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6. 동행

by 수수

새로운 집은 팔 것이 많았다. 앤틱 가구, 소품 천지였다. 문수는 제일 먼저 여자 집주인이 죽기 전 앉았던 원목 의자부터 팔았다. 시중에는 구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나 1,300,000원에 올렸다. 그러나 좀처럼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문수는 판매내용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목(木) 기운에 좋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연락이 한 통 와 있었다.


[사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문수는 지하주차장 경비실에서 찾아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원목 의자를 지하주차장 경비실 앞에 놓았다. 그러자 보안팀원 한 명이 나와서 문수에게 말을 걸었다. "중고거래 하시려고요? 이거 저희가 책임질 수도 있는 거라 직접 집 앞에 두시고 차량 번호 저희한테 불러만 주세요." 문수는 황당했다.


여기 관리비가 400만 원대라는데 이것도 못해줘? 순간 문수의 표정이 아이언을 쥐고 있던 그날처럼 서늘하게 변했지만, 금세 문수는 미소를 띠며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의자를 집 앞 현관문 앞에 두었다.


그리고 구매자에게 현관에서 찾아가라고 다시 말해야 했다. 성가셨다. 이 모든 게. 관리비가 비싸면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귀찮아진 것 투성이었다. 낡은 구식 아파트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쓰레기라도 대신 버려주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차량 입출 차단기만 열고 닫기만 했다. 하는 게 뭔지, 원.


백삼십만 원이 생긴 문수는 최소한의 경비만 사용하고 집주인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숨 죽이며 기다렸다. 집주인 남편만 없애면 이 집을 3개월 동안 누릴 수 있으리라.


드디어 남편의 귀국 날이 되었다. 오후 3시. 현관문 카드 찍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수는 주방에서 드라이버 골프채 하나를 꺼내 부엌 귀퉁이에 숨어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쾅. 쾅. 남편의 발망치 소리인지, 문수의 심장박동 소리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주방에 다다르자 갑자기 남편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이, 정말. 이 사람이. 이거 먼지 탄다고 항상 닫아 놓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열려있던 거실에 골프채 가방으로 향한 남편, 그리고 문수는 그 틈을 노려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빗나갔다. 그리고 남편이 고개를 돌려 문수를 확인했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이러시는 거예요? 여보, 여보! 경찰에 신고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남편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문수는 마치 남편의 그 모습이 골프공 같았다.


"너의 회사 번영을 위해 목 기운 많은 곳으로 데려다줄게."


문수는 다시 한번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그리고 고요하게 휘파람을 불며 읊조렸다. "나이스샷."

또 한 번 흰색 가벽에 피가 튀었다. 문수는 이번엔 재즈가 아닌 휘파람을 불며 사체를 처리하고는 가벽에 튄 핏자국을 지웠다.


멀리서 보면 벽 색깔에 비해 매니큐어 색이 더 밝아서 티가 좀 나지만, 가벽을 자세히 볼 사람은 없으니까. 아니, 문수만 이 집에 있으니까. 상관없었다.


부부를 모두 처리하고 나서 찾아온 고요에 문수는 거품 목욕을 했다. 어떤 와인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와인 냉장고에 있던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와서 병째로 마셨다. 몸이 스르르 녹는 듯했다. 이것이 문수의 진짜 삶이었지, 지금까지는 다 거짓말. 7년형? 그냥 하늘이 내려준 시험 같은 거라 여겼다.


그러나 이 고요는 지속되지 않았다. 보안팀에서 인터폰 호출을 했다. "404 호시죠? 예전에 슈퍼카 한대가 집 보러 온다고 들어왔었는데, 나가질 않고 있어서요." 문수는 철렁했다. 아, 김성진 차를 여기다 주차해 놓고 시간이 한참 지났네. 생각도 못한 부분이었다.


문수는 곧장 대답했다. "차량 안 나갈 거예요. 주차비 관리비에 청구해 주세요."라며 담담하게 대답 후 인터폰 호출을 먼저 끊었다. 더 이상 보안팀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얼레벌레 관리비에 청구하고 넘어갈 생각인가 보다. 보안이 너무 허술하다. 그게 이 집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슬슬 1,300,000원의 경비가 떨어져 갈 때쯤,

현관문 카드를 찍고 들어 온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큰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방학이 시작한 딸인 듯했다.


딸은 물었다.

"누구세요?"


골프채는 저 멀리 있다. 그 찰나에 이 여자가 도망쳐서 문수의 신분이 노출되면 큰일이었다. 문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머니, 아버지 여행 가신 거 아시죠? 잠깐 집 청소 도우미 구하셔서 집 청소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지금 좀 쉬고 있었어요."


문수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동공이 확장되더니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는 현관에 캐리어를 그대로 둔 채로 한 발짝, 한 발짝 문수에게 다가왔다. 문수의 얼굴에 바짝 얼굴을 맞댄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김금자 죽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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