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산소포화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빨리 오시면 좋을 것 같은데...”
“네. 오늘은 진짜로 갈게요.”
평범한 수요일 저녁.
변함없는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계신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넘겨들었을 전화였지만, 평소와 다르게 지난주부터 하루에 한 번씩 걸려온 탓에 신경 쓰이는 전화기도 했다.
어떤 때는 고객과 미팅하는 중에,
또 어떤 때는 영업 회의 중에,
그리고 퇴근하고 씻는 중에도...
다양한 시간대에 걸려온 전화는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가 위급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전부터 비슷한 상황이 꽤나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들어간 지도 벌써 1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비슷한 연락을 받고 찾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매번 자동차로 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는 다음 날 출근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점점 찾아가는 일이 줄게 되었다.
“그래도 1주일씩이나 전화 온 것은 처음이니까, 가 보긴 해야겠어.”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편의점 앞에 잠시 주차한 뒤, 부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상황에 대해 전달했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전화가 오고 있다는 건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내일 연차를 쓰고 아버지께 다녀온다는 말을 들은 부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아무리 불편해도 아버지잖아. 계실 때 챙겨드려야지.”
한동안 아버지 문제로 자주 연차를 사용한 탓에 내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부장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저절로 나오는 쓴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하... 그래야죠.”
우리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생 때 이혼하셨다. 그 뒤로는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았고, 나는 어머니와 나보다 한참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
그렇다고 연락이 아예 끊어진 건 아니었다. 친가 쪽 행사에도 자주 참여하며 얼굴도 마주치곤 했었고, 어쩌다 한 번씩 하는 통화할 때도 별문제 없이 평범하게 대화하는 편이었다.
그랬던 아버지의 소식을 제대로 접하게 된 건, 아직 60세도 되지 않은, 많지 않은 나이에 치매 증상이 의심되기 시작한 이후였다.
그 뒤로도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나는 멀어진 아버지보다 나 자신이 더욱 소중했기에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버지를 돌봐줄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예, 엄마. 한 번 가보려고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이번에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오늘은 집에 가지 않는 것을 전달했다. 평소부터 이혼한 아버지를 챙기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던 어머니는 불편함을 내비치시며 전화를 끊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아버지가 안쓰러워서 그런 건지…
“자, 그럼 가볼까…”
집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나는 내비게이션에 요양병원을 입력했다.
도착예상시간은 22시 38분.
시간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요일이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도 빠른 예상시간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차에 올라탔고, 요양병원 근처에 싼 모텔이 있던 것을 떠올리며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요양병원.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평소에는 경차조차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꽉 차있는 주차장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넓어 보이는 주차장은 나에게 왠지 모를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