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건 인터넷에 검색하면 되잖아요?

병에 대한 지식을 의사가 아니라 인터넷에 물으라고요?

by 커뮤니케이터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의 일이다.

서울에 상경해서 일하며 적응하느라

애쓰기 바빴던 20대 후반.


젊다면 젊고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나는 하필 엉덩이 측면 상부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꼈다.


'잠깐 가렵고 말겠지.'라는

나의 생각이 무색하게

가려움증은 며칠이고 지속되었고,

급기야 흉이 질 것 같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가려움을 느꼈던 부위가 부위였던지라

쉽사리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나 스스로를 애써 달래가며

병원에 가는 것을 미뤘다.


참다참다 '도저히 안 되겠다!'라며,

마음을 굳히고 퇴근길에

집 근처 여의사가 진료하는 피부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환부를 보여야 해서 하는 수 없이

두눈을 질끈 감으며 큰맘 먹고

엉덩이를 보인 내 용기가 무색하게,

인상을 한껏 찌푸린 표정으로

환부를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쓱 훑은 선생님의 한마디는

"대상포진이네요." 였다.


대상포진.

난생처음 들어본 생소한 병명에

대상포진이 뭐냐고 되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황당한 한마디.



그건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나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기계적으로 대답한 채,

진료실을 도망치듯 나섰다.


그리고 그 한마디로 그 의사에 대한

모든 신뢰가 다 떨어지고 말았다.


진료를 본 의사에게서 병에대해

더 이상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 나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했지만,

어쩌다 병에 걸렸는지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만큼 얻어내는 데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의사는 네이버에 물어보라고 했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전문가 분들이 아니라

주로 일반인 분들이 답변을

많이 해주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AI가 발달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당황스럽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계속되는 언짢은 기분에

의사의 태도를 곰곰이 곱씹었다.


나 역시 엉덩이를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환부를 보였던 것이었다.


도대체 왜 나는 환자로서

의사에게 환부를 보였을 뿐인데,

이토록 불쾌하고 언짢고

수치심이 들었을까?


아마 그 의사가 보여준 불쾌해하고

언짢아하는 그 표정과 태도에

더 그런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물론 까는 나도 부끄러웠지만,

남의 엉덩이를 봐야 하는 의사 역시

즐겁지 않았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주 잠깐의 나의 태도가

나의 전문성을 높여보일 수도

떨어져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의사, 변호사와 같은 직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테리어 전문가, 음향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어떤 한 분야에서 꾸준히 관심 갖고

경험해 왔다면 누구든

그 분야의 전문가라 볼 수 있다.


전문성은 단순히 기술과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작은 행동 하나에서 전문성은 빛난다.


의사로서, 강사로서,

혹은 회사의 한 직원으로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다.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있지만,

나의 기분을 넘어선 책임감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과거의

그 의사를 떠올리며 다짐한다.


내가 맡은 일에서, 내 역할에서

누군가가 나의 태도를 보고

신뢰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나아가 그 사람의 평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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