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잘 치니 달리기가 달라졌다.
얼마 전 원데이 러닝 클래스에서 강사 분이 강조했던 사항은 한 가지였다.
"팔치기를 잘해야 잘 달릴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말이 생소하긴 했다. 팔은 그냥 자연스럽게 흔들어 주는 거였고, 달리는 건 결국 다리가 하는 거라 근력 운동을 해도 다리 위주였고, 달리고 난 다음에도 힘든 건 다리였지 팔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습 다음날 혼자 달려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연말이라 저녁에 약속이 있어 점심에 헬스장에 들러서 트레드밀을 타는데, 그래도 어제 배운 게 있으니 한번 써먹어보자는 심산으로 열심히 팔꿈치를 뒤로 보냈다.
처음에는 안 하던 동작이라 그런지 어깨가 좀 긴장됐고, 팔을 뒤로 보내는 게 영 힘이 더 들었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어색한 그런 상황이었다. 계속 어깨에 힘을 풀려고 심호흡도 하고 팔도 풀었다 달렸다 하다가 이 건 나에게 안 맞나 보다 하고 포기하려다가 어느 순간 팔치기가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왜지? 하고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을 더 내밀고 있었다.
가슴을 내밀고 어깨를 뒤로 약간 젖히니 어깨 회전 반경이 조금 더 넓어졌고 자연스럽게 뒤로 팔을 치는 게 더 쉬워졌다. 대학시절 스파르타 단기 속성으로 국가대표 상비군 강사에게 자유형을 배울 때 강사가 말하던 '어깨가 열려야 팔을 더 멀리 보내고, 물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뭔가 균형이 좀 맞은 듯해서, 원래는 600 페이스로 6km 정도만 뛰려고 했는데 속도를 올려봤다.
페이스를 430으로 올리고 앞서 달렸던 것처럼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히고 (정확히는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달려봤다. 신기하게 뭔가 균형이 더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430으로 1~2km만 뛰고 다시 530으로 낮추려고 했는데 왠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3km를 큰 불편 없이 뛰었다. 더 신기한 건 보통 페이스 올려서 뛰고 나면 고관절이나 무릎 옆 근육이 조금 뻐근한데, 이상하게 부담이 별로 없었다.
기분 좋게 뛰고 나서 몸을 풀고 있는데 어제 러닝 클래스에서 알려주셨던 강사님을 만났다. 마치 새로운 걸 터득한 아이처럼 신이 나서 강사님에게 인사하고 방금 전 이야기를 했다.
"강사님, 어젠 사실 팔치기를 잘 이해 못 했었는데요. 오늘 가슴을 더 내밀고 어깨를 젖히고 뛰다 보니 신기하게 뛸 때 힘이 덜 들었고 페이스를 더 올려도 부담이 덜 했어요!"
"회원님은 어깨를 움츠리신 상태에서 달리셨어서 어깨를 펴고 견갑골을 열고 달리시는 게 확실히 효과가 있으셨을 거예요. 아까 뛰시는 것 봤는데 저번보다는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대신 어깨에 계속 힘이 들어가는 것 같으니 힘 빼기 위해 계속 풀어주면서 달려주세요."
괜히 기분이 좋아 더 달리고 싶었지만, 오후에 할 일이 있기에 부랴부랴 씻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집에 와서 궁금함에 이것저것 찾아봤다. '왜 팔치기를 잘하면 달리기가 편해질까?'
러닝에서 팔은 단순한 ‘시계추’가 아니다. 팔은 몸의 회전(토크)과 균형(안정성)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① 회전력(Angular Momentum) 안정
다리가 앞으로 나갈 때 생기는 회전력이 상체를 비틀고, 이때 팔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력을 상쇄한다. 팔치기가 없다면 몸이 자꾸 흔들려 추가적인 근육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팔치기를 통해 균형이 맞춰지면서 추가로 힘이 덜 든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② 수평·수직 안정 트러스
팔은 상체 무게의 약 10% 밖에 안 되지만, 팔을 무겁지 않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의 회전과 진동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한다. 사실 1번 하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① 팔치기는 그냥 앞·뒤 움직임이 아니다
팔의 움직임은 앞에서 뒤로 당기는 힘(backward drive)이 핵심이다. 앞으로 크게 흔드는 것은 과도하게 상체를 들어 올리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유발한다.
② 뒤로 치는 팔은 추진력과 연결
뒤쪽으로 팔꿈치를 강하게 밀어 넣으면, 상체 근육(광배근, 승모근)이 활성화되고 그 동력이 몸 전체 앞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한다. 즉, 팔을 ‘앞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뒤로 ‘쏘면서’ 반작용으로 몸을 앞으로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① 무게중심이 위로 들림
앞으로 팔을 크게 휘두르면 어깨·승모근의 긴장을 유발하고, 상체가 위로 들림으로써 다리와 하체가 하는 힘을 불필요한 상체 안정에 빼앗기고 이런 움직임은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
② 몸의 축을 흐트러뜨림
팔이 앞쪽으로 크게 나가면, 중심이 흔들리고 몸의 프론트 체인(front chain)과 백 체인(back chain)의 협응이 깨지면서 리듬과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좋은 러닝 자세를 요약해 보면, 미세한 앞으로의 Lean, 몸 전체가 앞쪽으로 향하되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기울이고 팔은 어깨 중심에서 뒤로 쏘듯 자연스럽게 손은 가벼운 주먹, 어깨는 귀에서 멀어지도록 이완 팔은 몸의 중앙선을 넘지 않도록 직진 운동하는 것이다.
이 조합은 앞뒤 흔들림을 줄이고, 횡방향 진동 최소화 힘이 다리→몸통→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가 된다.
그렇게 하면 다리만 힘으로 버티는 러닝 →몸 전체의 역학적 효율을 살린 러닝으로 실제 경험했던 것처럼 관절 충격 감소, 심박의 높은 증가에도 체감 피로 감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팔치기를 신경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문제다. 신경을 너무 앞쪽 어깨에 집중하면 승모근↑, 목 견인↑ 되어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고 긴장된다. 이를 막기 위해 러닝 클래스 때 강사분은 이런 방법을 설명해 주셨었다.
① 숨을 길게 내쉬기
코로 흡기 → 입으로 “하—” 길게 내쉬기. 내쉴 때 어깨가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면 긴장이 준다.
② 손의 힘을 먼저 줄이기
손을 “감자칩 하나 쥔 느낌”. 손에 힘 빠지면 팔 전체, 어깨까지 이완된다.
③ 목이 길어지는 상상
“머리꼭대기에서 줄로 매달린다”라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힘을 빼보면, 어깨가 자동 완화 된다.
사실 위에 언급한 팔치기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실제 마라톤 선수의 달리는 모습을 봐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꼭 이 방법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신 생각을 해보자. 내가 달릴 때 팔 자세가 어떤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을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했는지.
누군가는 펀런을 외치지만, 난 이왕 하는거 잘 달려보고 싶고,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그러려면, 조금 귀찮을 수도 있지만 더 공부하고, 더 내 달리기를 되돌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