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팬심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해 본 적이 있었을까

by 빛나다온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꿈을 이야기하던 사이였다. 졸업 후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고 나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오며 연락도 자연스레 뜸해졌다. 그러다 다시 친구들이 모였다.


이젠 회비도 모으고 일 년에 한두 번씩 여행도 다닌다. 그 수다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친구는 몇 년 전부터 한 유명 가수를 좋아하고 있었다. 요즘 표현으로 덕질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친구는 가수님을 위해 직접 만든 책 일부를 보여주었다. 사진을 고르고, 글을 정리하고, 디자인을 고민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엮어냈다고 했다. 아래 유튜브를 보면 그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https://youtu.be/i3SGW_1Nutw?si=CcczabWYNoTFL0Z9

친구가 선물한 책들을 가수님이 소개하고 있고 친구와 통화도 함.40초부터 보면 됨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 많은 시간을 한 사람에게 쏟을까. 본인은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그 정성 앞에서는 어떤 말도 쉽게 붙일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건 그 마음을 친구의 남편 또한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끝까지 좋아해 본 적이 얼마나 될까. 사실, 나도 브런치에 빠져있을 때 행복했던걸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친구의 팬심은 누군가를 향해 있지만, 결국 친구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친구가 만든 책의 책장을 넘기며 나는 그 가수를 향한 마음보다 삶을 대하는 친구의 태도를 보았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정성이라는 형태로 남긴다는 것. 그것은 분명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일 것이다. 친구의 진심이 사랑하는 가수님에게도 친구 자신의 삶에도 오래도록 따뜻한 빛으로 남기를 조용히 응원해 본다.

친구가 가수님에게 선물한 직접 만든 책들
친구가 가수님에게 선물한 직접만든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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