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뒷북 치지 말라니요?

초면에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by 커뮤니케이터

요즘처럼 치솟아버린 물가에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자연스레 찾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리퍼샵(refurbished shop)'이다.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온라인 쇼핑.


그만큼 교환이나 반품도 흔한 일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포장이 손상되거나

외관에 흠이 생겨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운 제품들이 더러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제품들을 모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 바로 리퍼샵이다.


조금 하자가 있더라도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나는 오프라인 리퍼샵을 애용하고 있다.




내가 경험해 온 리퍼샵들은

보통 네이버 밴드에서

할인 품목이나 입고 정보를

공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애용하던 곳이 거리가 멀어 알아보던 중,

우연히 집 근처의 리퍼샵에서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매장에 방문하기 전

'반가운 마음으로 필요한 품목들이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밴드에 방문했다.


'어떤 제품들이 있나?',

'혹시 내가 잘 찾는 제품들이 있을까?'

기대하며 열심히 밴드를 구경하던 중,

놀랍게도 채 10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기분이 팍 상하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항상 말씀드립니다.

있을 때 가져가세요.

뒷북으로 그거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

너무 많아요.'


순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기라도 한 듯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얼마나 많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저렇게까지 글을 썼을까?'

사장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한편으로 늘 친절한 태도,

배려하는 마음을

고객에게 전해야 했던 나의 직업적 특성상

'내가 또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상황을 남편에게

상황 설명과 함께 의견을 물어봤다.






"오빠, 우리 집 근처에 리퍼샵이 있더라.

근데 거기 밴드가 있어서

글을 보다가 기분이 너무 나빠졌어."


"왜?"


"아니, 거기에 뒷북 치지 말라고 적혀있는 거야."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남편은

인상을 쓰며 "너한테?"라고 물었다.


"아니, 나한테 한 건 아니지.

항상 말씀드립니다. 있을 때 가져가세요.

뒷북으로 그거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 너무 많아요.

이렇게 쓰여있었어.

근데 이거 기분 나쁜 거 내가 예민한 건가?"


"아니?"





남편과 나, 단 두 사람의 견해일 뿐이라

대중적인 견해라 보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어쨌든 그 글은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내용임은 분명했다.


물론 나를 저격해서 쓴 내용은 아니었고,

평소 내가 사장님들께 문의를

잘 드리는 편도 아니었기에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쓴 글인 만큼,

완전히 나와 무관하다고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결국 같은 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좀 더 부드럽고 배려심 있게 표현했다면

'더 서둘러 방문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인기 있는 제품이니 서둘러 구매해 주세요!^^

재고가 소진되면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챙겨주세요! 구매는 선착순입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괜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 들어,

한참 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밴드를 조용히 탈퇴했다.


그리고 '여기는 가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게 탈퇴까지 할 일인가?'


또, 누군가는

'사장님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까지 했겠어!'라며

사장님의 입장에 공감할 수도 있다.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밴드를 둘러보았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장님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을 만한

상황도 있었다.



어느 글에

'그날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라는

안내 글과 함께,

추천 제품 사진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근데 그 글의 댓글에

"오늘 예약되나요?"라는

댓글이 남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댓글에 사장님은

"예약 안 된다고 공지해놨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미 한차례 뒷북 치지 말라는 글로

나도 모르게 긁혀버린 나는,

어쩐지 사장님의 댓글이

딱딱하게만 느껴졌다.


언짢고 심드렁한 기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물론, 긁혀버린 내 마음이 한껏 반영된

그런 주관적인 해석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에 써놨는데, 조금만 신경 써서

확인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제품 사진이 글보다 훨씬 많았고,

사진들이 쭉 나열된 상황이라

먼저 나와 있는 글은 사진을 보다 보면

잊히기 십상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관심 있는 제품에 눈이 먼저 가는 건

소비자로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쳐 공지를 놓친 손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만약 사장님의 관점에서

분명히 공지해 놨는데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물어보는 상황이 싫었다면,

한 줄로 끝나버린 공지 글이 아니라

글의 문장 구성이나 강조 방식도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이모지도 활용하고

글 간의 간격을 띄워

해당 공지 사항을 더 강조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필독! 공지사항을 꼭 확인해 주세요

오늘은 예약이 어렵습니다. 오셔서 제품 확인해 주세요!



이렇게 작성했다면

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공지를 해놓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물어보는

답답한 상황이더라도,



아쉽지만 현재 예약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공지에도 안내해 드렸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현재 예약은 받지 않고 있어요.
공지를 통해 안내해 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공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고객을

두둔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가

기분도 상한 채로

힘들게 번 돈을 쓰고 싶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요즘은 사장님의 단 한마디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될 수도,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사장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한마디 표현이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조금만 더 고민해 보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손님이 왕이다!'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유효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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