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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한가득, 생일 선물

양고기 김치찌개

by rufina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어젯밤 손님을 초대한 뒤 남은 김치가 딱 먹기 좋게 익은 걸 보고, 냉동실에 있던 양고기 다짐육을 꺼내 새로운 조합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김치찌개는 남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다. 특히 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반면 나는 김치찌개를 썩 즐기지 않는다. 특히 참치가 아닌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더더욱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 내 입맛 탓에 남편은 김치찌개를 자주 먹지 못했다. 데이트할 때도 딱 한 번 식당에서 함께 먹었고, 결혼 후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만 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문득, 남편 생일 선물로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돼지고기를 사서 넣으려 했지만, 남편이 양고기로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며 흥미를 보였다.

‘그래, 남편이 하자고 했으니까. 맛이 없으면 자기가 다 먹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처음으로 양고기 김치찌개에 도전했다.


먼저 팬에 양고기 다짐육을 볶기 시작했다. 곧 특유의 누린내가 코를 찔렀다.
‘큰일 났다. 이 냄새 어쩌지? 먹을 수는 있으려나…’
걱정이 밀려왔다. 냉장고 속 미림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스푼 넣어봤지만, 냄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요리를 중간에 멈출 수는 없었다. 그대로 김치를 넣고 볶다가 육수를 부어 끓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국물이 자작해질 무렵, 냄비 위로 김치찌개의 구수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마침 퇴근한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오호, 맛있는 냄새나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을 차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과 마주 앉았다.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씩 떠먹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다! 이거 은근 중독성 있는데?”
남편이 감탄했다. 우리 부부는 그날 저녁, 냄비 한가득 끓인 김치찌개를 말끔히 비워냈다.


남편의 생일을 위해 끓인 김치찌개.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김치찌개를 끓여줘야겠다고.





양고기 김치찌개 레시피 (2~3인분 기준)


재료

신김치 1.5컵, 양고기 다짐육 200g, 물 3컵, 동전육수 2개, 다시마 1조각 (5cm 정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참기름 1큰술, 국간장 2큰술, 간 마늘 2작은술, 미림 1큰술 (선택), 고춧가루 1큰술, 앙파 반개

만드는 법

1. 육수 및 재료 준비

냄비에 물 3컵을 붓고 동전육수 2개와 다시마를 넣는다.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5분 후 건져낸다.

약불로 10분 정도 더 우려 육수를 준비한다.

양파를 채 썰어 준비한다.


2. 고기 볶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양고기를 넣는다.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볶는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난다면 미림 1큰술을 넣어 잡내를 잡는다.


3. 김치 볶기

볶은 고기가 있는 냄비에 신김치를 넣고 고춧가루를 더해 볶는다.

재료가 눌어붙지 않도록 물을 약간 추가한다.


4. 끓이기

준비한 육수를 고기와 김치가 들어 있는 냄비에 붓는다.

채 썬 양파를 넣어준다.

김칫국물(선택), 국간장, 간 마늘을 넣고 간을 맞춘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15~20분 정도 끓인다.


✅ 팁

양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참치로 대체해도 좋다.

김치가 너무 시다면 설탕 아주 약간을 넣어도 괜찮다.

익은 김치일수록 맛이 더 깊어진다.


양고기김치찌개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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