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에서 교훈 찾기
준비부터 삼일 차 낮까지의 일화.
외부로부터의 인풋을 최대한 제거하고 내면에 집중하는 <아티스트 웨이>의 디톡스. 디지털뿐만 아니라 책도 읽지 않는다. 꼼수와 정석, 외출과 각종 활동으로 시간을 나름 즐겁게 보낸 3일 차까지의 기간. 그런데 나는 무엇을 유의하라고 말하는 걸까? 이 이야기는 모든 게 나름 괜찮게 갔다고 생각한 3일 차 밤, 2부인지 졸속 완결인지 모를 전개를 맞이한다.
자극원을 안 받는다고 결심했는데, 노트북으로 시청하는 실시간 경기는 못 참았다. 경기 다 보고 '그래도 재밌었다'하고 루틴 하고서 잠들었더라면 차라리 괜찮았겠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어딘가 홀린 것처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잠금 설정을 아예 풀어 버렸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산발적인 기록과 뻔한 생활 방식으로부터 짐작하자면 웹소설을 몇 권쯤 정주행 하고,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쌓인 유튜브를 보다가, 나중에는 재미도 없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트위터나 인스타 스크롤링을 도저히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 뻔하다. 단 맛 간식을 잔뜩 주워 먹고 막상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없었으리라. 다음 날 아침 10시에 일어나도 잠이 부족했다. 당연한 말을, 새벽 4시에 잤잖아!
디톡스 셋째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이 디지털 폭주를 멈춘 것은 그로부터 4일이 지난밤이었다. 멈췄다기보다는 멈춰 세워졌다고 해야 적절하지도 모르겠다. 두통과 눈의 쑤심이 너무 심해져서, 빛을 아예 못 보겠다 싶게 되어서야 그만두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잠들고도 1시간 후에 또 깼다. 두통 때문이었다. 목과 어깨를 한참 풀어주고 나서야 겨우 불안정하게나마 긴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꽤나 오래 기존 루틴과 모닝 페이지 같은 건 손도 못 대서 그 바로 다음 모닝페이지를 쓴 날짜는 그다음 주 수요일, 일기는 같은 주 금요일이었다. 뼈아픈 대가였다. '사실 다시 돌아오기 쪽팔렸다'라고 모닝페이지에 썼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이번 디지털 폭주는 두려울 정도였다. 중간중간, 나는 분명 내 충동과 상태를 바라보고, 바라보면서 제어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폭주는 이미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어나고 있다는 듯 내 뜻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의지로 멈춰 보아도 우습다는 듯 재개했다. '술을 마시는 스스로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어린 왕자>의 술주정뱅이처럼, 폰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져서 스크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번 디톡스를 하지 않았더라면 기존에 수행하던 루틴이라도 간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후회해도 이미 지난 일. <아티스트 웨이>를 따라가는 사람으로서는 참담한 실패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라는 대로]의 연구자로서는 어쨌거나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쌓은 셈 아닌가? 실험을 한다면 예상대로의 결과보다 예상외의 결과가 더 중요한 발견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것도 같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대로 될까?' 이번 관측의 결론이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 전면적인 디톡스를 수행하면, 내게서 역기능적 탐닉과 강한 중독이 나타난다'였을 뿐이다.
일단 결과가 나왔으니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변수를 조정해 가며 여러 번 실험한 것이 아닌 고로 정확한 원인까지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재미있고 게을러도 되는 인풋을 아예 끊으려 하면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 그 부작용에는 인내력 소진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식습관, 수면 습관, 기타 생활 습관과 여가 사용이 두루 포함된다는 것, 그렇게 견딜 수 있는 시간은 2~3일 정도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실용적인 방식으로도 접근해 보았다. 어떻게 하면 과제에서 의도한 효과는 얻으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번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참고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계속 대안을 찾으려 하며(외출, 냉장고 들락날락) 충동을 억누르다가 강한 욕구가 폭발했다는 것(즉, 대안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와 무관하게, 금지된 대상에 대한 충동을 소거할 수 없었다는 뜻), 그리고 첫 충동이 사그라들었을 때조차 이미 행위 자체가 자기 동력이 되어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할 일이 생기면 '엥 싫은데요'부터 나오고, 과거 내가 세운 규칙도 '그걸 내가 왜 지켜야 하지?' 되묻는 반골 기질, 나를 바꾸려면 조금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 이를테면 매일 사용 가능 시간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거나. 사용 가능한 시간에는 철저하게 놀면서, 약간 질린 기분이 들 때쯤 저절로 멈출 수밖에 없게 만든다거나.
성공적이었다! 그 사이, 나는 3년 넘게 쓴 폰에서 새 폰으로 갈아타면서 얼떨결에 기기가 두 대가 되었다. 새로 생긴 주 기기에는 놀이 앱을 전혀 연동하지 않고 옛 기기는 하루 사용 시각을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아침과 밤 루틴 시간에는 폰을 잠그자 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하루 두 시간만 놀이폰이 풀려난다. 놀이와 일반 사용을 겸하는 인스타그램 등의 앱이 문제였다. 나중에 각 앱의 사용 가능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보완했다. 그러니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자꾸 밀려서 불만이 일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풀림 날로 정해, 아침과 밤 루틴을 제외하고는 일절 계획도 세우지 않고 놀았다. 위에 언급했던 실시간 경기나 유튜브 영상은 자꾸 봤다. 일정한 시간에 반복되는, 아주 좋아하는 콘텐츠는 허용했다. 제어되는 게 핵심이지, 시간을 극단적으로 긴축하는 건 목표가 아니니까. 유튜브는 점점 더 순하고 부드럽거나 교육적인 쪽으로 취향이 바뀌어 감에 따라 별도로 해결책을 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지막 모바일 게임에 질려서 지워버린 이후, 이제는 두 시간의 풀림 시간마저도 다 쓰지 않는다. 이 글을 밤 9시 2분에 쓰고 있다. 풀림 시간은 밤 8시부터 10시다. 그날그날 보는 놀거리 목록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일로 건너온 것이다. 심심해서. 이걸 다 쓰고 나서는 다시 웹소설을 읽겠지만 10시엔 멈추게 되어 있다.
그리고 네가 무엇을 따라 하고 있든, 네 본체는 그 실천 목록 그 자체가 아니라 [하라는 대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실험자로서, 너는 실패하지 않아. 된다는 대로 안 되어도, 하라는 대로 못 해도, 아예 기록하기를 잊어버린다고 할지라도.
하라는 대로 했는데 된다는 대로 안 된다면 그건 새로운 발견. 하라는 대로 못했다면 그 실천이 내게 맞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기록하기를 잊는다면... '늘 하던 기록조차 하지 못했다' 자체가 하나의 주요 데이터 아니겠어?
너는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거나,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될 거야.
표지 사진의 출처는: Unsplash의 David Bruwer
-브런치북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는 2025.1.12 ~ 2025. 4. 21간 수행한 <아티스트 웨이>의 실천 기록을 응집하고 정제한 에세이 형태로 연재됩니다.
-더욱 생생한 날 것의 기록이 궁금하거나,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정말로 창조적인 예술가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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