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캐디가 마주한 시선들

캐디를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by 서코지


나는 캐디다.

15년 차가 된 꽤나 나이 먹은 캐디

(인 것 같으면서도 요즘은 나보다도 나이 많은 언니들이 많아졌기에 내가 평균보다 조금 위라고 해도 되려나..)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까진 몰라도

캐디가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은 알 것이다.

골프 치는 사람들 옆에서 골프채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말이다.



일단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캐디에 대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내가 캐디를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약 15년도 더 전의 캐디에 대한 인식과 최근의 인식이

어떻게, 조금은 바뀌었는지 궁금하달까.


특히 비(非) 골퍼인 분들에게...


일단 나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캐디를 시작하기 전엔 꽤나 안 좋은 인식들이 있었던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 '골프'

거기서 시중드는(캐디 입장으론 시중은 아니지만) 젊은 '여자'캐디

약간은 여성을 성 상품화 한 것일 수도 있다곤 본다.

물론 그걸 이용하려던 여성들도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일을 시작하기 전 당시 나의 인식 또한

'젊고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캐디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게 막연히 있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캐디라는 직군을 추천해 준 것은 '큰언니'였다.


내 얄팍한 캐디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캐디를 시작하기 조금 부담스럽다고 얘기하자.


언니는 자신의 친구가 캐디를 하고 있으며.

요즘은 전혀 (내가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등)

그런 것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요즘은 그런 것이 없다고 한다면,

예전에는 어땠다는 것인지..


그 당시 캐디로 일하고 있는

언니의 친구 말로는

가끔 이상한 사람들도 있는 건 사실이라 했다.

( 치근덕 거리는 등의 이상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일 것이다.)


"내 친구도 못생겼어. 예쁜 애만 뽑는 거 아니야."


그 당시의 나도 여성의 성 상품화가

존재한다고 느꼈으니

미모를 보고 캐디를 뽑을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 존재했나 보다.



그 당시 20대였던 나의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캐디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는 전혀 그 직군에 대해 알지 못했고

그저 골프장에서 일하는 여성 정도로 알고 있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그가 말했다.


"내 이종사촌이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물어봤는데 여자친구 캐디 시키지 말래."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종사촌이? 골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를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이상한 조언이었다.

조언이라기에도 이상했지만 말이다.


"시키지 말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일까."


나조차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타인의 입을 거친 캐디라는 직군의

날 선 평가였다.


"나이에 비해 쉽게 돈 벌고,

외곽에 있는 골프장의 특성 때문에

일 끝나면 할 일 없이 술 많이 먹고,

노는 거 좋아하고,

허영심에 돈 많이 쓰고 하는 애들이 캐디라는데?"


그는 끝말을 흐렸지만


'너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야.'


라는 말은 차마 하지 않은 것이겠지.


아무튼 골프장에서 일했던 사촌의 입에서 직접 그런 말을 들으니 걱정되었던 듯했다.

하지만 나는 캐디를 하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아직 내가 겪어본 것도 아니고

고작 남자친구의 이종사촌 말을 듣고 안 해볼 건 아니었다.


그리고 직접 겪어본 결과,

그 이종사촌의 말도 꼭 없는 말이 지어진 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근데 사람 사는 곳에 무조건 저런 사람들 있잖아!'


캐디라는 직종에만 저런 사람들이 있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모두 알지 않은가.


특히 내가 인정 못하는 건 -쉽게 버는 돈-이라는 것이다.


신입교육은 거의 무일푼으로 2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그마저도 처음 번호를 받고

(캐디들은 순서대로 일을 나가야 해서 각자 번호가 생긴다.)

일을 시작해도 기존 언니들보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적은 돈을 받았다.


온전하지 못한 캐디피는

초보캐디를 만나 불편을 겪었을 고객들을 위한 '할인'이다.


회사 측에선 캐디피를 적게 받는 신입 캐디라고

따로 지원금 같은 건 주지 않는다.


고객들이 주는 캐디피가 오롯이 우리에게 들어오고,

우리는 사업장(골프장의 필드)을 사용하며 돈을 버는 것이다.



여전히 이 일을 하며 느끼는 건

많은 신체적 노동력과 강한 정신적 노동력까지 들어간다는 거다.

(요즘의 캐디인식에 따라 인정하지 않는 골퍼분들도 있을 거라는 거 알지만

그건에 대해선 다음에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고 노는 거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일이 많고


허영심에 돈 많이 쓰는 것 또한

케바케(case by case),

명품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려 하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려 사장님이라도 되어 보려고

열심히 일한 돈을 모으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소수의 눈에 띄는 사람들을 보고

평준화를 시켜버린 건 아닌지 조금 안타까웠다.




남편과 결혼을 준비하는 기간 중이었다.

필터 없이 솔직한 그가 또 한 번 나에게 비수 꽂는 말을 했다.


"우리 이모가 네 직업이 뭐냐고 물어서 캐디라고 했더니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캐디라고?

'넌 왜 그런 (직업 가진) 애랑 결혼하냐.'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들은 나는 적잖이 충격은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캐디에 대한 인식은

아직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 혼자 모든 걸 설명만으로,

설득이나 변화시킬 수도 없다 여겼다.


이모의 그 말에

우리가 하려던 결혼식을 취소할 것도,

내가 직장을 그만둘 것도 아니었으니

나는 웃고 넘길 수 있었다.


나와 그만 아무렇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된다고 여기기로 했다.

그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주겠지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눈초리들을 알게 모르게 느껴서 인지

나 역시 아직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것은 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쉽사리 어딘가에서 직업이 캐디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럽고 싫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닌데도 그들이 가진 인식이

예전의 나 같을 까봐,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주변의 내 나이 또래 동료들이

아직도 가까운 가족 이외에는

캐디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는 것 같다.


그들이 허투루 살아서,

부끄럽게 살아서,

숨기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저 캐디라는 직업에 대한 기본적으로

박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부정적 인식'

이 아직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부정적인지 긍정적 일지 모르기에

굳이 힘든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걸 느끼는 캐디들이 꽤나 많기에

직업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처음 만나고 친해지는 사람에게 내 직업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설명해야 할까.

나 역시 고민하게 된다.


남들이 무슨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내 직업에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람들은 내 직업만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부정보단 긍정이 넘치는 날이 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