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떨리는 자대배치
KATUSA TRAINIG ACADEMY의 약자이다.
당시 카투사 교육생들은 총 6주간 교육을 받게 되는데 KRTC 3주 과정과 후반기 3주 KTA 과정으로 나눠어
교육을 받게 되며, 두 번의 영어시험과 체력테스트 통과 후 자대 배치가 결정된다. 카투사도 육군의 복무기간과 같기 때문에 훈련소 생활부터 만기병장 제대까지 총 26개월(1995년 군입대 기준) 동안 군복무를 한다.
훈련병일 때는 군생활에 대한 고통과 탈출에 대한 욕심으로 빨리 자대 배치를 받는 게 좋아 보이고 그래야 좀 더 편할 것 같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착각이다. 자대에 가면 전부 내 위의 선임으로 내가 졸병으로 소위 짬이 찰 때까지 본격적인 고생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카투사 교육대에서 총 6주간 (어쩔 때 휴일이 많을 경우 좀 더 연장이 될 수도 있다)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은 그 기간도 군복무 기간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병'을 그만큼 덜 할 수 있다. 카투사야 기수 체제로 하니 함께 자대배치 되므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이게 큰 것이다. 자대 가서 더 군생활을 오래 할 것이냐 교육받으면서 더 오래 군생활을 할 것이냐? 어느 편이 더 나을지는 경험해 보면 알 것이다.
3주간의 KRTC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미군의 일상에 대해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고 비록 영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는 면이 있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 초미의 관심사인 어느 부대로 갈지 더 쉽게 말해서 어느 부대로 뺑뺑이로 돌릴지가 남은 군생활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같은 동기라 하더라도 약간의 경쟁심(?)도 서로 생기고 동기를 넘어서야 좋은 주특기, 좋은 부대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카투사 교육을 받으면서 있으면서 2번의 영어 시험과 2번의 체력단련 테스트가 있는데 이게 모두 아주 중요하다.(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군복무기간이 줄어들면서 KRTC 3주 과정이 없어지고 바로 KTA 3주 과정으로 변한 것으로 알고 있다.)
ALCPT (American Language Course Placemten Test)
ELT (English Languge Test)
쉽게 말해 기본 영어 테스트와 군사 영어 테스트라 보면 된다. 나는 ALCPT는 그래도 괜찮게 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주특기도 나름 잘 받은 것 같고 '71L' (행정병이다. 주특기에 따라 영어 교육도 따로 받는다. 누구는 전공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체력단련 테스트는 PT(Physical Test)로 총 3가지의 종목으로 점수를 매겨 합격 or 불합격 (Pass or No pass)으로 구분되는데 불합격이면 아주 치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카투사 교관이든 미군 교관이든 경멸적인 무시와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심게 하여 매우 큰 결격 사유가 된다. (한국군으로 원복을 당할 수도 있는 그 정도의 매우 중대한 문제)
Sit up (윗몸일으키기)
Push up (팔 굽혀 펴기)
2 Mile run (3.2km 달리기)
이 중에 Sit up과 Push up은 2분 동안 시행하는 횟수를 통하여 점수를 매긴다. 테스트를 할 때 미군 교관이 1대 1일 감독을 하는데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카투사들의 테스트를 감독하며 우리는 그들을 짐승{?)이라고 표현하며 치를 떨었던 적이 있었다.
만약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머리가 제대로 닿지 않거나 팔이 어깨선과 일치라든지 매우 깐깐하게 보기 때문에 그야말로 FM (Field Manual)대로 해야 한다. 어쩌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체력훈련에 진심이고 운동화에 운동복을 입히고 제대로 시켰는지도 모른다.(PT Test는 자대에 가서도 계속되는데 마찬가지로 떨어지거나 점수가 낮으면 정말 갈굼이란 세상 갈굼을 다 당한다. 카투사들도 미군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영어는 한수 접어도 체력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고 힘들게 몸을 만든다.)
이러한 체력검정은 병무청 홈페이지의 카투사 모집계획 맨 아래 기타 유의사항에도 명시되어 있다.
# 카투사 모집
※ 기타 유의사항
ㆍ 카투사 지원은 1회에 한함(접수취소자 및 신체검사 불합격자는 재지원 가능)
ㆍ 지원서 작성 시 어학성적 관련사항을 정확하게 확인하여 기재하시고, 접수기간 중 성적 유효기간 만료가
우려되는 사람은 미리 지원하시기 바랍니다.(해당 어학시험기관에 조회하여 어학성적이 불일치하거나
유효기간이 경과되어 조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선발에서 제외됨)
ㆍ 카투사에 최종합격했다 하더라도 입영 전 범죄조회결과 집행유예를 포함하여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카투사 합격이 취소됩니다.
