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못 받는...
내 친구 G가 20대 때 일이다. 사람마다 본인의 옷취향이라는 게 있다. 대부분 내 생각에는 본인의 현재의 몸매상태, 즉 날씬하거나 뚱뚱한 것에 따라 그 옷취향은 달라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다리가 굵으면 바지나 긴치마를 선호한다거나 팔뚝이 굵으면 나시 같은 옷은 피하고 소매통이 넓은 옷을 선호하지 않나?어쩌면 원치 않는 옷취향이다. 가리기 급급하다. 적어도 우리나라사람들은 그런 것 같다.
가끔 송도호텔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은 몸매에 상관없이 자신 있게 배꼽티 같은 것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자신감을 본받고 싶다.
어느 날 G와 나는 S백화점 매대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G는 항상 입으면 하늘다람쥐가 되어 버리는 옷을 좋아했다. 팔을 양옆으로 벌리면 하늘다람쥐처럼 날개가 달린 듯 보이는 옷... 소매통이 넓어서 굵은 팔이 가려지는 옷말이다.
G는 상체비만이라 늘 내게 말했다.
"우리 집안 식구들은 상체가 튼실하고 하체가 부실해. 그래서 다들 돌아가실 때 다리에 힘을 못써서 못 걷다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돌아가셔... 나도 그렇게 될 거야! 너처럼 하체비만이 건강상으로는 훨씬 나은 거야!"
가끔 G가 내게 자신이 입던 옷이라며 준적이 있는데, 입으면 어깨쪽이 항상 늘어나있었다. 반대로 내가 G에게 입던 바지를 주면 G가 말했다. 다리통이 늘어나있었다고...
G는 입고 있었던 티셔츠와 비슷한 스타일의 티셔츠를 본인에 상체에 대어 보면서 말했다.
"어때? 잘 어울려? 좀 팔뚝이 가려지니?"
"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넌 얼굴이 하얘서 뭐든 잘 받아!"나는 입에 침을 바른 후,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우리를 조용히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점잖은 한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거 안 어울리니까 입지 마!"
G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G는 아무 말 없이 티셔츠를 매대에 내려놓고는 그 자리를 내 손을 잡고 조용히 떠났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 M엄마랑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건 같다. 판관 포청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