집은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도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다시 이웃이 된 것 같았고, “또다시 이웃이 되었네.” 하며 서로 웃곤 했다.


지난주, 그녀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남편이 주말에 집을 비우는데, 우리 집에 놀러 와도 되겠냐고 했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셋이서 다시 뭉치자는 이야기였다. 남편과 나는 주저 없이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녀가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어떤 음식을 준비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했다.

한국에서 함께했던 명절이 떠올랐다. 매년 명절이면 우리 집에 초대해 육전과 생선 전을 함께 먹었고, 그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생선 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녀가 오기 전, 나는 부엌에서 전을 부쳤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생선을 뒤집으며, 자연스레 그 시절이 떠올랐다. 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지고, 조용한 주방에 기분 좋은 설렘이 깃들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다시 마주 앉아 전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처럼 웃고, 편안했고, 마음이 놓였다. 전을 먹으며 명절의 외로움을 달래던 그 시절처럼, 이 낯선 땅에서도 그리움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타국에서 부치는 전 한 접시에, 그리움도, 웃음도, 추억도 함께 담아낸다. 멀리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이고, 친구이며, 따뜻한 식탁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사이(Sei), 낯설지만 익숙한 흰 살 생선


‘사이(Sei)’는 대구과에 속하는 흰 살 생선으로, 북유럽 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어종이다. 영어로는 ‘폴락(pollock)’이나 ‘코울리(coalfish)’로 불리며, 대구보다 색이 진하고 맛은 조금 더 고소하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생선을 구이, 찜, 수프, 피시 앤 칩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한다.


노르웨이의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사이를 보통 냉동 필레나 냉동 통살 형태로 판매한다. 이미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상태로 급속 냉동되어 있고, 크기별로 나뉘어 포장되어 있어 가정에서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신선한 생선 코너에서도 볼 수 있지만, 대개는 냉동식품 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이(Sei) 생선 전 레시피


재료:
사이 400g, 밀가루, 계란 3개, 소금, 식용유


만드는 법:

1. 재료 손질하기
조금 덜 해동한 사이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닦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밀가루와 계란 입히기

생선 조각에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계란 3개를 풀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밀가루 입힌 생선에 계란 옷을 입힌다.


3. 부치기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 약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4. 완성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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