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너네 아빠가 아주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돌려놨던 밭이랑 집이 있는데 말이야.”
알고 있다.
아버지와 바람났던 여성분이 억지 부려서 받아왔었던, 아버지가 제2의 삶을 꿈꾸던 장소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거 다시 큰아버지 명의로 돌려놓자. 어차피 시골집이라 네가 가지고 있어도 관리도 안되고 번거롭기만 할 텐데”
큰 아버지는 아버지가 살던 시골집과, 아버지는 써보지도 못했던 100평 남짓의 밭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큰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남아계셨던 건 설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된 것도 아니었는데, 연락한 내용이 이렇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남아있었던 걸까?
그 자리에서 말을 못 해서 질질 끌다가 오늘에서야 말씀하신 걸까?
아무래도 타이밍이 타이밍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의 형이니까 남아 있었겠지.'
그게 아니라면 아버지는 정말 외로운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큰아버지의 제안은 나에게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장례식 이후에 방문했던 시골집은 이미 잡초에 잡아먹힌 상태였고, 밭은 마을 주민들이 허락 없이 무단으로 이것저것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아버지의 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넘겨버리고 신경을 꺼버리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게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이후 큰아버지와 별것 아닌 잡담을 나눈 뒤, 아버지의 사망신청을 하고 나서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며 전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신청이 끝나고 2주 뒤.
아버지는 나에게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준비했다.
빚이 있었다.
많지는 않았다.
200만 정도.
하지만 지방은행이라 갚으려면 직접 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전화로 물어봤지만, 계좌이체는 안되고 무조건 직접 와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바로 큰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아버지가 빚이 있었어요. 200만 원 정도요.”
내 말에 큰아버지는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참… 끝까지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구나”
전화 너머로 들리는 큰아버지의 작은 중얼거림이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나도 갑작스러운 빚이 귀찮았는데, 큰아버지라고 안 그러시겠는가?
“알았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마.”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500만 원이 입금되었다며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리고 바로 오는 큰아버지의 전화.
“500만 원 입금했으니까. 그걸로 빚 해결하고 남은 금액은 알아서 처리하는 데 사용해. 혹시 다른 빚 나오면 그걸로 해결하고. 그럼 이제 다 해결된 건가?”
“네… 뭐…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제가 뭐 하면 돼요?”
“우리가 바로 그쪽으로 가마, 내일 시간 되지?”
“네, 오전에 시간 비워둘게요.”
그다음 날 큰아버지는 내가 사는 곳으로 찾아왔다.
큰아버지 집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보다 멀었지만, 아버지 장례식보다 더 빨리 온 것 같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큰어머니도 함께 오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찾아오지 않았던 분이, 이 먼 거리를 말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안 궁금해도,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땅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너무나도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우리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법무사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챙길 게 있었지만 큰아버지는 사전에 조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빠진 것 없이 전부 챙겨 온 덕분에 나만 집에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재산 이전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이제 아버지의 빚을 해결하면 정말로 아버지에 관련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 업무가 바빠 아버지의 빚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제는 고속도로가 생겨 옛날만큼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예전 아버지가 다녔던 회사는 여전히 멀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빚에 대한 것을 잊은 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 한 통 때문에 아버지의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전화는 특사경한테서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