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갱춘기와 동행하며 생각·감정 관성 탈출기 #1

프롤로그


나이가 50이 넘어가니 새롭고 낯선 것을 선택하는 게 왜 이렇게 두렵고 힘든지 모르겠다. 뭐든 배우고 도전하는 게 즐거웠던 시절은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새롭고 낯선 시도와 도전 자체가 부담이다. 혹여나 잘 해내지 못해 명예(?)나 자존감에 상처라도 생겨 복구 되지 않을까 봐 포기해 버리며 무력감을 선택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감을 선택하고 싶은 욕구와 다르게, 갱춘기(갱년기+오춘기)의 심리적.물리적 환경 변화(자녀는 집을 떠나고, 감정 기복은 커지며,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책임을 지는 위치가 주는 중압감 등으로 잠을 잘 못 잠)는 솔직한 나 자신과의 동행을 방해하고 있다. 한심함과 불안감을 선택하며 30~40대의 역동성을 잃고 상실감이라는 감정관성을 선택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다.



상실감이라는 감정 관성을 넘어서는 용기, 의도적이고 멈추지 않는 연습


갱춘기에는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한다고 내 손에 쥐어지고, 해결되며, 변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오히려 이상적인 자아상에 의해 선택된 상실감과 무력감의 감정 관성만 깊어질 뿐이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주체적인 삶의 의미 선택을 강조했다. '과연 나는 갱춘기와 동행하며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새롭고 낯선 도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체적인 삶을 나 외의 사람들에게 양도하고 말로만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했다. 무기력한 상실감 선택의 감정 관성이 멈추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상적인 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페르소나로부터 탈출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부족하고 완성되지 않은 나를 만나고 수용하는 공존의 경험을 하며 안정감 선택이라는 모드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책과 질문을 통해 '몸 뿐만 아니라 생각과 감정은 멈추지 않고 의도적으로 움직여야 나와 세상은 변한다'는 너무도 단순한 사실을 내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새롭고 낯선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쩌면 어느 연령대에서나 선택하는 당연한 감정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생각과 감정의 관성을 끊고, 의도적으로 가면을 벗어 던지는 용기와,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나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만나는 것이 서툴고 어색할지라도, 반복적인 의도적 연습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과정에 익숙해지면 부족한 자신과 동행하며 안정감을 선택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갱춘기의 맞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한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이상적인 자아상을 견고히하는 페르소나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배움의 한계를 넘어, 삶에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을 스스로 터득하는 즐거움


40대까지 내 삶의 대부분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서양화, 한국화, 서예, 글쓰기, 현대서각, PT, 컴퓨터, 교수학습 방법 등 지속적인 배움으로 나 자신의 다양한 모습에 만족해하고 안정감을 선택하고 있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갱춘기에는 그 동안의 배움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스스로 발견해 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지성 작가의 『하루 관리』에서 언급된 것처럼, 매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변화 즉, 갱춘기 탈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얻는 깨달음은 훨씬 더 깊고 오래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시행착오를 통해 값진 경험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적은 노력과 시간 투자를 하면서도 나 외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잔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20~30대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들이 갱춘기에는 중요해진 것을 찾아 저마다의 즐거움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저자의 많은 도전 중에서 마라톤은 인생에서 작지만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마라톤은 40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500m도 뛰지 못하던 저질 체력에 좌절했지만, 매일 자연을 벗 삼아 수변가 흙 길을 꾸준히 뛰었다. 더 나이 먹으면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고 주변에서 극구 뛰는 행동을 말렸다. 심지어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매일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 나만의 뛰는 즐거움과 건강의 비결을 터득해 가다보니 오히려 말렸던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상황이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몸의 건강한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있고 남들이 걱정해 주던 무릎은 더 튼튼해 졌다. 이제는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까지 생겼으니, 누가 나를 보고 노인의 길목에 서서 무력한 갱춘기의 상실감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갱춘기, 노년기를 준비하는 입문기


갱춘기는 단순히 늙어가며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아니라, 노년기를 건강하고 의미 있게 준비하며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앎을 삶으로 치환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신체적인 변화와 불안감,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 관성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통해 건강, 금전, 그리고 늙어가는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힘없고 병들기 전에 그 동안의 차안대를 차고 달려왔던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발견의 시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기록하고, 낯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조력자를 찾아 학습하고, 운동하고, 병원에도 다니면서 내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의 입문기로 삼아야 한다. 저자 역시 신체와 정신 건강의 적신호 문제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방향을 재조명 할 수 있으면서 안정감을 선택하게 되었다. 포장되고 꾸며진 멋진 말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경험담이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래서 지금 두려움, 무기력감이라는 감정관성과 싸우고 있는 많은 갱춘기에 입문한 독자와 탈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갱춘기를 지나면 병들고 아픈 노년기를 맞이하게 되고 그 이후는 죽음이라는 숙명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감정 선택으로 갱춘기를 소비하는 어리석은 선택은 함께 피하고 싶다.

오늘, 지금 가장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