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미용실이다.
세상에서 제일 못생겨 보이는 거울은?
바로 미용실 거울이다.
미용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앉으면,
이미 움츠러든 마음이 미용사의 태도로
더 위축될 때가 많다.
어릴 적부터 싫은 소리를 잘 못했던
나는 미용실에서 해준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 자리에서 말을 못 하고 늘 집에 와서 투덜거리곤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엄마와 함께 미용실을 다녔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방문했던
미용실에서 있었던 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넓고 길고 볼록 나온 이마 때문에
평생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
상대적으로 쌍꺼풀이 있는 나름 큰 눈이었지만
양쪽 사이즈가 차이가 날 정도로
다른 짝눈도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미용실 원장님이 툭 말을 건넸다.
"와, 너무 잘 됐다."
"네?"
"이마랑 눈, 한 거 아니에요? 어디서 했어요?"
성형이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쌍꺼풀 수술만 해도 주목을 받던 시절이라
성형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눈만 껌뻑거리는
나를 대신해서 엄마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해서 이 모양 아입니까. 엄마 뱃속에서 했어요~."
나름대로 칭찬의 의미도 포함되었을 말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무례한 질문에 나는 떨떠름하게
웃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후 엄마가 없이 미용실에 다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미용실은 나에게 무례하고 어려운 곳이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엄마를 닮아
모발이 얇고 엄청 가는 편인데,
한 번은 촬영이 있어 미용실에 방문해서
고데기로 컬을 넣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미용사는 한참을 갸우뚱거리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만지작거리더니 옆 동료에게
"와, 이거 봐. 완전 인형 머린데? 인형 머리야."라며
대놓고 헐뜯는 말을 했다.
그 당시에는 괜히 내가 미안하고 민망한
기분이 들어 주눅이 들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미용사의 무례한 태도에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물론 머리카락이 기대한 만큼 굵지 않고
시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정도가 아니어서
당황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는 고객들의 모발 상태가
모두 내 마음에 쏙 드는 상태이거나 건강할 수 없다는 건
프로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특히나 나처럼 머리카락이 얇은 고객을 만났을 때라면,
고객님~ 모발이 아주 얇으시네요~ 어떻게 하면 가장 예쁘게 나올 수 있을지
고려해서 예쁘게 시술해 드릴게요!
라고 말했다면 훨씬 더 기분 좋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이것도 15년은 더 된 일인데,
동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 방문해
클리닉까지 포함해 펌을 받았다.
평소 나는 펌을 하면
6개월은 가는 머리여서
당시에 내 나름 거금인 17만 원을 들여
머리를 했는데, 펌을 한 직후에는
자연스럽게 펌이 된 것 같던 머리가
이틀이 지나고 샴푸를 하자
거짓말처럼 다 풀려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펌 한 거 맞아?",
"아무것도 안 한 머리 같다. 다시 받아야겠네."라는
말만 들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미용실에 방문해
시술을 한 원장님을 다시 만났다.
"샴푸하고 나서 머리 다 풀려버렸어요.
주변에서도 컬이 하나도 안 들어간 것 같데요."
"고객님 머리가 워낙 얇아서 그런데 컬은 잘 들어갔어요."
"제가 17만 원을 주고 머리를 했는데
이게 이렇게 바로 풀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고객님. 17만 원이라는 돈이 고객님한테는
비싸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이건 상대적인 거예요.
저한테 오시는 분들은 30만 원도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저런 대화가 오고 갔다.
나는 객관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원했을 뿐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사과도 해결도 아닌
잘못한 것이 없다는 부정이었다.
금액이 비싸고 싸게 느껴지는 건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는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정상적으로
펌이 세팅되었을 때 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객관적으로 컬이 하나도 걸리지 않은 상태였기에
내 머리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머리에
17만 원이나 줬다고?'였기 때문이다.
결국 실랑이 끝에 나의 고집으로
한 번 더 시술을 받게 되었고
(물론 시술은 대부분 어시스트 분이 해주셨다),
다시 펌을 하고 난 후에야 사람들이
"그래, 이번엔 펌 제대로 됐네."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이전 머리가 잘못 되었었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미용사는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지위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나의 문제 제의를
도전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1차로 문제를 제기한 점,
그리고 클레임 과정에서 금액을 언급한
나의 말이 더 도화선이 되어
상대방의 기분이 나빠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짢음을 느낀
그 사람의 감정은 태도로 바뀌어
나에게 돌아왔고, 잘못된 서비스에
정당히 문제 제의를 한
내 기분 역시 더욱더 불편해지고 말았다.
미용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직업이다.
고객이 미용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술이 완료되고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누구도 그 서비스의 완성도를 예측할 수 없다.
고객이 제공받은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불편함을 품었다면,
그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미용인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서비스인으로서 문제점 개선과 해결을 통해
고객의 불만을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 역시
미용사의 진짜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
제조된 물품처럼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의 만족도는 늘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전문가라면
고객을 세심히 배려하고 한 명 한 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