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외 출입금지

그 문을 출입하는 여러 용무의 인간들을 관찰하며

by 천천희






오후 5시.

오늘은 야간 후번 근무 출근날.


어떤 주임님은 당차게 출입하고

어떤 부장님은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벌써 퇴근해야 할 것 같은 퍽퍽한 피부와 살짝은 지친 기색으로 하품을 하며 교도소 정문으로 들어선다.



철커덩, 스르르르..
.
.
철커덩, 스르르르..



들락날락.


매일 400명, 단순 출입 횟수 1000번 이상은 열리는, 열심히 열리고 닫히는 교도소 정문.


나에게는 여느 마트문 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열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대 열리지 않는 문.


심지어

밖에서 들어가는 문과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반대 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수많은 인파에 섞여 들어오게 되더라도

정문 근무자의 신분 대조를 통해

시스템에 오늘 허가되지 않은 사람은 다시 들어온 문으로 나가야 한다.



들어가고 싶으면 죄를 짓거나, 푸른 제복을 입고 오거나, 성직자가 되거나.





"아 ㅇㅇㅇ씨 오늘 출소 날이네요?

다시는 보지 맙시다~ 잘 살아요 "



철커덩! 드르르륵..



"아 오늘 화장실 천장 공사 하러 오셨죠,

안전에 유의해서 작업해 주시고요~ "



철커덩! 드르르륵..



"아이고 목사님, 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



철커덩! 드르르륵..





똑같은 하늘이지만 바깥 하늘과 안쪽 하늘은 괜히 풍경이 다른 기분이다.


수용자들이 보는 하늘은 맑아도 슬프고 흐려도 우울하지 않을까?












출정이 있는 날.

묵직하게 움직이는 45인승 버스가 나가려고 한다.

피고인이라 쓰고 수용자라 말하는 사람들을 가득 담은 모양이다.


그들은 오늘이 디데이다.

무죄 선고를 받아 이 길로 바로 다시 정문 반대쪽에서 들어오지 않아도 될 사람도 있고,

전에 그 검사가 구형했던 그 징역이 확정되는 순간도 모두 다 오늘이다.


철커덩, 드르르륵..


안쪽 문이 열리고 버스가 들어왔지만 반대쪽 나가는 문은 요지부동.

정문 안쪽 출입문과 바깥 출입문을 다 닫아놔 두고 그 사이 차고에서 버스가 잠깐 멈춘다.


처음 나가보는 수용자는 묶인 손목에서 챠랑챠랑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갸웃, 차 앞 유리 너머 나가는 문이 언제쯤 열리나 응시하고 있는 그때


정문 근무자가 버스에 들어와 수용자를 센다.


" 네 이상 없습니다. 다녀오십시오"




묵직한 45인승 버스가 자유를 느끼듯 속력을 내 교도소 정문에서 멀어져 갈 때

허름한 파란 5톤 트럭이 뒤이어 바깥 정문으로 다다른다.


철커덩, 드르르륵...


한눈에 봐도 공사 업체 거나 수용자 부식을 싣고 온 식품 차량이다.


정문 근무자는 매일 보던 옆집 아저씨와 인사하는 것 마냥

익숙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손과 눈은 바쁘게 일했다.


뒤쪽 화물칸도 열어보고 차 문도 열어보더니 차 넘버판에 가림판을 붙인다.

이어서 좀 더 작은 가림판을 운전자에게 주더니 운전자는 익숙하게 블랙박스 앞 쪽에 붙인다.

그걸 확인 한 근무자는 넓게 다 개방한 손으로 교도소 안쪽 문을 향해 가리키며 리모컨 개방 버튼을 누른다.


치지직, 무전기 소리.



"정문 근무자입니다. 수용자 두부 부식 차량,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







퇴근 시간인지 스피커 나팔에서 반주가 울린다.


가족송이다.


아빠 엄마는 나만 보면

우리 예쁜 딸 고마워

아빠 엄마 아니에요

함께라서 고마워요

아빠빠빠빠 고마마워요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마마마 고마마워요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가족이라서 고마워요



가족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좁은 안쪽 건물에서

그 노래의 검은 음표 같은 활발한 것들이 가득 쏟아져 나온다.


푸른 제복을 입은 100명은 거뜬히 넘는 교도관들이

오늘도 퇴근송을 들으며 정문 안쪽문에 다다닥 붙어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철커덩, 드르르르..



청소기 호스 같은 문이 열리고

밝은 소리를 내는 입자들이 쏙쏙 사라졌다가

바깥문에서 뽁뽁 나온다.

그러고는 제각각

가정을 향해 달려간다.


가정을 향해 남편으로서 한 걸음,

아버지로서 한 걸음 번갈아 상쾌하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내일도 열릴 그 문에서는

몇 년간 그날만을 기다린 수용자가 나간다.


직원처럼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나갔으면 한다.

느린 걸음으로 목적지가 없는 것 같은 걸음으로 나가지 말고.


가정을 향한 발걸음이든,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든,

직원처럼 그렇게

뽁뽁 빠른 걸음으로 총기 있는 눈빛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1. 그 외에도 고객들의 죄를 최대한 깎아주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시는 변호사님, 반대로 죄를 묻기 위해 출입하는 경찰관들, 시설을 공사하는 인부들, 공무로 출입하는 다른 교도소 직원들은

간단한 절차 후 출입이 가능하다. (21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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