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야겠다. 아무도 듣지 않을 지라도.

2006년 6월 29일 캐나다 토론토행

by 티나

1. 방학동 소녀 유학을 결심하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나는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 입시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 시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와 함께 토론토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날은 무더웠는데, 속은 시원했다. 이상하게도.


엄마는 대학병원 수간호사로 22년을 일하신 뒤 6년 전 명예퇴직을 하셨다. 퇴직 간호사 모임에서 미국 간호사 이민 이야기를 듣고,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셨다. 그때부터 엄마의 마음속엔 ‘내 딸만큼은 외국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싹텄다고 한다.


엄마가 나와 유학을 결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화목하지 않은 남편과의 사이인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으셨는데, 부모님 사이에는 늘 아주 고통스러운 긴장감이 있었다. 딸과 함께 해외 살이를 결정하시는데 많이 어렵지 않으셨을 것 같다.


내가 유학을 결정한 이유로는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 성공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2003년 나보다 5살 나이가 많은 오빠는 대학 입시를 치렀다. 치열했고 많이 힘들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소위 sky 대학에 입학했다. 명문대가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나도 이루어내고 싶었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 그리고 보장된 미래.


엄마와의 시간이 늘 고프고 결핍되어 있던 나는, 엄마가 토론토에 같이 가준다고 했을 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늘 곁에 있는 것 같았지만, 마음은 늘 멀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안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나를 잘 보듬어주시는 분이 아니셨다. 대학 병원 수간호사였던 엄마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시면, 나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외할머니에게 직장 이야기, 시댁 이야기, 아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셨다. 나는 엄마와 외할머니의 대화를 통해 아빠를 배웠고, 그 속에서 우리 가족이 점점 싫어졌다.


2. 도피. 탈출.


그래서 나는 탈출을 결심했다.


입시로부터,

그리고 따뜻하지 않았던,

그 가정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