이 사진은 실제 95년도 KTA 사진을 찍었던 것을 올린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어 귀하다.
겨울철인데 야상을 벗으란다.....
캠프 험프리스에서 들어온 지 4주 차 정도 됐을까? 우리 아래 기수가 KRTC로 들어온다고 했다. 아직 자대 배치받기 전이지만, 왠지 밑에 후임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반가움과 안도감이 드는 건 뭐지? 그렇다고 둘 다 교육생 신분이라 밑에 기수가 들어왔다고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KRTC는 숙소는 배럭스라고 하는 4층짜리 숙소로 지어진 건물이고 KTA는 퀸셋이라 하는 건물로 옮기는데 그 이유는 배럭스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 기간은 겹치고 그렇다고 배럭스를 더 늘릴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퀜셋은 사무실용도로 쓰이지만 숙소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건물 내에 화장실, 샤워실이 없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고 겨울철에는 그게 싫었다 그리고 크기도 작았다.
일부 동기들은 자기의 침대 자리밑에 담배 같은 것을 몰래 심어서 후임들이 발견했을 때 소소한(?) 행복을 주려고도 했고 (교육생의 신분은 금연이다. 논산훈련소도 금연이다. 그럼 담배는 어떻게 구했을까? 다 방법이 있다.)
후임기수들과 우리가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식사 시간도 다르고 교육 장소도 다르기 때문이다. 간혹 식사 후 마주칠 수 있는 그 정도가 전부이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식사하러 줄을 서고 있는데 교관이 갑자기 명령을 한다. 지금부터 야상을 모두 벗고 이동을 한다. 당시 계절이 12월 중순 경이었고 벌써 평택은 눈이 여러 번 왔을 정도로 추운 날씨의 지역이다. 갑자기 야상을 벗으라는 명령에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명령이니 모두 숙소에 야상을 두고 모였다. 그리고 식당까지 이동을 하는데 후임 기수들과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이때 더욱 절도 있는 모습과 큰 목소리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기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기세! 그렇다 후임 기수들에게 나름 한 기수 위라고 그들에게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했고 이제 막 논산에서 KRTC로 온 그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카투사인데 한쪽은 그야말로 위풍당당하고 절도 있는 모습으로 '하, 히, 헷, 메~' 구령에 발맞춰 오와 열을 맞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분명 우리를 보고 그저 넘사벽이라 느꼈을 수도 있다.(마치 논산 훈련소의 조교가 이병의 신분임에도 벽처럼 느꼈을 것과 같은 기분이다. 군대에서는 누구든 먼저 들어온 사람이 어른 같고 뭐든 다 잘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중에 교관들에게 왜 야상을 벗고 이동했는지 이유를 들었는데 역시나 다를까? 후임 기수들에게 선배 기수들의 멋진 모습과 추위에 굴하지 않고 야상도 입지 않고 늠름하게 행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리고 이게 전통이라고 한다. (참 별의별 전통도 다 있다.) 어쩐지 우리 기수도 처음 들어왔을 때 KTA 기수들이 그때도 야상 안 입고 행진 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는데 똑같은 상황을 우리도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사실은 우리 아래 기수들은 좀 꼬인 기수라 우리가 교육 수료 후 자대 배치받고 나서도 후임 기수가 들어올 계획이 없어 6주 내내 한 기수만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왜 안 좋은지는 위에 부분에도 비슷하게 서술했는데 아무래도 2 기수가 함께 하면 교관들도 분산되고, 인원이 많다 보니 환경적 제약을 어느 정도 받을 수도 있지만 오롯이 한 기수만 받는다면 모든 집중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힘들게 교육 및 체력단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임기수도 못 보니 마음의 위안도 못 받는 건 당연한 거고....
딱 한번 토요일에 테니스 코트에서 한번 후임기수들과 같이 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 마치 대단한 군인이라도 된 것처럼 후임 기수들에게 이것저것 나름 노하우를 말해주는 동기들을 보면 그냥 되게 웃겨 보였다. 지나 내나 똑같으면서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인도하는지 후임 기수들도 분명 유학경험이 있거나 거주했거나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테인데 먼저 캠프에 들어왔다고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또 그걸 진심을 들어주는(?) 소중한 후임기수들이 내가 보기에 더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이제 곧 있으면 자대배치 결정과 남은 체력검정이 있는데 그것만 잘 마무리하면 이제 교육생활도 끝이 난다. 어느덧 연말이 코 앞에 다가왔고 이래저래 맘도 싱숭생숭하는 참에 후임 기수들을 보니 그나마 위안도 들고 복잡하고도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