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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캠핑장

바람이 부네~~~

by bony

코로나가 수그러들 때쯤, 우리는 단체여행으로 가까운 영종도 캠핑장을 가기로 했다. 한겨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하필 한겨울에 간다고 했을까 싶다. 그런데 가자고 한건 나였다.

예약만 내가 했다. 그리고 평소 캠핑을 즐기는 M엄마가 거의 주도했다. 우리의 인원은 엄마들까지 총 17명이었다. 여기서 조금 더 보태면 어느 초등학교 교실 인원도 될 수 있었다. 한 반이 움직인 셈이다. 학교에 비유하자면 학생 10명, 교사 2명, 조리사 5명 뭐 이렇게? 일단 나는 교사는 아니다.

여기서 교사는 M엄마와 T엄마가 딱이다. 우리의 판관 포청천인 목소리가 우레와 같아 아이들을 혼을 낼 때, 옆에 같이 있으면 무서워서 저절로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M엄마와 진짜로 교사로 바른말을 잘하며, 아이들의 핸드폰을 눈빛하나로 빼앗을 수 있는 T엄마가 이 역할에 제일 잘 어울린다.


아무튼 이렇게 대규모가 이동하는 만큼 우리는 차량도 여러 대를 이용했다.

우리는 Z엄마(왕언니)의 차를 타고 영종도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학원도 엄마의 승인하에 빠지고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놀아서 신이 났다. 마들은 아이들의 신나는 캠핑을 위하여 등갈비, 라면, 어묵, 고구마, 평소에는 잘 허락하지 않는 콜라 그리고 후식으로 구워 먹을 마시멜로와 쫀드기 등등을 준비했다. 엄마들 역시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만 오래간만에 엄마들끼리도 만나게 되니 즐거워 보였다. 물론 아이들이 없으면 더더욱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난 깜짝 놀랐다. 그렇게 바람이 쌩쌩 부는 줄은 몰랐다.

영종도라 섬이라, 아니 영종국제도시라고 하랬지...

그런지 차디찬 바닷바람이 다짜고짜 얼굴에 따귀를 여러 차례 때렸다. 환영식인가요? 아님 내게 무슨 원한이 있나요? 또한 머리는 바람에 저항도 못하고 연속으로 머리끄덩이가 잡힌 듯이 마구 헝클어졌다. 가뜩이나 숱도 없는데 바람까지 부니 이건 뭐 솜사탕 기계에서 솜사탕이 달라붙는 과정을 거꾸로 하면 딱 내 머리의 상태라면 맞겠다. 머리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훤한 머릿속이 다 보였다. 다행히 점퍼에 후드가 달려 있어서 얼른 머리에 덮어썼다. 그리고 꽁꽁 쪼맸다.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아이참, 누가 본다고? 멀리서 낯익은 남자분이 무거운 캠핑용품을 나르는 게 보였다. M아빠였다. 우리가 캠핑을 한다니 도와주시러 오셨나 보다. 참으로 고마웠다. 그런데, 내 머리 혹시 본 건 아니겠지?

M아빠는 일을 다 끝냈는지 우리가 오자마자 바로 가셨다. 우리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멋있다며 박수까지 쳐드리고 보내드렸다.


그런데 조금 더 있으니 콧물이 주르륵 나왔다. 옛날 드라마 '왕초'(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가 생각났다. 발(조연이름)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춥다며 텐트 속으로 쏙 들어갔다. M엄마는 모든 캠핑용품을 꺼내 세팅해 놓고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어디 아파? 피곤해 보여!"

"괜찮아 언니, 좀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심하진 않아. 그런데 우리 지금 장작을 사야 해! 저기 입구로 가서 장작 좀 사 와줄래?"

H엄마와 나는 장작을 사러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세차게 부는 바람을 가르면서...

장작을 일단은 구입을 했는데, 우리가 있는 쪽까지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가게 아주머니는 리어카를 이용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리어카에 장작더미를 담고 내가 끌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끌만했었다.

H엄마가 리어카에 올라타기 전까지는...

"이상하다! 아까 전에는 이렇게 무겁지 않았는데, 왜 리어카가 잘 움직이지 않지?" 나는 혼잣말을 한 후, 뒤를 돌아보았다. H엄마가 리어카에 타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고 했나?

난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니, 이거 나 해보고 싶었어! 하하하하~~! 너무 좋다! 이거 마치 영화 벤허의 전차 끄는 장면 같아! "

"뭐어?, 내가 말인 거야?"

"이랴~~! 달려라! 말이 노쇠했나 보다. 느리다!!" H엄마는 침까지 흘리며 웃어댔다.

"그래... 뭐. 그렇게 재밌다면!"

나 역시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끌었다. 말처럼. 하지만 노다. 느렸다.

우리도 이렇게 리어카를 끄는 게 재미있으니 아이들도 오죽할까?

우리가 장작더미를 가지고 도착하자마자, 아이들도 우르르 달려 나와서 리어카 두 대로 신나게 타고 끌면서 놀았다. 그새 엄마들은 등갈비를 숯불에 맛있게 굽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다 내 쪽으로 왔다.

연기를 피해 앉았는데 M엄마 옆이었다. S엄마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청바지에 내복을 안 입고 와서 발목이 허옇게 다 드러났다.

"춥지 않아? 발목이 다 드러났어? 괜찮아?"

"아니, 이렇게 바람 불고 추울 줄 몰랐네. 난 내복을 답답해서 평소에 잘 안 입거든. 그런데 지금 진짜 추워 언니. 에취!"

"아이고 감기 걸리겠다! 에취"

M엄마는 담요를 S엄마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둘 다 재채기를 했다. 감기인가?

아이들은 엄마들의 맛있게 구운 등갈비를 먹으러 오지 않고 옹기종기 앉아서 라면과 콜라를 먹고 있었다. 우리 아들도 평소 금기시 하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콜라를 두 캔째 따서 먹고 있었다. 엄마들은 아기새들 먹이를 주는 엄마새처럼 등갈비를 아이들에게 입에 하나씩 물려주었다. 그리고 어묵을 잔뜩 했는데 역시나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았다. 아이들의 손에는 과자가 잔뜩 쥐어져 있었다. 그래.. 뭐.. 하루쯤은 먹어라...

노는 시간이 달아날까 봐 먹는 시간도 아까운 아이들은 리어카를 타고 또 신나게 놀고 멀리 떨어져 있는 놀이터에서도 얼굴 볼이 빨개지도록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그새 엄마들은 아이들을 다 먹이고 난 후, 등갈비를 뜯기 시작했다. 역시, 캠핑장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최고였다. 고기옆에 명이나물이 있길래 하나 집어서 먹었는데, M엄마가

"언니, 아까 여기 있던 반쪽 가리 명이나물 언니가 먹었어? "

"응, 왜?"

"내가 먹던 건데..."

"아...."

왜 남이 먹다 남은 음식에 손이 간 걸까?

마지막으로 우리는 군고구마와 쫀득이를 구워 먹으며 캠핑장에서의 먹방을 끝냈다.

온몸에 장작냄새가 배겼지만 아이들도 엄마들도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초등학교 1학년때 일기장에 나오는 단골구절이 갑자기 생각났다.

"친구들과 캠핑장에 놀러 갔다. 재밌었다. 다음에 또 놀러 가고 싶다!!!"


그리고 다음날, M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 명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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