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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공사 후 돌봄 교실의 행복한 변화

by 빛나다온

여름방학 동안 돌봄 교실 바닥난방 시공 때문에 아이들과 나는 4층 임시교실에 피신하듯 지냈다. 땀과 소음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언제쯤 끝나려나..." 한숨이 절로 나오던 시간들. 하지만 요즘은 그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10월 내내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치자 단풍을 시샘하듯 찬바람이 성큼 찾아왔다. "그래, 오늘이 그날이야." 교실의 따끈한 바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보일러 ON!



맨발의 행복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예전엔 화장실갈때도 신던 실내화를 신고 들어왔지만, 이제는 복도 신발장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맨발로 들어온다. 발끝으로 닿는 온기, 그 따스함이 아이들 표정까지 부드럽게 녹인다.

점심 전에 보일러를 켜두었더니 식사 후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은은한 온기가 발끝에서부터 퍼져왔다.
함께 들어온 선생님이 감탄하셨다.

"와 진짜 좋네요. 바닥이 이렇게 따뜻하다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그렇죠? 여름에 너무 빨리 공사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빨리 하길 참 잘했죠."

잠시 후 점심을 먹고 온 아이들이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따뜻한 바닥이 신기한지 눕기 시작했다.

"선생님~ 왜 이렇게 따뜻해요? 집 안방 같아요."
"와~ 찜질방이에요?"
"저 여기서 잘래요~"
"졸려요. 자고 싶어요."

처음엔 말릴까 하다가 그 포근함 속에서 아이들이 몸을 말아 웃는 모습을 보니 굳이 잔소리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우리 교실 너무 따뜻해졌지?"
"네~ 히터보다 훨씬 좋아요! 바람도 안 나와서 눈이 안 아파요!"
"완전 꿀잠 각이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올겨울엔 여태 고생한 히터는 좀 쉬게 해 주자. 바닥 보일러만 틀어도 충분히 따뜻할 것 같네."



따뜻함이 만든 여유


프로그램 수업까지는 한 시간 남았다. 오늘 만큼은 그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이 바닥에 누워 있든 책상 밑에 숨어 있든 그냥 두기로 했다. 글쎄... 남들이 보면 다소 산만하고 교실 관리가 허술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끝없는 호기심이 있다는 걸 안다. 다치지만 않는다면, 그 호기심을 몸으로 경험하게 두고 싶다. 어차피 아이들은 금세 질려 다른 걸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있다. 뛰거나 소리 지르는 일엔 나는 꽤 엄격하다.


"야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불 없는 낮잠 연극을 시작했다.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 책상 밑에서 조용히 낄낄거리는 아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작은 찜질방이 된 듯했다.


아이들이 내 앞에서 웃는다. 책상 밑은 작은 아지트가 되고 교실 한편에는 나른한 평화가 번진다. 여름의 뜨거움이 남긴 흔적이 이제는 가을의 온기로 바뀌었다. 그 온기 속에서 아이들도 나도 조금 더 느긋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진다. 그렇게 돌봄교실은 더 따뜻해졌다.

널부러져 누워있는 모습들이 귀여워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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