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완 다르길 바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사교육비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영어유치원, 방과 후 영어, 원어민 회화까지… 선택지는 많지만 모두가 선택할 수는 없다.
우리 집은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학원도 최소한으로 다닌다. 그 대신 집에서 영어를 어떻게든 함께 해보려 애쓴다.
특히 영어는 고민이 많다. 수학은 풀고 채점하면 되지만, 영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부터 막히기 때문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만의 방법을 소개해본다.
우리는 영어를 ‘과목’으로 배웠다. 알파벳, 문법, 단어 시험… 하지만 아이에게 영어가 그렇게 시작된다면,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어는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영어를 배운다. 홈스쿨링이 아니라면 엄마표/아빠표 영어는 놀이와 대화와 함께하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노래를 틀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는 따라 하려면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Let it go를 좋아한다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함께 불러보자.
"Let it go~ Let it go~"
"와, OO이 이 노래 잘 부르네, 그다음 가사도 같이 불러볼까? 다음은 OO이 따라 해볼까?"
"OO이 Let it go란 뜻이 뭔지 알아? 이 부분은 ‘그냥 잊어버려’라는 뜻이야. 우리 오늘 놀이 시간 다 끝나면 'Let it go!' 해볼까? 잊고 새로 시작하는 거지!"
이렇게 하면 노래는 놀이가 되고, 놀이가 언어가 된다.
요즘 아이가 빠진 게임은 브롤스타즈. 캐릭터마다 개성 넘치는 대사가 있다. 이걸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라 해 보자.
예를 들어:
"This is too easy!"
"Time to get constructive!"
게임 속 모습을 따라 하며 이 말을 언제 쓰면 좋을지 말해준다.
그리고 반복한다. 예를 들면,
"OO아, 너 이거 좀 열어줄 수 있니?"
"This is too easy!"
이렇게 해보자. 아이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에 맞춰 그 캐릭터의 대사로 바꿔보면 좋다.
캐릭터별 대사를 정리해 봤다. 당연히 인터넷이나 GPT로 검색하면 아주 많은 자료가 나온다.
1. Shelly (셸리)
"Let's go kick some butt!"
→ 직역은 과격하지만, 아이에겐 "우리 이겨보자!" 식으로 긍정적 의욕 표현으로 풀어주면 좋다.
게임 시작할 때, 놀이 시작할 때 같이 외치기 좋아.
"No one beats the Shelly!"
→ 자신감 표현! 자기 이름 넣어서 바꿔서 말해보자.
"No one beats the OO!" (자존감 키우기에도 효과적)
2. Colt (콜트)
"This is too easy!"
→ 게임이나 퍼즐을 풀었을 때 함께 말해보면 좋다.
뭔가 쉬운 걸 잘 해냈을 때 따라 하게 유도.
"I make this look good!"
→ 자신감 있는 말투를 배우기에 적합.
미술 숙제나 춤출 때 같이 해보자.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익힘.
3. Jessie (제시)
"Build and brawl!"
→ '짓고 싸우자'라는 뜻. 놀이 블록 할 때도 같이 써볼 수 있어.
"Time to get constructive!"
→ 건설적일 시간이야! 블록 쌓기 놀이 시작할 때 함께 외치면 좋아.
4. Leon (레온)
"Don't blink!"
→ 눈 깜빡이지 마! 빠른 순간에 쓰는 말.
숨바꼭질할 때나, 집중 유도할 때 써볼 수 있음.
"You can't see me!"
→ 숨어있을 때 아이가 말하면 재밌고 실감 나지.
영어 숨바꼭질 놀이: “Ready or not, here I come!”
5. Bibi (비비)
"You got juiced!"
→ 나한테 당했지! 약간 과장된 승리 표현. 흥미 유발에 좋음.
"Let’s settle this beef!"
"Time to move to the boombox groove!"
만약 브롤스타즈에 심취한 아이라면 workbook을 만들어서 해볼 수도 있다.
간단히 GPT에게 요청하면 만들어 준다.
'브롤스타즈로 아이와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workbook을 만들어 줄래?'
아래는 내가 만든 workbook이다.
https://chatgpt.com/canvas/shared/68057467b2b48191a8fde684fb7fd292
그리고 또 하나, 온 가족이 아는 캐릭터 슈퍼마리오!
여기에도 쉽고 재밌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Here we go!"
유명한, 마리오가 점프하거나 모험을 시작할 때 하는 말인데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기 전에 같이 외쳐보자.
“OO야, 우리 미끄럼틀 타기 전에 ‘Here we go!’ 외치자!”
"Let's-a go!"
마리오 카트를 시작할 때 나오는 대사인데 집에서 장난감 자동차 놀이할 때 "Let's-a go!"로 시작해 보자.
"It's-a me, Mario!"
슈퍼마리오 게임에서도, 영화에서도 나오는 표현인데 거울 앞에서 흉내 내며 자기소개 연습하기에 써보자. "It's-a me, 엄마!" 하면서 가족끼리 번갈아가며 이름 넣어보면 자연스럽게 자기소개 형식도 익힐 수 있다.
이런 문장은 억양이 과장돼 있어 따라 하기도 쉽고 재미있다.
영어는 한국어처럼 평조가 아니라, 높낮이와 리듬이 있으니까, 마리오처럼 말하는 건 듣고 말하는 감각을 익히는 데 아주 유익하다. 이런 ‘놀이 속 반복’이 언어의 감각을 만들어준다.
말하기로 긴 문장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의사소통이 아닌 잘 짜인 대화를 하기 위해선 글쓰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면 글쓰기는 시간을 갖고 구조를 만드는 훈련을 해볼 수 있고, 그 훈련을 통해 실제 말하기 할 때 드는 시간과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와는 종종 이런 식으로 스토리 텔링 활동을 한다.
"만약 우리 동네에 외계인이 온다면 어떨까?"
"그 외계인은 무슨 말을 할까?"
"우리 집에 왔다면 우리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지?"
이렇게 영어로 짧은 글을 만들어본다. 아이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묻고, 나는 설명하거나 그림을 같이 그려서 도와준다.
예시:
Title: The Alien at Our Door
Sentence 1: One day, a green alien came to our house.
Sentence 2: I said, "Hello! Do you want some pizza?"
Sentence 3: The alien said, "Yum yum! I love Earth food!"
이 글은 웃으면서 쓰지만, 어느 순간 아이가 ‘said’, ‘came’, ‘want’ 같은 기본 동사를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말로도 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만든 시간 자체가 영어보다 소중한 추억이 된다.
아이의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건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 함께 부르고, 따라 하고, 만들어 가는 언어가 될 수 있다.
내가 모든 걸 가르쳐줄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가 영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