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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톡업데이트] 관계를 단순하게 생각한 착각

친구탭에 있다고 다 친구가 아니야

by 이안류

여러분의 카카오톡은 괜찮은가요?

저는 업데이트 소식을 듣고 자동업데이트 기능을 막은 상태라 아직은 예전의 상태로 카톡을 사용 중입니다. 그러나 뉴스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다들 화나고 짜증 나 있으며, 저 또한 업데이트된 카톡을 앞으로 계속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 중에 있습니다. 가장 불만이 높은 친구탭 기능이 4분기에나 조정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며 안도를 하기보다는 불신의 감정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며, 이번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친구탭의 인스타화가 사용자들에게 불만과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카톡 친구탭의 변화는 단순한 화면 변화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는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1. 관계 층위를 무시한 단순화


카톡을 처음 켜면 우리는 제일 먼저 친구탭을 만납니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카카오톡 관계자는 친구탭에 있는 친구의 프로필 변경이나 게시물 등을 타임라인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친구 간 소식의 공유를 활성화한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친구탭에는 친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 가까운 친구들도 있지만, 직장 동료 및 상사들, 모임 멤버들, 거래처 사람들, 교수님들, 예전에는 알고 지냈지만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번 카톡 업데이트는 이러한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친구’라는 한 가지 범주로 묶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양파의 단면처럼 친밀도에 따라 겹겹의 관계망을 형성하며 살아갑니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친밀하기 때문에 나를 더 드러내지만,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적절히 사생활 개방을 조절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는 이 모든 층위를 무시하고 하나로 모아버렸습니다. 연락처만 알고 있으면 모두가 ‘친구 피드’ 안에 동일한 크기로 등장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내 관계망 밖에 존재했던 예전에 살던 집주인 아주머니의 사진이 나란히 뜨게 됩니다. 즉, 관계의 거리가 지워진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복잡성을 간과한 카톡의 설계로 인해, 사람들은 내가 왜 이 사람의 사생활을 봐야 하지라는 황당함과 분노 속에서 나에게 중요한 ‘친밀도의 감각’을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과도한 시각적 자극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메신저에서까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적 영역을 봐야 하는 불편함과 불쾌감, 피로감을 감당할 사용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2. 사생활 침해


또 다른 문제는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피드를 본다는 것은, 동시에 누군가도 내 피드를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 혹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친구로 등록된 사람에게까지 내 사진이 크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심리학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자기개방'은 자발적이고 상호적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친한 친구와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만 직장 상사와는 그렇지 않은데, 이는 ‘관계의 경계’를 서로 인식하여 사생활 노출, 즉 자기개방을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작정하고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친밀하지 않은 관계의 사람에게까지 우리는 개인적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는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내 사생활이 커다랗게 노출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통제감을 상실했다는 불쾌감과 거부감을 줍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의 프라이버시와 경계가 침해되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거센 반발은 단순히 “익숙한 게 바뀌어서 싫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심리적 질서를 무시한 데서 비롯됩니다. 기존 친구탭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해 왔던 관계 층위와 그에 따른 자기개방의 정도는, 이번 변화로 인해 모든 관계를 ‘친구’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단순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던 경계와 사생활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인간관계를 설계할 때는 단순화가 아니라 복잡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친밀감과 거리감, 개방과 보호, 자율성과 경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둘러싼 이번 소동은, 우리 모두가 그 균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대문사진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8/20/HZ2GERGWCVFGNKIMP5AELGPK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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