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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춘기와 동행하며 생각·감정 관성 탈출기 #7

갱춘기, 삶의 변화를 ‘꿈, 버킷리스트에 녹여내다’


삶의 익숙함은 때로 가장 큰 함정이 된다. 갱년기라는 신체적 변화와, 가족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흩어져 있는 바람에 집안의 공기는 늘 정적만이 흘러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그저 견디는 데 급급했다. 몸무게는 한 때 90kg에 육박하며 내 몸은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길병원에서 받은 전신 MRI 검사에서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를 듣고 안도했던 그 순간, 나는 운동을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게으른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연수원 부장 시절 최종택 교수의 강의는 한 줄기 빛과 같았고 큰 영감으로 가슴이 벌렁거리는 흥분상태가 지속되었다. 오랜 시간 방치해 두었던 내면의 생각과 감정의 혼란에서 벗어나는 트리거가 되었고, 내 생활에서 진정으로 필요했던 꿈이 없었다는 깨달음은 단순한 자극을 넘어 내 영혼을 흔들었다. 최종택 교수의 삶은 교육에서 이루지 못한 나의 충족감과 도전정신을 일깨워주었고, 무의식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마주하게 했다. 늘 쳇바퀴 도는 삶을 벗어던질 만큼 세상은 온통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 보이는 희망의 빛으로 가득했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벅찬 감정으로 가슴이 채워졌다. 오직 나 자신만의 이기적인 삶에 충실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지면서, 이타적인 삶에 대한 동경도 생겨났다.


그날 이후 인생 버킷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작성하여 목록이 150여 개가 되었다.
작성된 목록을 실천하기 위해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실천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버킷리스트 중 갱춘기를 벗어나는 첫 번째 트리거는 '운동'이었다.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하기 자전거를 타든, 달리기
달리기는 3킬로 이상 뛰기, 자전거는 10킬로 이상 타기
55세 전에 철인 3종경기 도전하기
100킬로 뛰기 대회 도전(울트라 마라톤)

불어난 체중과 흐릿해진 시야는 단순한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무기력함을 상징했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매일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의 눈치를 보랴, 근육의 통증을 이겨내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몸의 작은 변화를 느끼면서 성취감이 조금씩 쌓여갔다. 무거웠던 몸이 3개월 정도 지나면 조금씩 가벼워지고, 맑아진 시야는 내 주변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해 주었다.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는 행위를 넘어, 나 자신을 사랑하고 관리하는 첫 번째 실천이었다.



두 번째 트리거는 '독서'였다.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일주일에 한 권 책 읽기
15일에 한번 도서관 가기
15일에 한번 서점가기

멈춰있던 생각과 감정에 새로운 시선을 불어넣는 독서는 내 삶의 시각을 깨워줬다. 처음에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 '나 이외의 삶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의 삶에 그저 충실하였던 내 모습'을 반성하며, 책 속의 다양한 인생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 속에서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다. 독서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자, 내 꿈을 구체화하는 지침서가 되어주었다.



세 번째 트리거는 '가족에 대한 관심'이었다.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아내 소원 1년에 한 가지 들어주기
아들에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카톡 하기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무관심했던 존재, 바로 가족이었다. 특히 늙어가는 부모님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고민,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안간힘을 쏟으며 대학을 다니는 두 아들과의 관계는 고요한 정적 같으면서도 휘몰아치는 파도였다. 하지만 모든 감정 회복의 문고리와 열쇠는 내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가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 말보다는 두 아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말하고 싶을 때까지 침묵하며 기다리는 것은 서로의 감정 경계를 허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이 먼저 질문을 하면 말 꼬리를 이어 대화를 이어가며 그제서야 내가 궁금한 것을 묻고 있다. 말 걸어오길 기다리는 태도는 관계 개선의 해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소극적 접근일 수 있다. 하지만, 관심 표현의 한 형태인 질문을 통해 가족애에 대한 나만의 만족감을 충족하려는 태도는 지양하고 있다. 이는 나름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트리거는 '기부'였다.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국내 학생 중 불우학생 도와주기
장학금 1년에 10 만원씩 도와주기
학술진흥재단 월 1만 원 기부하기


작은 것이라도 타인에게 나누는 행위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인간의 마음을 충족시켜야겠다'는 결심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소액이나마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면서,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 나의 작은 나눔이 세상의 희망의 빛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더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트리거는 '부정적인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100번 거절당해도 당당하기
100번 실수해도 담담하기


완벽하지 못한 나를 비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했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커져버린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처럼, 나의 단점과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비로소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서, 타인에게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독서로 마음을 채우고, 가족에게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고, 나눔을 실천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이 다섯 가지 실천은 갱년기라는 폭풍우 속에서 길을 잃었던 나를, 그리고 아들과의 갈등 속에서 나와 가족의 관계를 개선해 주고 있다. 이제 나는 갱춘기라는 변화의 시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가족과 함께 성장하며 조금씩 나만의 꿈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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