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에 유의하세요(1)

엄청난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요

by 유카이리아

<아티스트 데이트> 4주차에는 내가 시작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던 과제가 하나 있다. 요즘 지락실3에서 미션 겸 벌칙으로 등장하며 다시 제기되는 디지털 디톡스. 그런데 다소 특이한 제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독서까지 금지!


보통 스마트폰을 줄이고 가서 책도 좀 읽으라고 하는 게 디지털 디톡스 아니었던가? 물론 <아티스트 웨이>에게도 이유는 있다. 중요한 건 외부의 미디어 인풋을 일체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순수한 감각과 내면의 생각으로 침잠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TV도,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책도 내게 자극을 제공할 수 없다면 하루 24시간을 무얼로 다 채울 수 있을까?


당시 나는 디지털 디톡스가 간절했다. 잠들어 있는 시간을 빼곤 전부 스마트폰과 함께였다. 스크린타임 10시간은 당연히 가뿐히 넘었고, 17~8시간도 심심치 않게 사용했다. 유용한 도구로서 사용한 것도 아니다. 즐겁지도 않은 모바일 게임과 너무 많이 보는 웹소설과 끝없는 인스타와 트위터 스크롤링으로 인해 루틴을 하거나 외출하는 시간까지도 점령당했다. 하루 중 명료한 정신으로 살아 활동하는 시간은 당연히 없었다. 돌이켜 떠올려 보면 그런 멍함이 당연한 평소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내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었는지 보여주는 편린이라 할 법 하다.


다음 주 과제에 디톡스가 있는 것을 보고 나는 '한 번 싹 리셋하고 들어가면 깔끔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예전 몇 번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한 적이 있었고, 왠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잘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다르겠지, <아티스트 웨이> 실천의 일환으로 하는 거니까!


준비


스마트폰에 잠금 앱을 깔았고(예전에 한참 사용해서 우회법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인지적으로 한 번 막아주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일주일 동안 정말로 아무런 긴급 연락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으니, 일부 놀이 앱을 잠갔다(급할 때만 쓰겠지, 아마). 활동 자체가 깊이 심심할 때 무엇을 발견하는지 알아차리라는 의도니까 따로 계획을 잡아두지는 않는다(그럴싸하지 않은가?). 그런데 '디톡스를 하면서 책을 읽지 말라'의 뜻이 외부 미디어로부터의 노이즈를 차단하라는 의도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금지인 거지? 영화는 보면 안 될테고. 하지만 연극은? 노래나 음악은? 가사 있는 노래는 안 되고 오케스트라는 될랑말랑하고 asmr은 되는, 뭐 그런 걸까? (아, 모르겠다. 대충 하자.)


첫째 날


조금 더 생각해봤다. 새로 자극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을 보면, 아마 이전 기록을 정돈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 추천 대체 활동으로 책장 정리나 주방 정리, 옷장 정리도 있네. 이전에 북마크해두고 쌓여만 가던 정보를 정리하는 것도 충분히 허용 범위 아닐까? '절대 아무것도 읽지 말라'고는 하지만, 레시피북이나 책등이나 사용설명서, 간판까지도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마 글을 쓰는 용도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건 인풋이 아니잖아. 음악 감상도 추천 목록에 있다. 내가 LP판이나 라디오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를 트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니 그것도 괜찮을 테다.


루틴도 수정이 필요했다. 공부와 독서는 허용되지 않아서 아침 시간을 조금쯤 허전하게 보냈다. 스트레칭 하고(유튜브로 스트레칭 영상을 틀었다), 명상을 하고, 모닝 페이지를 쓰는 정도가 다였다(또, 루틴도 스마트폰 앱을 사용).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청소를 좀 해야지' 떠올렸다. 설거지를 건드려 보다가 엄마 곁에서 채소를 다듬었다. 청소기도 좀 돌리고.


일주일 동안 할만한 일들도 이리저리 상상해 보았다. 북마크만 해 두었던 링크, 맛집 정보, 꿀팁 더미를 뒤져 지도에 저장할 것은 그렇게 하고, 기한이 만료되었거나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것은 지우고,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해 보았다. 수 시간이 걸렸다. 가족과 대화도 했다.


둘째 날


늦게 일어나서 허전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아침 루틴을 다 끝내고 나니, 친구와 만나는 외출 일정 시간이었다. 오후에 만나 밤까지 떠들고 먹고 돌아다녔다. 각자 가진 스티커 파일을 가져와서 뒤적거리고 교환하며 놀았다.


셋째 날(낮)


요리도 하고 산책도 해 볼까 생각했지만 영 기운이 없었다. 정해져 있던 짧은 외출만 다녀왔다. <아티스트 웨이>의 스크랩 과제를 하나 했다. 종이와 풀로 꼬물거리는 건 오랜만이라 재미있었다.


게으르게 보내는데, 어쩐지 냉장고 문을 자꾸 열었다 닫았다, 딱히 끌리지도 않는 음식을 계속 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마치 용건도 없는데 핸드폰 화면을 자꾸 키고 재미도 없으면서 스크롤링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즐겁고 새로운 활동이 없던 것도 아니고 지난 이틀은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모종의 강력한 징조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아티스트 웨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창조성 활동


묻어둔 꿈을 찾는 연습

(...)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해보는 연습이기 때문에 재빨리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를 내야만 잠재적인 억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내면의 검열관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다.


1. 재미있을 것 같은 취미를 다섯 가지 적는다.

2. 재미있을 것 같은 강좌를 다섯 가지 적는다.

3.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해볼 엄두는 나지 않는 일을 다섯 가지 적는다.

4. 갖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재주를 다섯 가지 적는다.

5. 예전에 즐겁게 했던 일을 다섯 가지 적는다.

6.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바보스런 일을 다섯 가지 적는다.

(pp. 160-161)




-브런치북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는 2025.1.12 ~ 2025. 4. 21간 수행한 <아티스트 웨이>의 실천 기록을 응집하고 정제한 에세이 형태로 연재됩니다.

-더욱 생생한 날 것의 기록이 궁금하거나,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정말로 창조적인 예술가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로 놀러 오세요.


-오늘의 주제를 담은 원형 포스팅은 여기서 찾아볼 수 있어요!

-표지 이미지는 tvN '뿅뿅 지구 오락실3'으로부터,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12/0000711109 에서 재인용.



keyword
이전 07화가상의 인생과 바꿔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