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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이방인 연습//불편함과 동행

09화. 자유를 향한 낯선 여정

2019년 1월 6일 일기글에서 발췌


우리는 본성적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게끔 뇌의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 삶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생존의 욕구(불안, 외로움, 두려움)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의식과 감정, 생각의 틀을 편안한 방향으로 설계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사용할 에너지를 축적한다. 감정적으로 불편한 현실은 이성적인 생각의 힘을 빌려 제거하거나 축소해 버리고, 그 편안함의 익숙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미 오래전 선조의 DNA속에 내재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쉽게 그 기질과 습성을 바꾸지 못한다. 때로는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 제거 또는 축소'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인간 고유의 정체성—이성과 감정의 결과물—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무의식적 시스템과 갈등하며 외로움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는 '편안함의 익숙함'이 주는 얕은 행복 뒤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두려움, 고독, 구속된 자유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들을 스스로 없애 불편함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무엇인지 모를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지혜를 배우고, 인간으로서의 마음 근력을 단련해야 한다. 이는 곧,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는 삶은 곧, 외부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간절한 내면의 외침과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하고 있다.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하고 감내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익숙함과 안락함이라는 일종의 ‘목줄-일종의 균열의 틈’에서 벗어나 '이방인'으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용기 있는 선택과 의도적인 연습에서 시작된다. 이 불편한 여정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를 향한 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자작시 한 편을 소개하겠다.



목줄


달리고 싶어도

달아나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몸부림치는 것만이

꼬리를 흔드는 것만이

탈출을 위한

전부이다.


목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방인 연습]
이 시는 2016년 영종도에 사는 지인의 '반려견' 입장에서 쓰게 되었다. 시골(영종도)살이를 하는 상황에서 늘 목줄에 메여있어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목줄에 잡혀 가지 못하고, 자유라는 꿈과 희망을 포기했을 때 몸부림치고 꼬리를 흔드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인이 키우던 백구 얘기를 통해 상상했다. 꼬리를 흔드는 것은 반가움이 아닌 자유롭고 싶은 존재감의 몸부림으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늘 목줄에 묶여 불편한 삶을 살아가는 시골살이 반려견에게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라는 꿈'을 안겨주고 싶었고, 나 또한 자유를 얻기 위해 내게 걸린 목줄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연습이 필요했다.

우리는 누구나 목줄을 차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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