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_The Ghost in My Mind #10
“언니는 정규 코스를 되게 중요시하네?”
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에 등록된 상담사들의 경력란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X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좀 의아했다.
“상담심리대학원 석사 나와서 빡세게 인턴 생활해서 자격증 따고 박사 들어왔는데, 나에게 정규 코스는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학교 가면 내 주변에는 대부분 이런 코스를 밟고 온 사람들이야. 교수님들도 그렇고.”
“아니, 언니 말할 때 보면 정규 코스에, 한상심 자격증을 딴 상담사들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인정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내가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데 한상심이나 한상 자격증을 딴 사람들을 기본으로 둘 수밖에 없잖아. 너도 석사하면서 봐서 알잖아? 다들 자격증을 따느라 정신없는 거. 그런데 현실은 죽어라 그런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대충 몇 시간 이수해서 딴 자격증을 이렇게 경력으로 올려놔도 일반 사람들은 모르잖아. 어찌 됐든 본의 아니게 정코스를 밟은 나로서는 그 점이 참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거고.”
“언니, 그래도 이 사람들이 한상심 자격증 딴 사람들보다 돈은 더 잘 벌걸?”
분명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컸지만 X와 나는 계속 어느 지점에서 부딪혔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행력과 행동력이 높았던 X는 일단 세상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능력과 상대의 수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고개를 들이밀었다. X는 먼저 행동을 하고 이후 그에 따른 조건이나 역량을 만들어도 된다는 사람이었고, 나는 반대로 역량이나 실력을 단계별로 다진 후에 실전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그 지점에서 이해할 수 없음이 존재했다. X는 나에게 무모하고 정식 수련 과정이나 절차를 경시하는 사람으로 보였고, 나는 X에게 조심성 많고 정식 과정이나 시스템을 중시하는 답답하고 보수적인 사람으로 여겨졌다. 이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또한 100번의 원서를 써야 하나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X의 자세라면, 나는 고심해서 10개를 골라 신중하게 지원하는 스타일이었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X 옆에 있으면 나는 신중한 것이 아니라 마치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겁쟁이처럼 보였다. 더욱이 상담을 전공하면서 나의 내면 레이더는 더욱 발전하여 미세하게 상대방에게 반응하였기에, 나 자신을 자꾸만 돌아보았다. 나의 어떠한 욕구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어떤 투사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 감정은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처리하지 못한 욕구나 감정 때문인 것인지 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혹시 내가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오버(over)하고 있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불편함을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내 주변에 외향적인 친구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무모하거나 때론 공격적이라고 느끼는 친구는 처음이어서 혼돈스러웠다. 더욱이 X가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상대하는 능력이 나보다는 유연해 보여서 내가 너무 삐딱하게,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고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