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ND TO NONE

[EP.12 터틀팜에서 대기하다]

by happy daddy

#1. 동두천으로 오다.

나의 자대, Camp Casey

평택도 한 겨울은 춥고 눈도 많이 내렸는데 카투사 교육대를 수료하고 나의 자대가 있는 동두천으로 북상하니 여기는 진짜 더 추웠다. 그것이 진짜 날씨가 차서 추운 것인지, 마음이 씁쓸해서 추운 것인지 쉽게 분간은 안 갔지만 여하튼 동두천은 추웠다. 정말 분위도 험프리스하고는 많이 다르고 이곳이 2사단 전투부대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2사단 사단 마크는 '인디언 헤드'인데 유독 이 마크가 다른 부대보다 크고,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어 어느 부대 심벌하고도 뚜렷한 차이가 났다. 다른 부대는 숫자나 모양의 조합으로 구성이 된 반면 인디언 헤드는 그야말로 인디언의 모습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INDIAN .jpg
indian head.jpg
공연하는 인디언과 2사단 부대 마크


패치는 실제 사단 마크로 군복에 부착하는 것으로 (정복을 입을 때는 컬러로 된 것으로 부착하고 전투복일 때는 흑백으로 처리가 되어 위장 효과를 높인다.) 지금은 밸크로로 떼었다 붙였다 하겠지만 당시는 오버로크로 아예 군복에 박음질 처리 했다. 어렸을 적에 주말의 명화를 보거나 서부영화를 보면 언제나 인디언이 나쁘게 나오고 백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선과 악으로 나온 것을 보고 그때는 인디언들이 아주 나쁜 놈으로 묘사가 되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역사 공부를 하니 인디언은 오히려 실제 원주민으로 오히려 서부개척시대에 자기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긴 피해자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쨌든 미국인들에게는 인디언의 존재가 여전히 용맹하고 강인하고 전투적인 부족으로 잠재적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2사단 말고도 미군의 무기 에서도 여러 곳에 인디언과 관련된 이름이 등장한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도 인디언의 주요한 무기 도끼에서 유래한 이름이며 걸프전쟁 때 전쟁의 서막을 알린 순항 미사일로 당시 TV에도 나와서 정확하게 목표지점까지 날아가 터지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고

이라크의 주요 군사시설을 족집게처럼 파괴하였고 이후 모든 미군의 모든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대명사가 되었다.



아파치 헬기도 인디언의 가장 용맹한 부족의 이름을 따왔다. 현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용 헬기로 우리나라에도 배치가 되었으며 주한미군에도 운용을 하고 있으며 탱크 킬러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어렸을 적에 탱크나, 전투기, 헬리콥터를 본떠 프라모델을 조립하여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어른이 되어 장난감이 아닌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볼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인디언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니 무기 설명을 하게 됐는데 2사단이 그러했다.

'세계최강 2사단', '언제든지 싸워 이기는 부대', '2등은 없다' 각종 무시무시한 구호가 정말 이곳이 주한미군 핵심 전투부대인걸 체감하게 된다. 우리 동기들은 캠프 케이스에 모두 내려서 사단 내 자대 배치받기까지 대기를 하게 되었는데 사람이 그새 간사해졌는지 자꾸 평택 캠프와 비교하게 된다. 숙소도 크기가 작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열악하고, 식당도 언덕 위에 올라가야 해서 불편했고, 화장실, 샤워시설은 미군과 같이 써야 해서 그것도 불편했다. (KRTC, KTA에서는 카투사끼리만 사용했고 우리들은 우스갯소리로 샤워할 때 비누 떨어뜨려도 줍지 말라고 했다. 그리도 또 문화적으로 다른 것도 알게 됐는데 보통 화장실에서 큰 걸 보면은 일반적으로 한국사람은 바지나 옷은 반쯤만 풀고 본다고 하면 미군들은 완전히 내려서 큰 볼일을 본다. 화장실 문이 100% 막히지 않아 내부를 약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미국 영화를 보게 되면 아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그것도 참 희한하게 느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했던 것은 차츰 선임들이 자기 후임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아와서 괜히 군기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무슨 얼차려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조용히 눈으로 갈굼 하고 나중에 자대 가서 보자 뭐 그 정도이다. 생각하면 터틀팜에서 환경을 불평하는 것도 논산과 비교하면 극과 극인데(겨울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온수샤워를 24시간 언제든지 가능하다, 여기도 세탁기, 건조기 모두 다 있고 불평해서는 안될 수준인 것이다.)


#2. 조마조마한 기분

조금 있으면 진짜 실무 부대로 간다.

이곳은 모두 2사단으로 배치되는 곳이라 동기들끼리는 아주 유대감이 강하게 형성되었다.

생각해 보라 우선 여기는 누가 더 고생을 하느냐? 그 정도 차이지 평택에서처럼 극명하게 분위기가 갈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JSA는 배치가 마친 상태이고 가장 힘든 부대로 하면 헌병병과 나 보병정도? KRTC에서 침대나 옷장이나 화장실에 조그마하게 낙서 같은 게 되어 있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JSA는 정말 신이 저주한 부대이고 2사단 보병으로 빠지면 차라리 원복(한국군으로 원대 복귀)하는 게 낫다는 글이 적혀 있어 도대체 어떤 부대인데 저러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자기들도 카투사 교육대에 있으면서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을 그냥 귀동냥으로 들은 말은 적어 놓았을 텐데 하며 애써 무시했지만 막상 2사단에 배치되고 자대 배치를 목전에 두고는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살짝 나타났지만 이제 정말 미군부대에 배치되면서 미군과 실제로 군생활을 한다는 것이 굉장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보통은 비율은 1:10 이상으로 보면 된다. 카투사 1 : 미군 10 이게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일 경우도 많고 소수 부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구성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실전으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걱정도 많이 들었지만 아드레날린도 함께 붐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동기들도 마찬가지이고 이제는 실수는 해도 용서가 되는 교육생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각성하게 되고 그렇다고 걱정만 들지는 않았다. 이미 선임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제일 그래도 중요한 것을 꼽자면 미군과의 관계보다도 함께 근무하는 카투사 선임들의 캐릭터가 어떠냐에 따라 부대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역시나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환경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있는 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다.


PT를 할 때나, 식당으로 갈 때 캠프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어떤 부대들이 자리하고 있나 관심 있게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지만 일단 계절이 한 겨울이라 황량하고 쓸씁한 것을 떨칠 수는 없었다.

주일날에는 군종병의 인솔을 따라 교회를 갔는데 평택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고 예배만 간단히 드리고 이렇다 할 교제가 없이 바로 복귀하였다. 나름 관찰을 통해 주변 정보를 습득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간혹 여기저기 부대 선임들이 자기 동기나 후임을 찾으러 올 때 통해 들려오는 귀동냥이 전부였는데 큰 정보는 없었다. 내 성격상 스케줄이 나오고 그에 따라 정해진 스케줄대로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게 됐는데 여기가 군대라 그런 것인지 카투사 특성상 그런 것인지 그게 잘 없어 아쉬웠다. (지금은 정보가 많이 발달되어 인터넷에 조금만 발품 팔아도 각종 정보가 많아 거의 알고 가는 것 같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는 것처럼 자대배치의 시간은 점점 가까이 더 가까이 찾아오고 있었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