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린 마트에서 엄마들을 만났다.
마트 입구 쪽에서는 무슨 판촉행사를 하고 있었다. 몇 만 원 치를 사면, 라면 5입을 준다고 했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마침 옆에 Z엄마(왕언니)가 있길래,
"언니, 라면 준대요. 5입!! 언니 아~~ 해보세요! 한 입, 두 입, 세 입.... 다섯 입!"
"때릴까?"
언니는 정색을 했다.
이런 모먼트 때문일까? T엄마는 나를 처음 본 순간 느꼈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을! 처음 보았을 당시에 나는 올블랙 착장으로 우울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는데, T엄마는 그 속에서 나의 또라이끼를 보았다고 했다. 대단한 여자다!
그 또라이끼때문에 맞을 뻔했다.
우린 곧 카트 하나를 끌고 장을 보기 시작했다. 알뜰하게 장보기로 유명한 J엄마가 나섰다. 어디 놀러 가면, 다른 엄마들은 손이 커서 항상 물건들이 남는데 J엄마가 사면 언제나 딱 맞았다. 버리거나 나누어 가질 물건이 없었다. 역시 대기업 나온 여자는 다르다며 우리는 J엄마를 치켜세워주었다.
그런데, 장을 다 보고 나와서 짐을 들고 있던 J엄마가,
"이렇게 짐을 들고 있으니까 나 보따리꾼 같지 않아?"
"?"
"보따리꾼?"
"아 아닌가? 왜 있잖아?, 봇짐매고 다니면서 장사하는 조선시대의 상인! 보따리꾼!"
"아~~ 대기업 나온 여자 맞아? 보부상 아니야?"
"앗 그렇다!!"
역시 유유상종이야! 빙구미가 넘쳤다. 자신은 쿨한 여자라고 항상 말하고 다니는 J엄마! 쿨하게 시원하게 자신의 실수에 전혀 주눅 드는 거 없이 웃었다. 그리고 대화의 방향을 갑자기 바꿨다. 그래! 약간은 민망했을 거야.
"J는 날 보고 항상 예쁘대! 우리 엄마가 여기 OO동 모벤져스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 중에 나이가 제일 어린 J엄마는 우리가 만난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살을 정말 많이 뺐다. 우리가 항상 원하던 허리 26인치를 달성한 여자이다. 의지의 유지어터이다.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듯 항상 티셔츠를 청바지 속에 넣어 입고 다녔다. 우리 사이에는 있을 수 없는 패션이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20대 같다고! 찰랑거리는 숱이 많은 머리와 꽂꽂한 자세도 어려 보이는데 한몫을 한다.
"좋겠다! 엄마 보고 예쁘다고 해서... 나는 늙고 머리숱이 없다고 안 예쁘다고 하는데... 쩝!"
"어머! 그래? 언니! 우리 애도 나보고 제일 예쁘다는데!" H엄마가 말했다.
"아~~! 그래도 다들 예쁘고 안 예쁜 걸 떠나서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난 삼겹살이라고 놀리던데... 또 어떤 학생은 나보고 손이 통통하다고 어쩜 그렇게 족발 같냐고 하더라고! " T엄마가 말했다.
"뭐야? 어머나!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럼 맛있게 쳐드세요!'라고 했지..."
"하하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후에 헤어졌다.
다음날, 우리는 경기도 한옥마을로 M엄마, Z엄마, T엄마, S엄마의 차를 이용해 떠났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M엄마의 넓은 고급승합차에 올랐다. 운전을 너무 잘했다. 아이들은 신이 났는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 사이에서 외계인 이야기가 나왔다.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