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춘기,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雨中RUN(우중런) 하프마라톤의 선물
폭우 속의 갱춘기: 남들을 좇지 않고, 힘을 빼야 완주하는 지혜
발가락까지 세어야 할 만큼 대대적인 임플란트 치료, 나이와 함께 줄어드는 근육, 그리고 ‘교원마라톤동호회’ 회장이자 인천교육정책을 대표하는 ‘읽걷쓰야맨나인동호회’와의 콜라보 마라톤을 주선한 책임감까지. 2025년 9월 28일, 하프 마라톤 출발선에 선 나는 내부적으로는 부담감이 가져다준 두려움과 외부의 방해 요인인 폭우와 연습량 부족의 폭풍우 한가운데 서 있었다. 훈련량 부족과 치아 수술 후 부상을 걱정하는 가족의 만류, 그리고 밤새 이어진 폭우로 콜라보 대회를 망칠지 모른다는 걱정에 잠마저 설쳤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인천대학교 마라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멈추지 않는 폭우 속에서도 구름 떼처럼 모여 있는 나이, 성별을 넘어선 마라토너들의 모습은 나의 '갱춘기'와 무기력감을 견딜 수 있는 새롭고 낯선 무대였다.
오전 8시 30분, 힘찬 함성과 함께 주로에 선 마라토너들은 출발선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구멍 난 하늘에 달린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비는 쏟아졌다. 젊은 연인들과 20대 참가자들이 우비도 입지 않고 빗속을 뚫고 물개처럼 치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넘치는 젊음은 그 자체로 에너지였지만, 나는 7년 전 저체온증으로 쓰러질 뻔했던 경험을 기억했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젊음은 좇아갈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그들의 페이스대로 달리지 않고, 오직 나만의 속도와 체력과 리듬에 집중하며 힘을 아꼈다. 우비를 입은 채 5km, 10km 지점을 통과하며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폭우 속에서 완주를 위한 나만의 유일한 완주 전략이었다.
15km 지점. 이제 체온이 외부의 쌀쌀함을 이겨낼 만하다고 판단했다. 무거운 우비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나를 앞서 달려 나가던 이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초반에 과도한 힘을 쏟았던 이들이 오버페이스에 걸려 지쳐가는 순간, 나는 내가 아껴두었던 힘으로 그들을 한 명씩 추월했다.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남들 따라가며 모든 힘을 다 써버리면, 정작 결승선이 눈앞일 때 달릴 힘이 남아있지 않다.
갱춘기에는 남을 따라가면 안 된다. 내 페이스를 점검하고 힘을 비축하며 적절히 사용해야 안정감 있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하프 코스의 고통스러운 구간인 17km 지점부터, 나는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물에 젖어 중력과 합세한 셔츠와 신발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비는 살갗을 따갑게 때렸지만, 초반과 중반에 소진하지 않은 에너지는 막판 스퍼트의 폭발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지막 20km에서 21.097km까지, 가장 빠른 속도(05분 24초/km)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 2분.(아래의 이미지는 내 핸드폰에 기록된 자료여서 공식 기록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기록보다는 한참 뒤진 기록이지만 부상 없이, 한 번도 쉬지 않고, 마지막에 더 빠른 속도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멋진 피날레 포즈와 함께 완주했다.
빗속에서 진행된 2025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완주가 가르쳐준 갱춘기의 의미는 분명했다. 내외부의 방해 요인을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강화 요인으로 역이용하는 역설적인 지혜다. 임플란트 치료로 약해진 몸 상태와 집중 폭우라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남을 따라가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춰 온몸의 힘을 빼는 달림'에 있었다.
갱춘기의 혼란스럽고 무기력한 마음을 굳이 힘을 내서 이기려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삶의 여정을 남들과 비교하며 좇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달리자.
'노년이라는 결승점'을 부상 없이, 쉬지 않고, 멋진 포즈로 더 힘을 낼 수 있는 마음은 지금 이 혼란스러운 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그것이 예측하지 못하게 발생하는 인생의 폭풍우 속을 달리며-雨中RUN(우중런)- 깨달은 삶의 방향이었다.
지금 빗속을 달리러 갱춘기라는
운동화의 끈을 고쳐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